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글에서 BL물과 퀴어물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써봤어
BL은 하나의 장르야. 그래서 이 장르만의 관습과 규칙이 있음.
BL의 대전제는 공과 수야. 그리고 그 둘이 연애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둘 사이의 감정선을 다루는게 작품의 주요 흐름이 될 거야.
보는 독자도 이것을 기대하고.
(<킬링스토킹>이 BL인지 애매해지는 이유.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 다르겠지만..)
BL는 창작자와 독자 모두 대부분 여성이야. 그래서 현실 게이가 아니라 여성이 원하고 보고싶어하는 판타지적인 게이들의 모습이 나와.
일례로 만화방에서는 아니지만 지난번에 노벨정원에 갔다가 '내가 보고싶은 것은 BL이지 현실 게이가 아니기 때문에 관장 장면 같은 건 상세히 보고싶지 않다'라는 내용의 글을 봤는데 그 글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더라구.
그래서 등장인물들은 여성 취향의 잘생긴 남자들이 주로 등장해. BL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남성이면서 동성을 좋아한다는 사전적 의미에서는 '게이'가 맞지만 BL을 보는 여성들의 판타지로 세척된 게이야. 이들은 연하공, 떡대수, 능글공 등등 여러가지 키워드로 수식되어 BL독자들이 자기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포장되어 나열 돼.
판타지다보니 현실의 동성애자 비율과 달리 '알고보니 너도 게이 나도 게이 위아더 게이'같은 전개도 익스큐즈되고,
극중에서 당당하게 커플 선언을 해도 모두가 편견없이 축복해주거나 연애 관계에 조언을 해주는 등 퀴어가 현실세계와 맞닥뜨렸을 때 마주하는 퀴어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소거된 세계관이 등장하기도 해. (극중 배경이 일본이나 한국 등 보수적인 아시아국가임에도)
또한 BL에서 여자는 서사적으로 설 자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예 등장하지 않거나 매우 보조적인 역할에 그쳐.
대부분의 BL 독자는 공수가 확실한 것을 선호해(내가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임). 그래서 작 중에 리버스가 있으면 혹시 그게 스포일러라 할지라도 미리 언급이 있길 바래. 나는 보지 않았지만 <구룡특급>과 관련한 논란들을 떠올려보면 쉬울 것 같아.
그에 비해 퀴어물은 실제 퀴어들의 삶을 그리는 작품이야. 대부분 퀴어물이라고 하면 동성애물을 떠올리겠지만. 모두가 알 만한 것 중에는
<어서오세요 305호>나 <모두에게 완자가> 같은 게 있겠다.
물론 요즘은 BL물 중에서도 진지하게 성적 정체성을 고민하거나 현실 게이에 가깝게 그려내는 경우도 있어서 이 경우에는 BL과 퀴어물 그 경계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