모두가 한 여인을 비껴간다.
그녀는 바로 죽음이다.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그녀를 다른 모습으로 본다.
당신의 눈에, 죽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보인다.
여덟시간의 근무. 대중교통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비디오 게임을 하고, 저녁 식사를 만든다. 잠에 든다.
일어난다.
머리를 감고, 반복한다.
남자는 고등학생 때 그닥 똑똑한 학생이 못되었다. 그는 학위를 따고, 학교를 나오고, 항상 그를 시험하던 시스템에서 벗어났다.
머리좋던 친구들이 대학으로 나아가는걸 지켜보며.
그는 매일 일에 나갔다.
그리 나쁘지는 않은 직장이었다. 끔찍한 정도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지. 학교에 다닐 때 했던 점원 일과는 다르게, 하루하루 먹고 살 돈을 내놓아주었으니 말이다.
여덟시간의 근무. 버스를 타고 집에 온다. 도타를 조금 플레이한다. 저녁식사를 먹고, 잠에들고, 깨어난다.
또다시, 또다시, 같은 하루하루가 반복된다.
남자는 더이상 신경쓰지도 않았다. 바로 어제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할 수 없었다.
주말의 일은 술 때문에 흐릿하다. 옛날 지인들도 지금쯤 다 이렇게 살고 있으려나?
아니, 남자는 스스로 되뇌었다.
걔들은 친구가 있어. 걔들은 친구를 만들었어.
남자도 한때는 친구가 있었다. 아닌가? 학교 다닐 때. 아, 맞아. 있었지. 걔들은 어떻게 지낼까.
일. 버스. 게임. 먹는다. 잠? 깨어난다.
남자는 버스에서 한 여자 옆에 앉았다. 남자와 또래의 키가 크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안녕하세요."
첫인사는 괜찮았어.
남자는 별 가치가 없는 인간이다. 남자는 사회성이 없고 직장 밖에서 인간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겁에 질린다. 실패야. 인생의 낭비야.
여자는 얼굴을 살짝 붉히고 약간 몸을 돌아세워 남자를 쳐다본다. "안녕하세요."
둘은 이야기를 나눈다. 버스가 멈출 때 까지, 몇 분 정도. 남자는 여자의 이름을 묻는다-리비티나.
여자는 자신이 라틴계이며 부모님은 예전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남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여자는 남자에게 전화번호를 건내주고 떠나간다.
몇 시간동안 일한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간다. 그러나 그녀는 그 자리에 없다.
괜찮아, 그녀는 시간을 아주 많이 잡아먹는 직장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남자는 텔레비전을 킨다. 다운타운의 상점가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다.
그는 문단속을 확실히 한다.
저녁은 맛있었다. 어쩌면 평소보다 더 맛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자는 눈치채지 못한다.
그는 잠에 든다.
깨어난다.
남자는 또다시 버스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는 여인 옆에 앉아, 약간 대화를 나눈다.
여자는 철학에 빠져있다. 남자는? ...별로 빠져있는 것이 없다.
그녀는 글쓰기를 추천한다. 그는 학창시절 자신이 글쓰기를 즐겼다는 것을 기억한다. 노트를 사야겠다고 마음속에 적어둔다.
남자는 일한다. 상사는 남자에게 오늘 참 열심히 일했으니 집에 일찍 들어가보라고 말한다.
전화로 남자와 여자는 대화한다.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글쓰기 가이드를 찾아보며 전화 너머로 떠든다.
항상 쓰고싶어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생각이 남자의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그의 얼굴에 잠들 때까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는 오늘도 버스에서 수다를 떨지만, 남자는 조금 걱정된다. 여자가 오늘따라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인다.
낯이 약간 잿빛으로 탁해져있다. 남자는 궁금하지만, 캐묻는 것은 안됨을 안다.
어쩌면 여자가 아픈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제는 괜찮았는데.
남자는 승진한다. 상사가 그의 등을 두드려준다.
남자와 여자는 밤까지 통화한다. 그는 이처럼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없다.
그는 여자친구와 사귀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는 너무나 외로웠다. 어쩌면 그녀가 운명의 짝일지도 모를까?
어쩌면 그녀가 운명의 짝일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이제 그는 회사로 가는 버스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게 된다.
오늘, 그녀는 버스에 없다. 남자는 한 나이든 여인 옆에 앉는다.
노부인은 남자에게 미소짓는다. 남자도 그녀에게 미소짓는다. 둘은이야기를 조금 나눈다.
나이든 여인은 철학에 빠져있다.
비가와서그런가 너무 무기력해서...
지금 나에게 죽음은 차은우급일듯^^^
다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