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라리 화가 나 있는 게 나았다.
두산은 무표정하고 차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태욱이를 때릴 때 그 표정이었다.
수일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제발 얼굴은 때리지 말았으면 했다.
오늘 무대에 서야 하는데,멍이 든 얼굴로 첫 무대에 서고 싶진 않았다.
다행히, 두산은 수일을 때리는 대신 벽을 쿵쿵 두 번 쳤다.
"밤에 함 빨아주라. 가자."
귀에 입술을 바짝 붙이고 뜨거운 숨을 뱉으며 두산이 말했다.
수일은 잡은 팔을 놓고, 두산은 봉고로 먼저 들어갔다.
[2]
두산이 눈을 감고 있다가 방문 열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수일을 보았다.
"잠이 안옵니까?"
"네. 충분히 잤어요."
"그래도 이리 오지? 내는 아직 더 자고 싶은데."
두산은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자릴 손바닥으로 툭툭쳤다.
수일이 머뭇거리자 이불을 제쳐가며, 재차 들어오라고 눈짓을 했다.
"옷은 벗고 들어오이소."
[3]
"행님, 그 옷 말고, 내가 어제 사준 거 입어라."
"그건 너무 화려한데..."
"머 어떻노?"
수일을 보는 두산의 표정이 단호해 보였다.
수일은 결국, 두산이 사준 옷 중 그나마 덜 야한 것으로 갈아입었다.
붉은빛이 도는 셔츠는 어제 경자씨가 입었던 나이트가운 재질이었다.
게다가 단추도 목까지 있는 것도 아니고 딱 가슴께부터 시작했따.
반바지도 몸에 너무 붙었다.
가랑이에 끼는 바지 때문에, 수일은 셔츠를 밖으로 빼입었다.
두산은 수일의 몸을 뱀 같은 눈으로 훑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4]
두산은 볼 것도 없는 수일의 평평한 가슴을 자꾸 힐끔거렸다.
안 그래도 몸을 움직일 때 마다 벌어지는 셔츠가 신경 쓰였던 수일은,
두산의 시선에 손으로 셔츠를 잡아 오므렸다.
"그냥 두지예? 내 보고 있는데."
"........"
"좋은 말 할 때 손 치우세요."
[5]
"니 억쑤로 야하다. 알고 있나?"
몸을 숙여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두산이 말했다.
수일은 그저 고개만 숙였다.
[6]
두산이 숨을 헐떡이며 수일을 내려다보았다.
"벌이다."
낮고 엄한 목소리로 두산이 말했다.
-
"니 때메 환장하겠다."
한숨 같은 말을 뱉고, 두산은 잡았던 수일의 발목을 놓았다.
[7]
언제 왔는지 두산이 거실에서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두산은 현관을 들어서는 수일을 보고 눈을 번뜩였다.
이럴 땐 두산이 싫었다. 눈치가 너무 빨랐다.
수일은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고, 두산이 바로 쫓아왔다.
"목욕탕 갔다드만 먼 일 있었습니까? 얼굴이 와그라노?"
"더운 탕에 오래 있었더니....."
"개소리 하지 말고. 먼일 있었습니까?"
"아니요."
수일이 입을 닫자, 두산이 인상을 구겼다.
"누구 만났노?"
[8]
"니가 해라."
"내 보고."
"내 쫌 보고."
"니 때메 미치겠다."
[9]
이렇게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답답해 수일은 차창에 머리를 기댔다.
두산이 팔을 뻗어 제 어깨에 수일의 머리를 올렸다.
"그라지 마라."
낮은 목소리가 경고했다.
"내가 옆에 있는데 다른데 기대지 말라꼬."
내리누르듯 힘을 준 두산의 어깨에 수일의 오른쪽 볼이 뭉개졌다.
두산이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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