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톨들 안녕!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극락왕생>에 빠져 영업글을 쓰러온 톨이야.(작가의 인터뷰를 많이 참고했어!)



1. 등장인물로서의 여성


주인공인 '박자언'이야. 자언이는 26살에 죽어 당산~합정역 구간 지하철에만 나타나는 귀신이 됐지. 관음보살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언이에게 가장 중요한 한 해를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줘. 이것으로 이야기는 시작 돼.

당산역 귀신이었다는 독특한 과거를 가진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 찾아보니 작가님이 이런 말을 하셨더라고.



[D. 작품 내에 독특한 귀신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어떻게 이런 귀신들을 만들어 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곽재식 작가님이 쓰신 <한국 괴물 백과사전>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기서 뼈대를 뽑아내서 살을 붙일 때도 있고, 어떤 귀신은 제가 일상 속에서 떠올리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일상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요.

그런데 이런 귀신 자료를 찾아보면, 장애인 혐오나 여성 혐오가 없는 디자인을 찾기가 힘들어요. 사람들이 뭘 두려워하는지를 보면 뭘 혐오하는지도 보이는 것 같아요.

극락왕생이 아무래도 자언이의 지나간 삶을 보여주는 이야기인 만큼, 특정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잖아요? 제가 자언이와 같은 세대인데, 학창 시절에 00역 귀신에 대한 시리즈가 유행을 했어요. 움직이는 웹툰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와서 보는 사람을 놀래키는 시리즈인데,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까 좀 우스운 거예요. 대체 긴 머리카락의 젊은 여성이 뭐가 그렇게 무서웠을까요?

어떻게 보면 극락왕생은 그 00역 귀신의 이야기입니다. ‘박자언은 왜 당산역 귀신이 되었을까요?’ 1화에서 관음보살이 질문을 던지잖아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앞으로 천천히 찾아나갈 거예요.

- 작가의 인터뷰 中]




또 다른 주인공 도명존자. 저승에서 지장보살을 모시는 호법신이야. 원래는 자언이를 저승으로 끌고 가려했는데, 일이 잘못 꼬여서 '자언이의 1년을 함께 보내며 그녀의 극락왕생을 도우라'는 명을 받지.

개인적으로는 큰 감명을 받은 캐릭터였어. 성질 더러움 + 상사(지장보살)에 대한 충성심 max + 어리지만 능력짱짱 + '시험에선 언제나 이겨야한다'는 자기강박을 가진 인물이거든. 잘났고, 원칙주의자이고, 그래서인지 귀신이 되기도 했던 자언이를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야. 근데 내 덕질 안에서는 이런 서사를 가진 남자캐릭은 많이 봤어도 여캐는 정말정말 드물었거든. 그래서 야광봉 휘두르면서 보고 있다. 

도명이의 캐릭터성에는 작가님의 이러한 생각이 담긴 건 아닐까 하고 추측해봐.


[D. 이런 생각으로 만드셔서 그런지, <극락왕생>은 미디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순하게 묘사된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보이고 그래서 작품에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일단 만화 속의 여성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흔히 말하는 이누야샤, 원나블(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세대인데 제 최애캐(최고로 애정 하는 캐릭터)는 늘 여성이었어요. 그런데 꼭 처음에는 멋진 캐릭터였던 여성 캐릭터들이, 뒤로 갈수록 남성 주인공의 멋진 전리품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요. 좋아하는 캐릭터가 활약을 덜 하게 되면 만화가 재미 없어지고. 그런 일을 반복적으로 겪다 보니 나중에는 저도 자연스럽게 남성 캐릭터를 좋아하게 됐죠. 더 나아가서 남성 캐릭터만 나오는 이야기를 만들게 됐고요.

그런데 페미니즘을 접하고 생각해보니, 제 이야기 안의 남성 캐릭터들은 굳이 남성이어야 할 필요가 없는, 굳이 표현하자면 ‘어떤 역할이든 맡을 수 있는 전능한 무성체’에 가까웠던 거예요. 그런 캐릭터들을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만 설정했던 이유는 여자가 주인공이면 재미가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한 제 안의 심각한 여성혐오 때문이었죠.

그것을 깨닫고 나서는 이야기를 짜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물론 읽는 방식도 바뀌었고요.


- 작가의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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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이 되는 두 명의 신. 문수보살(좌)과 지장보살(우)이야. 단순히 신적인 존재로만 생각했는데, 그 신들 또한 거대한 우주의 진리를 설파하는 자들일 뿐이지. 그래서인지, 문수보살은 바다를 바라보며 '외로움'을 떠올리기도 해. 다분히 인간적인 면도 보이는 이 신들이 앞으로의 스토리를 어떻게 끌고갈 지 기대가 돼.

신들의 외관도 어찌보면 중성적인 느낌이 드는데, 난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가 이거라고 생각해. 여성들의 제각기 다른 스타일링말이야! 문수보살이 담배를 뻑뻑피우고 다니는 골초에 가죽점퍼와 비니를 항상 착용하고 다니는 '여자'라는 것. 주로 캐주얼한 차림으로 다니는 '도명'이라던가. 여자사람이 저런 외관을 하고 다닐 수도 있을텐데, 만화로 보는 것 뿐인데도 내 눈에는 낯설더라고. 그래서 스스로 얼마나 편견이 많은지 다시금 느꼈어.



그 외에도 대부분의 인물이 여자사람인데, 그 중 특히 내 눈을 끌었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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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여자 일영이!!! 저승 소속인 친구인데 눈빛만 보고 쫄았자나요..광인 같은 무서운 여자 좋습니다. 





2.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극락왕생>은 '
불보살의 자비 아래 되살아난 박자언은 지옥의 호법신 도명 존자와 함께 일상 속의 기묘한 사건을 해결한다.윤회의 끝, 극락왕생을 위해.'라는 소개글을 가진 작품이야. 

자언이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관음님은 하필 왜, 나를 되살렸을까' '나는 왜 죽은걸까' '왜 귀신이 된걸까' '고등학교때 친하던 그 친구들과는 왜 연락이 끊겼을까' '왜 내가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 건가' '나는 누구일까'. 그런 질문들을 말이야. 



10화의 엔딩에서, 자언이는 멈추지 않는 눈물을 쏟으며 독백해.


"어떡합니까.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불쌍하고 혼란한 우주에서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어떻게 해야 합니까.

비로자나여. 부디 답을 주시길바랍니다"


삶은 너무 막막하기만 하고, 고민만 하고 있기엔 매일 아침이 와. 나는 또다시 무엇이라도 해야하고. 그럼 숨막히는 삶 속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작가님의 대답들이 무척이나 좋았어. 묵직한 위로들이 마음에 와닿았어.



[D.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으시는 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오늘 가장 많이 한 얘기가 좋은 걸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었어요. 모두가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생의 슬픈 것들만 골라서 기억하게 되는 이유는 슬픈 일을 계기로 내 삶을 영원히 바꿀 만한 중요한 선택을 내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도 작년에 힘든 일이 많았는데, 그게 계기가 되어 <극락왕생>을 그릴 수 있었거든요.


오늘 공교롭게도 인터뷰 장소가 합정이었던지라, 자언이가 있었던 당산과 합정 구간을 지나왔어요. 지하철 안에서 지난날을 떠올리니 기분이 새로웠습니다.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는 제가 그걸 계기로 <극락왕생>이라는 작품을 만들고, 딜리헙과 인터뷰까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러니 지금 슬픈 일을 겪고 계신 분들께, 힘내라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계속 살아가시길 바라요. 좋은 걸 기억하고 같이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요. 마음의 회복은 과거로부터 오니까요.


- 작가의 인터뷰 中]





3. 이 작품을 보고싶다면

작품 보는 곳 : https://dillyhub.com/home/gosaribaksa/grws

'부처님 오신 날' 행사로 할인중이야! 16,600원이면 최신화(10화)까지 한번에 볼 수 있다! 1, 2화는 무료야! (이게 본문)

작가 인터뷰 : https://dillyhub.com/page/74

페미니즘에 관한 작가님의 깊은 생각들이 많으니까, 관심있는 톨들 봐봐!

작가 블로그 : https://grws.tistory.com/

그럼 영업은 이쯤하고 물러갈게! 긴 글 읽어준 톨들 고마워 ㅎㅎ

  • tory_1 2019.05.12 19:01

    작가님 연출이랑 감성이 넘나 좋아ㅠㅠ 극락왕생 최고

  • tory_2 2019.05.12 19:02
    빨리사야지 ㅠㅠㅠㅠㅠ 영업글 고마워 ㅠㅠㅠ
  • tory_3 2019.05.12 19:10
    이거 진짜 조아ㅠㅠㅠㅠㅠ
  • tory_4 2019.05.12 19:11
    많이 봤으면 좋겠다
  • tory_5 2019.05.12 19:42
    오늘(12일)까지 행사중!!!! 오늘 놓치지마!!!!
    3, 4화 13코인
    5, 6화 17코인
    7, 8화 20코인
    8화까지 총 100코인!! (=10,000원)
    근데 일반 웹툰보다 분량이 훨씬 길어서 (한 화에 300컷 내외?) 분량에 비해 가격이 비싼 건 아니라고 생각해! 다들 꼭 보자 존잼이야ㅠㅠㅠ
  • tory_6 2019.05.12 19:51

    정말 좋은 작품이야. 작중 배경인 2011년에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던 20대 여성들이면 공감갈 만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와. 보면서 캐릭터들의 얘기가 내 얘기 같고 여성 모두의 얘기 같고 그래.

    작가님 개그센스 때문에 웃기기도 엄청 웃기고 재밌는데ㅋㅋㅋ거기서 그치지 않고, 읽고 나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희망을 주는 작품 같아. 그리고 캐릭터들이 다 입체적이고 매력있어ㅋㅋ빠짐없이 애정하게 된다. 

  • tory_10 2019.05.13 07:04
    헉 2011년에 고등학생이었던 톨 보러 갑니다...
  • tory_7 2019.05.12 20:1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4/28 23:17:30)
  • tory_8 2019.05.12 20:31
    아 나는 플랫폼 땜에 결제가 망설여져ㅠㅠㅠ... 가격이 보통 웹툰이랑 같았으면 모를까 한화당 거의 단행본 하나 가격인데 딜리헙에서 끝까지 소장 가능할까 싶어서ㅠㅠㅠㅠㅠㅠ 여기 홈페이지도 엄청 불안정하던데 흑흑
  • tory_9 2019.05.12 22:22

    나 고민하다 할인하는 회차는 다 사보려구 만원 결제함 ㅠㅠ! 플랫폼은 신생같아서 불안하긴한데 작품이 넘 존잼이라 망설임없이 결제해버렸어 ㅠㅠ 분량도 길고 ㅠㅠㅠ!!

  • tory_11 2019.05.13 08:55
    한화당 단행본 하나 가격인건 그만큼 스크롤이 길어서... 다른 웹툰 다섯편은 합쳐놓은거 같아! ㅋㅋ
    이번 할인때 사서 벌써 다섯번째 읽구있는데 단행본화 꼭 됐우면 좋겠어....
  • tory_12 2019.05.13 10:24
    아래 올라온글 보고 괜찮은 만화 영업당해서 기분 좋다. 고마워
  • tory_13 2019.05.13 14:06
    다른 작가는 여성 혐오적인 작품을 하면서도 잘 나가기만 하지만, 나는 가난하게 여성주의적인 작품을 만들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비평 받는 일은 분명히 고되고 서럽고 지칠 거예요. 그래서 굳센 다짐이 필요합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해요.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죠.

    이 인터뷰 맘아프고 멋있다
    만화도 정말 좋은데 소장본이나옴 좋겠어..
  • tory_16 2019.05.13 20:19
    진짜 이 부분...ㅠㅠㅠ작가님 소신 너무 멋짐
  • tory_14 2019.05.13 14:17
    헐 도명존자 여자였어?! 짤만 보고 넘겼는데 여캐라니까 갑자기 열라 내취향..
  • tory_3 2019.05.14 10:38

    초반에 나오는 히로아카 아이자와 닮은 캐 빼고 다 여자야! 대머리도 여자 짧머도 여자 다 여자

  • tory_15 2019.05.13 14:38

    인터뷰가 너무 주옥같다...마지막에 좋은걸 기억하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

    그만 두고싶고 때려치고싶고 우울했던 요즘인데 이 말을 보고 나니 엄청 위안이 돼

  • tory_17 2019.08.19 12:16

    앞으로가 너무 기대됨. 진짜 잘 그리는 작가야

  • tory_18 2022.09.18 19:24
    지금 극락왕생 보고있는데 좋은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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