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으로 눈이 멀었다가
수술을 해서 이제 시력을 완전히 되찾았거든
긴 시간 강아지도 나도 고생하고.. 정말 돈도 많이 쓰고 참 힘들었어
뭣보다 수술을 했다고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2개월 정도 위험한 시간이고
덧나게 되면 오히려 수술전보다 악화될 가능성도 꽤 있어서
그 스트레스가 진짜 힘들었던 것 같아
그리고 이제 다 지나와서 어제 병원에서 가도 된대서 첫 산책 갔거든
마지막으로 강가 산책 갔을 때
애가 앞이 안 보여서 어찌나 느릿느릿 걷는지.. 정말 거북이보다 더 느려서
할머니 모시고 다니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또 한시간 산책 우습던 강아진데 15분만 해도 폭삭 지쳐하는 느낌..
안 보이니까 두려움과 불안이 증폭돼서 그랬나봐
백내장 심해지기 전 눈이 보일 때도 나이들어서인지 활력이 많이 떨어졌는데
어제 앞이 보이는 채로 처음 산책에 갔더니
아기 강아지처럼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활짝 웃는 강아지 표정 있잖아
그러고 한시간 반을 신나게 달려다니더라고
나도 모르게 살짝 눈물이 남
그리고 정말 신기한 게 뭐냐면
얘가 굉장히 사나운 편이었거든
입질도 심했고 예민해서 쓰다듬기만 해도 싫을 땐 화를 많이 냈어
그런데 이제 그런 행동이 100에서 5정도로 줄어들었어
웬만해선 아예 화를 안 내고 아주 너그러워졌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뭔가 강아지 속에서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아
수술 전후로 자길 계속 아프게 하고 귀찮게 하는데도
눈이 아예 안 보이다 보이니까
아 이 사람이 나 눈을 고쳐주려고 했던 거구나 아는 느낌
시력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그런 것도 느낀 것 같고..
이 작은 강아지 안에 얼마나 복잡하고 다단한 세계가 존재하는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정을 갖고 사는지 느낄 수 있었어
수술 다 끝내고 나니까 통장이 텅 비어서 솔직히 허탈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안 했으면 어쩔뻔했나
안 보이는 채로, 무서워서 밖에서 오줌도 못 누던 애를 가만 뒀으면 어쩔뻔했나 싶어
감사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야
동식물방 토리들이 수술 잘 받고 오라고 해줬었는데
정말 덕분에 잘 받고 온 것 같아
고마워
다들 반려동물/식물과 영원히 건강하고 행복하길..!!! ♡
토리도 행복하길! 강아지 눈 관리 진짜 빡세게 해줘야겠다 ㅠㅠ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