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도 일본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됐지만
버닝의 경우는 좀 상황이 특이해.
일본 원작 + 일본 공영방송의 직접 투자가 이루어진
일종의 쿨재팬 프로젝트라는거.
1. 일단 일본 공영방송 NHK의 투자를 받았다는 점.
(애초에 버닝 자체가 NHK 하루키 영화화 프로젝트의 일환임.)
알다시피 일본은 정언유착(정부와 언론의 유착)이 매우 심각함. 한일 외교 관계가 경색되자 한국 연예인들이 일본 방송가에서 갑자기 모두 사라진 것만 봐도, 정부 지침에 긴밀히 협력한다는 걸 알 수 있음. (특히 방탄소년단을 전날밤에 출연취소하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사과종용한 것도 NHK)
오죽하면 몇년전에 NHK 회장이 "정부가 오른쪽이라고 하는 것을 (NHK가) 왼쪽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대놓고 말하기까지 했음. NHK가 정부의 확성기 노릇을 하고 있다고 실토한거. 게다가 NHK는 후쿠시마 활성화를 위해 후쿠시마 배경의 대하드라마까지 제작 지원하는 곳임. 그런 곳에서 지금처럼 한일경색이 심각할때 한국 감독에게 투자한다? 과연 아무 의도 없이 가능했을까.
그리고 애초에 버닝 자체가 NHK가 주도하는 하루키 단편 영화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음. 이창동 감독이 먼저 기획한게 아니고, NHK가 이창동 감독에게 '연출 의뢰'를 해서 제작이 된 것.
2. 정작 일본 감독들도 투자 받기 쉽지 않은 환경.
작년에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감독은 투자 받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 작품을 포기할 뻔 했음. 현재 일본내에서 영화 제작 예산을 지원해주는 곳이 거의 없거든. 고레에다 감독은 이렇게 어렵게 제작해서 작년에 황종까지 받았음에도 일본 정부에게 홀대를 당했음. (아베 총리가 축하서신은 커녕 인사치례도 하지 않았고, 자민당의 주요인사들도 마찬가지로 무시함)
고레에다 감독은 꾸준히 정부의 우익성향을 비판했기 때문에 진작 정부의 눈밖에 났었고. 황종을 받은 만비키 가족의 스토리가 '도둑질을 해 먹고사는 일본인 가족'의 이야기라서, 일본인을 부정적으로 그렸다는 인식 때문에 우익들에게 반응도 매우 안 좋았음. 한마디로 고레에다 감독의 성향 + 자국 비판적인 영화 스토리 때문에 제작부터 완성까지 고난이 많았던 것.
이처럼 현재 대외적으로 가장 유명한 일본감독도 정부에게 홀대당하고, 투자지원을 받기 어려운게 현실임.
그런데 버닝은 무려 정부주도 공영방송 NHK 의 투자로 만들어졌다는거. 일본이 자랑스러워하는, 노벨 문학상을 기대하고 있는 '하루키'의 작품을 가지고 칸에 출품한다고 하고. 그 작품의 방향도 공영방송의 입맞에 맞았기에 투자가 가능했던 거겠지. 요즘같은 한일경색 국면에서 (자국감독에게도 투자 안하는 마당에) 한국감독에게 투자를 결정한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음.
* 감독이나 버닝 작품자체가 친일본적이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님!!!!
다만, 요즘 케이팝에 숟가락을 얹고 jk-pop을 만드려는 움직임이 있는데다, 특히 일본이 쿨재팬 프로젝트를 위해 오랜기간 다각도로 큰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도 사실임. 버닝 자체도 이창동 감독이 먼저 작품화를 시도한게 아니고. NHK에서 하루키 원작 영화화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이창동 감독에게 '연출 의뢰'를 한거임. 적어도 일본의 사기업이었으면 돈벌려고 저러나보다 하겠지만....NHK는 정부 지침을 그대로 따르는 공영방송임. 모든 투자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과연 버닝 투자에 아무 의도가 없었을까?
감독은 전혀 친일적인 색채없이 자유롭게 작품을 해석해서 만들었을테지만. 일본 문화와 자본으로 시작했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지. 과연 버닝이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탔다면, 일본 정부와 언론이 '한편으론 일본 문화의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개인적인 생각으론,
버닝도 물론 자랑스러운 감독이 만든 훌륭한 작품이지만.
"일본 원작의, 일본 공영방송의 투자로 만들어진 영화"가 우리나라 최초의 황금종려상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함.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에
[기생충]이 지금 한국의 현실을 담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를 얻고 수상한게 대단한 쾌거이고 진정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