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톨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방금 너무 재밌는 일이 있어서 급하게
얘기해주려고 디미토리 헐레벌떡 들어옴
일단 우리 집에는 세 식구가 살고 있어.
나랑, 남편이랑, 코숏 고양이 후치!
원래 나랑 남편이랑 둘이 살았는데
작년 11월에 유기묘 후치가
새롭게 우리 가족이 되어서
지금 8개월째 셋이 살고 있거든.
후치는 길에서 초면인 나한테 울면서
데려가달라고 매달릴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고 많이 의지하는 고양이야.
특히 내가 집에 데려왔기 때문에 주말에는
나한테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아 ㅎㅎ
오늘도 변함없이 나는 거실 빈백에
누워서 폰 하며 노닥거리고 있었고
후치는 내 다리 위에 누워 있었거든?
이때 남편은 거실에 있는 화장실
욕조에서 목욕하겠다고
샤워기 물을 틀어서 욕조에 담가놓고
방에 컴퓨터 하러 들어갔단 말이야.
근데 내 다리 위에 있던 후치가
갑자기 욕실에 가더니
살짝 열린 문틈으로 고개만 넣고
한참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거ㅋㅋㅋ
물 소리가 나서 그러나? 생각했는데
돌연 나한테 후다닥 달려와서는
내 팔에 앞발을 올리고 두 발로 서서
"웨오오옥!! 웨오오옥!!!!!!!"
이러고 엄청 크게 우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 울음소리가 "애옹" 정도인데
이건 진짜 웨오옥이었어 ㅋㅋㅋㅋ
얘가 왜 이러지? 하고 쳐다봤는데
꼬리도 펑 해서 방망이만큼 커진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양이는 갑자기 흥분하거나 놀라면
털이 곤두서는데, 이때 꼬리 털이 서서
꼬리가 두꺼워진 것을 꼬리 펑이라고 해)
너무 웃겨서 "얔ㅋㅋㅋ너 왜그랰ㅋㅋ"하고
웃고 있으니까 더 큰 소리로
웨오오옥 웨오오오옥하고
자꾸 화장실 쪽을 쳐다보는거
ㅋㅋㅋㅋㅋㅋ다시 생각해도 웃기네ㅠ
일어나서 왜 그러나 화장실 가봤더니
남편이 욕조에 담가놓은 샤워기가 뒤집어져서
천장으로 물을 뿜어 올리고 있더라고ㅠㅠ
물 싫어하는 고양이가 그거 보고 진짜
얼마나 놀랐을거야... 대 재난 사태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을거야 ㅋㅋㅋㅋㅋ
샤워기 원래대로 돌려놓고
"엄마한테 이거 알려주려고 그런거야?
고마워"하고 쓰담쓰담도 해줬는데
냥생 처음 분수쑈를 본 후치의
놀란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고...ㅋㅋㅋ
욕실 문을 계속 노려보고 있다가
남편이 목욕하러 욕실에 들어가니까
또 애옥거리면서 막는 거임 ㅋㅋㅋㅋ
비키라고 슬쩍 밀고 그냥 들어가니까
문에 머리만 처박고 쳐다보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서워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저기 들어간 남집사가 걱정은 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샤워하는 사람 입장은 안중에도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고개만 넣고 심각한 표정으로
들여다보면서 계속 웨오옥 거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꼭 공포영화에서 주인공이
혼자 괴물 보고 친구들 말리는데
친구들이 그런 게 어딨냐고 비웃으며
위험한 곳으로 막 들어가는 거
보는 그런 느낌이야 ㅋㅋㅋㅋㅋ
결국 쫓겨남 ㅠㅠㅋㅋㅋㅋㅋ
집사를 구해주려는 애끓는 마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던 남집사
고막이 터지기 전에 문을 닫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집한테 쫓겨나고 나한테 화풀이 ㅠㅠ
내가 계속 웃으면서 사진 찍으니까
나한테 화낸다...?ㅋㅋㅋㅋㅋㅋㅋ
너는 지금 남편이 위험한데
철딱서니 없이 뭐하는 짓이냐며...
당장 들어가서 구하라며...
아무도 도와주지 않지만 자기라도
끝까지 남아 지키겠다는 결연한 표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표정 좀 자세히 봐줘 진짜 결연해...
저러고 남편 나올 때까지 꿈쩍도
안 하고 문을 지켰다고 한다.
정말 귀여워 죽겠어ㅠㅠㅠㅠ내새끼...
우리 후치는 4살인데도 평소에는
완전히 새끼 고양이처럼 행동하거든.
그래서 자기가 큰 걸 모르나봐~~
우리가 진짜 자기 엄마아빤 줄 아나봐~
이런 얘기를 평소에 많이 했는데,
오늘 후치가 우리 가족을 위해서
자기도 나나 남집사를 도와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ㅋㅋㅋ
멀리서 급하게 찍은 거라서 사진이
좀 흐리고 장 수도 부족하지만
우리 후치의 깜찍함이 토리들에게
충분히 잘 전달되었기를 바라며!!
다들 좋은 일요일 밤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