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는 감상글인데 다 스포니까 영화 볼 예정인 토리들은 패스했으면 좋겠어
가능하면 꼭 스포 없이 봤으면 하는 영화라
와...2시간 넘는 영화를 이렇게 지루한 부분 없이 몰입해가면서 본 적이 언제였더라? 잘 기억도 안 나
두서없이 막 감상 던질게
- 박사장(이선균) 가족이 캠핑 간 사이 벌어진 술판에서 기택(송강호)이 그러지, 우리 때문에 피해 본 윤기사(이전 가사도우미 얘기도 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 지금 잘 살고 있겠지? 라고. 후에 지하실 남자가 대왕 카스테라 망한 얘기를 할 때는 안쓰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이들을 동정해. 정확하지 않은데 기택네 집이 망한 과정에서 이쪽도 대왕 카스테라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
하여튼, 술판에서 윤기사 걱정이며 사모님 너무 순진해서 걱정이라는 둥 하니까 기정(박소담)이 기택한테 그래. 우리가 제일 걱정이라고 우리한테 집중하라고. 기정이 기택에 비해 냉정하고 현실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자 빈곤하면 같은 처지인 타인에 대한 연민도 사치...로 느껴지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
- 가난함에도 비교적 긍정적?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박사장네 가족에 대해서는 고마운 마음, 지하실 사람들에게는 연민을 가지고 있던 기택을 점점 변하게 한 건 '냄새'를 상징으로 표현되는 무시...혐오...경멸...이런 건 것 같아. 세탁을 해도 샤워를 해도 이미 몸에 베어 사라지지 않는 반지하의, 빈곤의 냄새.
지하실 남자의 시신을 뒤집어 차키를 꺼내는 순간 더러운 걸 만지는 듯한 박사장의 표정을 보며 기택은 그 냄새나는 지하실 남자가 자신인 듯 느꼈겠지?
- 지하실 남자를 꿰어 죽인 바베큐 꼬치의 고기를 박사장네 개가 먹던 모습은 빈곤한 죽음의 비참함이나 그들의 살점을 먹고 사는 일부 기득권의 모습 뭐 그렇게도 확대해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해석 없이 그 상황 자체도 비참하고.
과거에 박사장네 막내아들이 지하실 남자를 보고 경기를 했는데 박사장이 귀신 나오는 집이 기운이 좋다? 이 비슷한 이유로 이사 안하고 살았다는 부분하고도 엮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 이 영화는 알못이 봐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미장센이 많아서 좋았어. 특히 상승과 하강은 높은 언덕 계단 위 저택에 사는 박사장 가족, 아랫동네 반지하 기택 가족,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지하의 남자,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고 내려가는 모습으로 반복되어 나오니까 찾는게 재밌더라.
개인적으로 재밌다고 느꼈던 장면은 이건데;; 허접그림 주의ㅠ
지하실 사람들이 기택이네의 사기를 알게되어 이를 휴대폰으로 찍고 협박하는 장면인데(놀라운 그림실력), 좌 지하실측이 휴대폰을 들이밀며 우 기택측을 점점 더 오른쪽 구석으로 모는 모습을 지하실 계단 위에서 문을 통해 내려다보는 앵글이 있거든. 코믹하지만 이들에게는 삶의 전부가 걸린 대치를 지하실에서 벌이고 있다는 점과 그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 본다는 거. 그냥 이부분이 재밌었어서 그림을 그려봐써(급쭈글)
박사장네 집에서 탈출한 기택, 기정, 기우가 언덕 아래로, 계단 아래로, 골목 아래로, 다리 아래로 집을 향해 쭉쭉 내려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 기정이가 담배를 무는 씬들도 인상적이었어. 피씨방에서 문서위조를 하며 담배를 피우는데 금연석이라고 끄라 그러잖아. 기정이가 빈 컵라면이었나?를 찾으며 담배를 끄려는 듯 하다가 담뱃재만 털고 계속 피우는 거. 가난하면 피우던 담배를 버릴 순 없지.
물난리 때문에 오수가 넘치는 변기에 앉아 숨겨뒀던 습기찬 담배(+비상금)를 꺼내 한 개비 그냥 물고 있던 모습...그 심정이란
- 모든 일의 발단은 기우(최우식)의 친구 민혁이(박서준)가 준 기회(수석)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해. 잘 사는 친구네 집 할아버님의 취미인 돌 모으기. 모으다 모으다 둘 곳이 없어서 짐짝 처리하듯 손자 친구네 보내버린 수석과 함께 온 기회는 그야말로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 같은 역할이지 않았나 싶어.
상류에서 흘러들어온 돌은 허황된 꿈(다혜와 결혼)을 꾸게 해주었지만, 결국 차가운 체육관 바닥 위에 누운 기우의 가슴을 짓누르는 죄책감, 부채 뭐 그런 게 되었고, 결국은 기우 자신을 해치는 무기로 바뀌어. 마지막엔 수석이 아닌 개울 안 돌멩이가 되었다는 점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물난리 씬에서 기우가 '이럴 때 민혁이는 어떻게 했을까?' 뭐 이런 뜬금없이 민혁이를 찾는 대사를 하는데 기우가 부잣집 자손인 민혁이 역에 자신을 이입했다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 같았어
- 송강호 씨는 말할 것도 없고 전체적으로 연기구멍 없는 것 같아. 조여정 씨는 부잣집 사모님 역할을 어쩜 이렇게 잘하신다니 과장이 하나도 안 보여 너무 자연스러워서. 지하실 부부도, 특히 그 가사도우미 문광 역의 이정은 씨 인터폰 씬 언저리 너무너무 무서웠어 광기가 느껴져서.
영화를 보기 전에 '모두가 바라는 결말은 아닐 것이다'라는 말을 봤거든.
그래서인지 영화의 중후반부까지 나는 '어느 쪽이 이길까? 박사장? 기택이네? 지하실 남자?'라는 식으로 편을 갈라 승자를 점치고 있었던 것 같아. 나는 무심결에 기택이네 식구들에게 이입을 하고 있었음에도 이들이 한 짓은 결국 사기이고 살인이라 얘네가 이겨도 찝찝하겠다 박사장네가 이겨야 정의이려나? 생각하면서. 누가 이겨도 찝찝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지만 아무도 승자는 없었고... 저택에는 또 다른 부유한 가족이, 반지하에는 미래가 불투명한 가족이, 지하실에는 여전히 한 남자가 있는 변한 듯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끝이 났구나 싶더라. 남은 박사장네 식구는 어떻게 지낼지 궁금하네.
보면서 계속 '나는 어디에 있나? 내 위치는 어디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 나는 부모님이 가끔 태워주실 땐 자가용(벤츠 아님)을 타고 평소에는 지하철, 버스, 도보로 이동하는데 내 위치는 저 위와 저 아래 중 어디이며 미래에는 어디에 서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정말 얘기할 게 많은 작품인데 막 감상이 넘쳐서 쓰기가 힘드네ㅋㅋ
심사위원들이 눈이 있고 귀가 있으면 이 작품에 상을 안 줄 수는 없었겠구나 느꼈고...
나는 감정 좀 정리되면 다시 봐야겠어ㅠㅠ
이런 작품을 모국어로 즐길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