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숲
나는 엊그제 임신 사실을 알게된 초보임신 토리야.

임신 기다리고 또 임신 확인한 이후로 도토리숲의 육아 카테고리 글을 거의 다 읽어본 거 같아 ㅋㅋㅋ 임신으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글들은 물론이고 ㅋㅋ

방금 전에 요즘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봤는데 엄마토리들이나 임신준비하는 토리들과 나누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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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과 용기


남편과 나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딴 이름의 '유유'는 지금 신나게 세포분열을 하며 자기자신이라 부를 만한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아직은 초음파로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유유의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가능성'이다. 나의 지난 생리 주기 때부터, 그러니까 아직 수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부터, 유유는 '임신1주, 임신2주'였다고 한다. 나는 이런 기묘한 임신주수 셈법을 듣고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떠올렸다.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을 확인할 때 비로소 상자 속 고양이가 살아있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들은 한때 확률과 가능성으로만 존재했다. 아직 불안정한 세포덩어리인 유유가 초기유산이라는 가혹한 시험을 통과하기는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3주 동안 엄마 곁을 떠나지 않고 잘 버틴다면 이 아이는 '가능성'에서 '사람'에 더 가까워진다.


나는 사실 유유가 오기 전부터 유유를 사랑했다. 존재하지 않을 때에도 그의 존재를 사랑했다는 아이러니를 대하며 신에 대한 메타포를 생각해왔다. (남편은 무신론자임에도 나의 신학에 찬사를 보내주었다.) 갑작스럽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동방박사들의 방문과 함께 구원의 종소리가 들린 건 아니다. 혼란과 두려움에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누군가를 만나 삶을 함께한다는 것의 순수한 기쁨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바로 아이의 아빠, 나의 남편을 통해서이다. 단지 한 명의 사람을 만났을 뿐인데 삶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전환되고 그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행복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상대적으로 포기해야하는 이점들이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개의치 않게 될 정도로 격이 다른 경험을 접하게 된다는 것. 남편을 만남으로써 내가 알게된 삶의 비밀은 또 다른 사람을 만나러가는 모험에 기꺼이 뛰어들도록 용기를 실어주었다. 원래 우연히 알게 된 비밀 이야기는 힘이 센 편이니까.


다행히 요즘은 직장의 업무가 한가하고 볕도 따뜻하니 좋다. 미세먼지가 많지 않더라도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하고 운동은 이삼십 분 슬슬 걷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엽산과 비타민D를 미리 복용해둔 게 참 다행이었다.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될지, 혹은 유유가 이 곳을 좋아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올 겨울 그 아이가 한 몫의 사람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아직 완전히 찾아오지 못한 너의 존재를 그리워하며 지금의 우리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고, 가능성과 용기를 품고 너를 반가워하고 있었다고.
  • tory_1 2019.04.1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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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19.04.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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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19.04.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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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19.04.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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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5 2019.04.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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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6 2019.04.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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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7 2019.04.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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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8 2019.04.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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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9 2019.04.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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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0 2019.04.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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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2 2019.04.1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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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6 2019.04.18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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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7 2019.04.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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