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메탈패닉) 애니에는 나오지 않은 치도리 카나메의 개인사에 대해

 

애니의 특성상 심리묘사가 많이 생략되는 건 당연함.

주인공인 사가라 소스케의 개인사나 감정선은 주인공이니까 애니판도 따라가기 나쁘지 않았는데 히로인인 치도리 카나메의 개인사는 거의 생략되어서 좀 아쉬웠음.

그래서 쪄보는 글임.

 

 

 

1. 귀국자녀

 

일본에서는 외국에서 살다가 다시 일본으로 와 학교를 다니는 학생을 귀국자녀라고 하더라고.

카나메도 전형적인 귀국자녀 캐릭터임. 어릴 적에 미국에서 살다가 중학교부터 일본에서 다닌 케이스. 카나메가 귀국자녀인 건 베히모스 사건 때 텟사하고 나란히 인질 돼서 나눈 대화를 보면 알 수 있음. 이 때 카나메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지나가는데 좋았어.

 

날 납작하게 만들려고 덤벼드는 걸 ‘적’이라고 한다면 그런 것과 맞닥뜨리면 반격을 하고 싶어진다는 대사가 애니에서는 걍 지나가버려서 아쉬움.

치도리 카나메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카나메에게 ‘적’이란 꼭 총들고 덤비는 것만 적이 아니고 어마어마한 양의 숙제, 아침에 쏟아지는 졸음, 밤이면 찾아오는 고독, 누군가의 악의, 한 달에 한 번 오는 고통, 장래에 대한 불안, 실연의 불안, 이런 것도 적이라는 서술이 인상 깊었음.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서술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일본 사회에서 여자가 내가 잘 하는 걸 잘 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고 자신감 드러내면 미움 받는다, 여자를 칭찬해줬을 때 ‘저 같은 게 뭘요’ 라면서 겸손떨지 않으면 싫어한다라는 부분이 되게 충격적이었던 거 아직도 기억 남. 일본에서 실제로 그러나? 일본 안 살아봐서 모르겠고 20년 전에 연재된 작품이라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네. 지금은 안 그랬음 좋겠다 너무 슬프니까.

 

카나메는 노력도 했고 자신도 있는데 왜 자신있는 걸 자신있다고 말하면 안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일로 주위에서 지적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이해 안 간다고 하는 것도 나옴. 중학교 때 학교 적응이 힘들었던 것도 이런 사고방식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음.

 

그리고 카나메가 중학교 선배를 좋아했던 것과, 극초반 보이 미츠 걸편에서 소스케에게 했던 말도 이어지는 것 같아.

 

카나메가 행동력 쩔고 직설적인 스타일인게 장점이자 단점인데, 대부분 이걸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지적하는데 중학교 선배는 그걸 긍정적으로 봐주는 사람이었음. 그런 점 때문에 카나메는 그 선배를 좋아했다는 서술도 있음.

 

극초반 보이 미츠 걸편에서 카나메는 비상식적인 전학생 소스케에게 전에 살던 학교는 어땠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넌 성격 특이하지만 너의 그런 점을 이해해주는 좋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말함.

이때 전의 학교는 어땠냐고 했던 건 환경이 달라서 하는 실수인가 싶어서 물었던 것이고

‘좋은 사람’은 다들 단점으로 보는 성격을 장점으로 봐주는 ‘좋은 사람’을 중학교 때 만났기 때문에 너도 그런 사람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의미로 했던 거 아닐까.

상투적인 말이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 같아.

 

 

 

조금 딴 소린데

일본만화에 미국에서 살다가 전학 온 애들이 직설적인 말투 때문에 일본 애들과 갈등 빚는 스토리가 되게 많던데 대개 로마에 오면 로마법 따라야 하니 네가 일본 사회에 어울리고 싶으면 일본식 화법에 맞추라는 결론이더라. 꼬마 마법사 레미의 모모 에피소드도 그래서 잘 이해가 안 갔음... 허허 그래서 모모가 결말에서 미국 갔나 보다...

 

 

중학생 때가 카나메에게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심적으로 힘들던 시기였음.

어머니의 죽음+이지메 겹치면 누구에게나 매우매우 힘든 시기일 거야.

 

중학교 때 어머니가 병으로(암이었던 거 같은데 아닐 수도 있음) 돌아가신 게 카나메에게는 트라우마가 됨.

그리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성격 때문에 미움을 사 이지메를 당했던 걸로 보임.

이것도 간접적으로 나오는데 미즈키가 화장실에 거짓말로 음해하는 욕설 써놓은 사건 때도 이런 소문 며칠 지나면 가라앉는다, 이런 거엔 면역이 있어서 괜찮다, 라고 말한 걸로 봐서 예전에도 이런 일을 당했던 거 같음

베히모스편에서 텟사하고 함께 인질 되었을 때 대화하는 장면 있는데 애니에서는 지나치게 간략화되어서 안 나옴. 이지메당할 때 스마트한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후회는 않는다고 했던 방식을 썼는데, 정황상 제대로 뒤집어 엎은 거 같음. 기물파손으로 정학 먹은 것과 연관 있을 거 같아.

 

고등학교 때부터는 환경이 바뀌어서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반장, 학생 부회장 할 정도니까. 소스케가 전학 왔을 때 초기에 잘해주려고 했던 것(카나메 경호 때문에 온 거라고 밝혀지기 전에도)이나 적응 도와주려고 했던 것, 텟사가 단기로 학생체험 왔을 때도 반 친구들과 잘 지내게 도와주는 면도 중학교 때 일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음.

 

 

귀국자녀라서 영어에 능함. 영어는 자신있는 과목.

애니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미스릴 사람들하고는 영어로 대화한다는 설정. 특히 텟사하고 하는 대화는 영어인데 애니에서는 사정상 일어판은 일어 더빙판은 한국어로 나옴. 외국인인데 어떻게 대화하냐 싶은 장면들 다 카나메가 영어로 말했던 거임.

 

 

 

 

2. 대디 이슈

 

아버지 때문에 자식이 겪는 트라우마와 정신적 불안은 넓은 의미에서 대디 이슈라고 할 수 있음.

 

카나메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배신당했다’라고 생각하고 아버지에게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느낌.

 

카나메의 어머니는 친정(카나메에게는 외가)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사랑의 도피하면서 밀어붙이고 친정하고는 의절함. 어느 정도냐면 어머니가 병사했을 때 외가 친척이 조문 직접 안 왔을 정도. ㅠㅠ 반대하는 결혼 한 거면서 아버지는 직장 일 때문에 어머니 임종도 못 지킴.

 

묘사 보면 어머니가 병사하기 이전에도 아버지랑은 성격면에서 맞지 않는 타입이었던 것 같음. 그 왜 누구나 가족 중에 몇 십 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도저히 성격이 안 맞는 가족 하나쯤 있지 않아? 그게 카나메에게는 아버지였던 거고 어머니 죽고는 중재해줄 사람도 없으니 더 사이가 벌어진 것 같음. 카나메는 고등학교 진학 이유로 일본에 남고 동생은 아버지 따라 뉴욕 갔는데 사실 미국 가도 될 걸 굳이 남은 건 아버지랑 같이 있기 싫은 것도 어느 정도 있었을 듯.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그 사람도 왠지 아버지가 어머니를 배신했듯 결정적인 순간에 내게 등을 돌려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그 불안감이 마음의 벽이 돼서 적극적으로 대시하지 못 함. 그래서 첫사랑인 중학교 선배도 좋아했으면서 끝까지 고백 못 하고 그냥 떠나 보내고. 소스케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계속 자기부정하다가 결국 자기 마음을 인정함.

 

애니 3기 막화에서 소스케가 월급 반으로 깎아도 되니까 카나메 호위 계속 하겠다고 하는 씬은 결말까지 본 다음에 보면 다시 보임.

카나메가 아버지에게 바랐던 것은 지금보다 돈도 명예도 없어도 어머니 아플 때 곁에 있어주고 가족을 일보다 더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였단 것을 원작 마지막권 보면 알 수 있음.

결혼 전에는 세기의 사랑꾼이었는데 결혼 후에 돌변하는 남자 많은데 카나메 아버지도 그런 케이스였던 건 아닌가 싶음.

어쨌든 소스케는 금전적 손해 감수하고 카나메 곁에 있는 걸 택하는 사람이니까 카나메가 좋아한 거 아닐까 싶어졌음.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는 다시 돌아왔고. 카나메가 작중 계속 소스케가 옆에 있어주길 바란다는 묘사가 나오고 결말에서 ‘계속 곁에 있어줘’라는 대사까지 나온 것도 이렇게 보니 다르게 보임. 연인 간의 상투적 대사인줄 알았는데.

 

카나메가 참 많은 일이 일단락 된 본편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아버지와 다시 잘 지내려고 했던 이유는 아버지를 이해해서나 용서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음.

카나메의 이상세계에서 아버지는 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서 시간을 낼 수 있는 직장으로 옮겼고 일보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중시하는 모습을 보임. 그런 아버지를 봤는데 현실의 아버지 보면 화딱지 날 것 같은데 왜 화해를 하려 했느냐 하면, 카나메가 결국 현실을 택했기 때문임. 달콤한 이상세계 대신 고통스러운 현실세계를 택했고, (사실 살아있지만) 그 당시에는 소스케도 죽은 줄 알고 있음. 단기간에 힘든 일을 많이 겪고 나니까 가족과 잘 지내고 싶고 기대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욕구임. 나이 먹고 철들수록 사람이 왜 비빌 언덕 있어야 하는지 절실이 느끼게 되거든. 이것도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함. 작가는 단순하게 해피엔딩 내려고 사이 안 좋은 가족도 봉합하려고 한 것 같지만...

 

 

 

 

3. 가족 관계

 

어머니하고는 사이 좋았을 것으로 보임.

외출 전에 어머니 사진 보고 어머니 물건도 이것저것 소중히 보관하고 있고. 항상 차고다니는 손목시계도 어머니 유품일 확률이 높음. 고등학생이 차고 다니기에는 어른스러운 디자인에 브랜드가 까르띠에고, 카나메가 원조교제한다더라, 사실은 아무 남자하고나 잔다더라, 금품으로 매수해서 부회장에 당선된 거라더라, 후배 여학생을 폭행했다더라 이런 더러운 음해도 그냥 넘어갔는데 차고 다니는 손목시계가 원조교제하는 남사장이 사준 거라는 모욕에는 화냄. 무엇보다 어머니랑 사이 나빴으면 아버지가 어머니 임종 안 지켰다고 미워하지도 않았을 것.

 

여동생하고는 자주 통화하는 것으로 보아 나쁘지 않을 것 같음.

 

카나메 생일이 12월 24일인데 부모가 여동생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생일 선물을 따로 챙겨주면서 카나메는 선물 하나로 퉁침. 섭섭해해도 부모가 언니니까 걍 참으라고 했다는 것으로 보아 부모에게 서운함은 느꼈을 거 같은데 이거 때문에 사이가 나빴다고 보는 건 무리수임.

어머니 병사 전에는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이었을 것 같음.

 

 

 

 

4. 자취

어머니 병사 후 아버지와 여동생은 뉴욕 가고 카나메는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일본에 남아 자취를 시작함.

혼자 산다고 인스턴트로 대충 때우지 않으려고 하는 점이 바람직한 1인 가구의 자세다.

요리를 잘함.

1인분 하기 힘든 요리도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까+혼자인 게 외로워서 등등의 이유로 다른 사람들과 저녁을 함께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옴. 특히 소스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게 자주 나옴.

    

 

여자 혼자 사니까 아무래도 치안이 걱정되겠지. 거실쪽에 항시 야구배트가 있는데 방범용인 것 같음. 육상 대회, 수영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운동 신경도 좋고 쿄코가 속한 여자소프트볼부 종종 도와주는 거 보면 야구빠따 휘두르는 솜씨는 선수급일 것이다.

그걸로 속옷 훔치는 같은 반 변태 남학생을 때려잡기도 함.

+카나메가 아르바이트하는 묘사도 있는데 아버지에게 용돈을 지원받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음. 소스케가 카나메 노트 두고와서 같이 찾으러 가는 외전에서 카나메가 알바 안 하면 이번달에 쓸 용돈이 없다고 노트 못 내서 보충수업 받게 되면 어쩌냐고 말하는 장면 있음. 근데 고등학생이 알바하는 게 원래 흔한 거 같아서 잘 모르겠당.

요런 점을 알고 보니까 카나메가 다시 보이더라.

공감대 형성하기 좋은 설정인데 애니에서는 잘 나오지 않아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