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식물

토하~! 즐거운 토요일 밤이야 '▽'


한 것도 없는데 주말이 하루밖에 안 남았다니 실화??

울적한 기분을 날려버리기 위해!

우리집 고양이 후치 사진과 글을 가져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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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치는 우리 집에서 나와 남편과 5개월째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야.

하얀 털에 모자를 쓰고, 꼬리에는 줄무늬가 있는

깜찍하고 매력적인 코리안숏헤어 3살, 수컷!


작년 11월 밤에 운동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웬 고양이가 차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

동네가 떠나가라 목놓아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야옹아"하고 한 번 불렀다가... 애기가 너무

필사적으로 다리에 매달리는 바람에

얼떨결에 데려와서 그대로 우리 식구가 되었어.


예방접종도 중성화도 되어 있어서

유기묘나 가출묘로 추정되는데,

둘 중 어느 쪽이라 해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척 영리하고 애교 많은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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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똑똑한 고양이 후치가 쓴

수필을 가지고 왔어.


이건 비밀인데 사실 후치가 직접 쓴 건 아니고,

낮에 하루종일 후치랑 붙어 있는 내 남편이

살짝 대필을 해준 거라지 뭐야.

후치는 발가락이 두툼하고 짧아서 사람들이 쓰는

키보드를 쓰는 게 아직은 좀 어렵다나봐!


내 남편은 프리랜서 작가인데, 내가 출근하고 나면

집에서 작업을 하면서 하루종일 후치를 돌봐주거든.

후치가 원래 길에서 남자한테 안 좋은 기억이

있었는지 남자만 보면 겁을 먹고 도망쳤는데

남편이 하루종일 밀착 케어를 해줬더니 이제

남편한테는 마음을 완전히 연 모양이야.

수필 대필까지 시킬 정도면 말 다했지.


우리집에 왔던 그날 밤부터 시작해서

우리 가족과 함께 한 생활을 돌이키면서 쓴 글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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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 책을 읽다 잠든 후치



#1.


이 몸은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젯밤도 차 아래 있었다. 차 밑은 매력적이다.

은폐가 수월한 데다 찬 바람도 덜하다. 

제일 좋은 차는 밤에 시동을 끈 지 얼마 안 된 차다. 

일단 따뜻하며, 아침까지 그대로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동네에 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사흘 정도일 것이다. 

인상 좋은 동네다. 어제는 세탁소 아저씨에게 

김밥 한 조각을 얻어 먹었다. 

다른 녀석의 냄새가 여럿 나는 아주머니도 지나갈 때마다 

이 몸을 반겨주었다. 

"내가 벌써 셋을 키워서, 너까지 데리고 갈 수가 없구나..." 

이 몸은 이해한다는 의미로 야옹, 해주었다.


어젯밤, 그녀를 만난 것도 차 아래서였다. 

밤 아홉시 반 정도를 막 넘긴 시간. 

이 즈음부터 아침까지는 늘 고역이다. 

날이 추워지는 요즘에는 더 그렇다. 

이 몸은 차 아래에 가만히 앉아 흘러가는 발목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간혹 야옹, 했다. 


야옹밖에 할 줄 모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야옹은 

야옹이라 하더라도 다 같은 야옹이 아니다. 

이 몸의 어휘력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그냥 넘어가주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이 몸의 야옹, 

에는 마성적 매력이 있다는 것이며, 그것으로 김밥 한 조각과 

다른 녀석의 냄새가 나는 아주머니, 그리고 

녀의 손길을 얻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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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몸은 고양이다. 이름은 후치다.


그녀가 이 몸을 데리고 집에 들어왔을 때, 이 몸은 그녀가 

혼자 사는 것이 아님에 매우 실망했다. 

그가 접근할 때면 이 몸도 모르게 발톱이 바짝 섰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했으며

그는 조금 울적해진 얼굴로 이 몸을 바라보았다. 

그때는 그의 울적해진 얼굴만큼 이 몸도 동정을 보내주었다. 

이봐, 이 몸도 그쪽이 심하게 싫은 건 아니야.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몸은 그를 그놈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녀가 말했다. "이름을 뭘로 할까?" 

그가 말했다. "후치." 

녀가 말했다. "왜?" 

그가 말했다. "후안무치하잖아." 

이래서 그는 이 몸에게 그놈이 되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후치는 그놈이 어렸을 적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었다. 

나중에야 알았으므로 이 몸은 지금도 그를 

그놈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 자신에게 굉장한 

당위성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록 이 몸에게 '낯 부끄러운 줄 모르는 놈'이란 

이름을 붙인 그놈이지만, 그놈에게도 장점은 충분하다. 

동물 다큐멘터리는 재미있다. 

이 몸이 동물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것을 안 뒤로 

놈은 늘 리모콘을 들어 편성표를 뒤져본다.


부모를 잃고 사람의 손에 크는 코뿔소와 

코끼리의 이야기는 이 몸의 예전 일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 몸은 그녀에게 자주 꾹꾹이와 쭙쭙이를 한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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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몸은 고양이인 것이다. 살이 조금 쪘다.


그녀가 이 몸을 줍고 다음날, 그놈은 이 몸을 병원으로 

데려가서는 세 번 놀랐다. 이 몸이 수컷이어서

(이 몸이 밤새도록 울어서 임신한 줄 알았단다. 세상에.), 

중성화에 예방접종도 다 되어 있어서

(평범한 길냥이인 줄 알고 병원에 첫 등록을 

'길냥이'라고 했다. 참 나.), 

흉터인 줄 알았던 털이 빈 콧잔등이 곰팡이성 피부염 

때문이어서(차라리 병에 걸릴지언정 맞고 다니진 않았다.). 


그놈은 검사비에 약값까지 십만원 넘는 돈을 내며 

이 몸에게 아프지 말라는 말을 했다. 

이 몸이 아프고 싶어서 아파하는 줄 아는 것 같다. 

사실 별로 아프지도 않다.


그래도 병원 가는 길은 별로 좋지 않다. 

그놈은 이동장에 이 몸을 싣고, 조금 걷고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또 조금 걷는다. 불평의 냐옹, 을 뱉으면 

그놈은 이동장을 살짝 두드리며 "괜찮아, 괜찮아." 한다. 

아니, 이 몸이 안 괜찮다고, 이 몸이.


이 몸이 동물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듯, 그놈은 책을 좋아한다. 

책이 아주 많은 방에서 혼자 책상 앞에 앉아 

뭔가를 투닥투닥 두드릴 때가 아니면, 

아주 많은 책들 중 하나를 꺼내와 거실의 빈백에 앉는다. 

이 몸은 고양이이며 첫 집, 그리고 얼마간의 거리 생활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혔다. 앞서도 말했듯 역시 냐옹, 이다. 

다만 냐옹, 에도 반응이 없다면 그 다음 수는 다양해진다. 


이를테면 그놈이 혼자 뭔가를 먹는 게 치사하게 느껴져서 

냐옹, 하면 "후치야, 너 살 쪘어. 수의사 선생님네 

애는 7kg이라더라. 너도 방심하면 그렇게 돼! 

지난번보다 200g 늘었잖아. 간식은 하루에 

한 번만이야." 한다. 고작 200g 때문이라니,

아쉬움에 연속된 냐옹을 해보지만 효과는 없다.


아쉬움은 복수심을 부른다. 

이 몸은 책을 든 그놈의 팔 사이로 은밀히 파고들었다. 

고양이과 동물 특유의 민첩함과 날렵함,

도비닉의 유지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책 위에 누워 버렸다. 

좀 딱딱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럭저럭 

누워 있을 만했다. 


...어떠냐, 이 몸... 처절한... 보...... ㄱ......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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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 몸은 후치란 이름의 고양이다. 예전 이름은 잊었다.


예전 이름은 거리에서의 기억 너머로 희미해졌다. 

인간들이 하는 말로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잘만 기억난다던데, 이 몸도 그렇다. 

가끔 꿈자리가 사나울 때면 대부분은 거리에서의 기억 때문이다. 


거리에서 이 몸이 얻기 쉬운 것은 피부병이었고 

얻기 어려운 것은 먹거리였다. 피부 곰팡이 때문에 

지금도 그놈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붙잡혀 

연고 바르기를 당하고 있다. 

거리에서 떡하니 영역을 차지한 길바닥 친구들은 

이 몸에게 먹거리를 나눠줄 관용이 없었다. 

이해는 한다. 그 친구들도 먹고는 살아야겠지.


가려움과 허기는 해가 드높이 떠올랐다 내려갈수록, 

하늘이 어두워지면 어두워질수록 점점 심해졌다. 

이 몸은 아무래도 이 몸의 가려움, 아니면 허기가 

저 해를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해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사이에 가려움과 

허기를 달랜 것은 이 몸이 이 일기를 시작하며 

처음에도 언급했던 따뜻한 동네 사람들 덕분이었다. 

김밥을 주었던 세탁소 집 아저씨나, 

이따금 쓰다듬으며 먹이를 주었던 아주머니나.


그러니까 이 몸이 그녀와 그놈의 밥상머리에 

올라앉는 것은 지극히 당연스러운 일이다. 

이 몸은 이미 사료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간 밥의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이 몸의 반응을 가장 

껄끄러워 한 건 물론 그놈이었다. 

(혹시나 싶어 말해두는데 방금의 문장은 표절이 아니라 패러디다.) 


"야, 너 그 입에 문 닭뼈 이리 내!" 

"족발은 안 된다, 후치야."

"케이크 먹은 접시 핥지 마!" 

"...하다 못해 컵우동에 달려드는 고양이는 네가 처음이다..." 


이 몸 말곤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없으면서 

그놈은 저런 말을 한다. 그녀는 가끔 닭의 살을 발라 주었지만 

그놈은 버릇 잘못 든다며 절대 주지 않는다.


그놈은 그놈이다. 쳇. 그래도 나가서 연어와 닭을 

동결 건조시킨 이 몸의 간식을 사오는 그놈이니 

어느 정도는 참작해 주려 한다. 연고도 발라주면 

가려움이 좀 나아지니 용서는 해준다. 

...하지만 행주를 목에 씌우는 건 싫다.


어쨌거나 이 몸도, 치킨이 먹고 싶다! 먹을 줄 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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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출근준비를 지켜보다 조는 후치



#5.


이 몸의 이름은 후치, a.k.a. 윤리적인 집고양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냥 고양이가 아니라 

'집'고양이라는 부분이다. 

고양이의 윤리와 집고양이의 윤리는 엄연히 다르다. 

이는 개의 윤리와 고양이의 윤리, 

나아가 사람의 윤리가 다른 것과 같다.


개묘적으로 아는 것 중 가장 우스운 사람의 윤리는 

개가 고양이보다 두 배 똑똑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근거로 개의 대뇌피질에는 뉴런이 대략 5억 3천만 개로, 

2억 5천만 개인 고양이보다 두 배 이상 많으므로 

두 배 똑똑하다! 는 거였다. 

잘난 인간들은 머잖아 스스로의 함정에 빠지게 되었는데, 

참거두고래의 대뇌피질에선 인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72억개의 뉴런이 발견되었다. 

고래보다 멍청해진 인간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중요한 것은 이 몸의 깊고도 넓은 지식(엣헴.)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몸이 완벽에 가깝도록 집고양이의 윤리를 

견지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집고양이의 윤리를 

깊고도 넓은 지식으로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첫째, 오랜만에 보면 반겨줄 것.


두터운 암막 커튼 사이로 햇빛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면, 

이 몸은 천천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와 그놈의 

침실 앞으로 간다. 동물이라서 내외하는 그녀와 그놈은 아니다. 

다만 이 몸이, 이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넘치는 긴장감을 차마 이기지 못하고 

딱 한 번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이불에 얼룩은 잘 지워진 걸로 아는데, 그녀와 그놈은 

그 후로 밤에 이 몸을 방에 들이지 않는다. 

이 몸으로서도 이 정도는 이해한다. 

실수를 한 자,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다. 


아무튼 이 몸은 방문 앞에서 기다린다. 

평일에는 그녀가 먼저 나오고, 주말에는 

그놈이 먼저 나올 때가 많다. 

나오면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냥냥, 해준다. 

이것은 그녀와 그놈이 밖에 나갔다 돌아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따라다니며 냥냥, 한다. 

이런 이 몸의 행위가 간식을 먹기 위해서라고 

착각하지는 말아주길 바란다.


둘째, 열심히 놀자고 할 것.


논다는 행위에는 주체와 객체가 없다. 

모두가 즐거워야 진정한 놀이로 성립한다는 이야기다. 

한 쪽만 재미가 없어도 그것은 놀이가 아니다. 

그놈은 이 몸이 장난감에 질리면 어쩌느냐며 

자꾸 장난감을 찬장에 넣어두려 하는데, 그녀가 말렸다.

"애 밤새 심심하잖아." 이 몸은 정말로 심심했고, 

지금까지 네 개의 오뎅꼬치를 작살냈다. 

쉽게 작살나지 않는 낚싯대만 말짱히 남았다. 

이 몸은 그 앞에 살포시 앉아서 가만히 내려다본다. 

그러면 그녀, 아니면 그놈이 말한다. 

"놀고 싶어, 후치야?" 


착각이다. 어디까지나 이 몸이 놀아주고 싶은 것이다. 

절대로 착각이다. 하루 일과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자

이 몸이, 그녀와 그놈과, 놀아주는 것이다. 

펄쩍 펄쩍 뛰고! 고개를 훅훅 돌리고! 

뒷발로 부릉부릉 시동을 걸고! 

낚싯대 끝에 달린 잠자리나 지렁이를 향해! 뛴다! 

...잠시 흥분했다.


셋째, 사정없이 귀여울 것.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 사진만 봐도 알 수 있잖은가. (엣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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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도시락을 챙겨주는 후치



#6.


솔직히 말하자면 이름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다만, 이 몸의 이름은 후치라고 한다.


아무래도 좋다면서 늘 이야기를 시작할 때마다 

이 몸의 이름을 부각시키지 않느냐고 

말하는 당신에겐 아마도 오늘의 이야기가 

더욱 재미날 것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실은 이름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니까. 

더 말하면 헷갈릴 테니 시작해 보겠다.

.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그놈이 종종 듣는 어떤 노래 가사에는 이런 말이 있다. 

그렇다. 이름은 그 사람, 혹은 그 동물, 

나아가 그 무엇인가의 것이지만 그 이름을 

스스로 만들어 붙인 이는 별로 없다.


애초에 동물들끼리는 이름 같은 것을 부르지도 않는다. 

고양이끼리도 마찬가지다. 

거리에서 만난 어느 고양이도 이 몸을 후치나 그 전의, 

혹은 다른 어떤 이름으로도 부르지 않았다. 

대신 골골거렸고 하악거렸고 으르렁거렸고 빽빽거렸고 

짹짹거렸고 칵칵 소리냈으며 끙끙대기도 했다. 

아니면 꼬리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미묘하게 흔들거나 

움직이거나 꼼지락거렸다. 그거면 됐다. 

우정을 나누는 행위에는 이름이 필요치 않았다. 

물론 증오에도. 

이 몸은 많은 고양이들의 텃세에 밀렸고,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웠다. 

육식동물인 이 몸이 김밥을 맛있게 먹었을 정도였다.


인간들에게는 이름이 필요한 것 같다. 

뭘 하려 해도 이름이 어떻게 되나, 같은 질문은 꼭 한다. 

적어도 이 몸이 관찰한 바로는 그렇다. 

이름을 알고 나면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데, 

인간들의 관계란 건 우리처럼 단순하지가 않다. 

각종 조건들이 끼어들고 과정을 만들며 말이라는 것으로 

복잡다단한 의사소통을 거친 뒤에야 결론이 난다. 

그 결론은 사실 결론이 아니며 언제든 변화하고 달라진다. 

이미 이름은 한참 전부터 뒷전이다. 

그럴거면 이름은 왜 만들어 붙였는가, 잘 모르겠다.


심지어 자기들이 짓지 않은 이름이기에 

어떤 인간들은 애정을 갖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호(號)라는 걸 만들어 스스로에게 붙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별명을 만들어 붙여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결국 아무래도 좋은 것 아닌가. 

우매한 인간들은 아무래도 좋은 걸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몸은 잘 안다.


왜 아무래도 좋느냐 하면, 이런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후치야, 엄마 왔다!"


그놈은 말한다.

"형 나갔다 올게, 후치야."


혹시 모를까봐 말해두겠는데, 그녀와 그놈은 부부가 맞다.

어딘가 대단히 이상하다는 점을 

당신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도 이 몸의 앞에서 

서로를 칭할 때 저렇게 부르곤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냥냥대지 마... 엄마 오기 전에 캔 따 줬잖아..."

라고 말하는 그놈이나, 

"형한테 아까 얻어먹었다며, 후치야." 라고 말하는 그녀나. 

이 몸은 잠시 동안 이 몸의 엄마와 본 적 없는 아빠, 

그리고 이 몸과 함께 태어났던 형제들에 관하여 생각해 보았다.


생각해 보았을 뿐이다. 이 몸에게는 어떻든 중요하지 않다. 

분명한 건 이 몸이 응당히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것이며 

또한 상당히 사랑받고 있다는 점이다. 


"엄마는 너 캔 먹는 거 못 봤으니까 또 달라는 거야?" 

쳇, 들켰다. 어떻게 알았지. 

"우리가 괜히 서로 말을 하는 게 아니란다, 후치야." 

사실은 안다. 이럴 때만큼은 온통 멋짐과 

귀여움 투성이인 이 몸의 몸체에, 그중에서도 

아주 작은 부분에 대한 불만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이 몸의 혀도 사람들의 혀처럼 뚱뚱했으면 좋았을 걸.


그러면 그녀와 그놈에게 마음껏, 

당신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뭐라 부르는지와도 관계 없이,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대신 이 몸은 오늘도 이렇게 외친다.


"냐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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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져온 후치의 에세이는 6편이야.
이 밖에도 몇 편 더 있지만,
후치의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감상이
주를 이루는 것은 빼고 6편만 가져와봤어.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것이 2월 말인데
요즘은 봄이라 춘곤증 때문에 그런지
잠이 많아져서 하루종일 졸기만 하고
글은 잘 쓰지 않지 뭐야?
혹시 다음에 또 재밌는 글을 쓰면 가져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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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대필해줘서 그런가 남편이랑

후치가 점점 사이가 더 좋아지는 거 같아.

후치는 항상 아기처럼 남편한테 안겨 있고,

남편은 나보다 후치를 훨씬 능숙하게 잘 안아!

정말 아기 같아 ㅜㅅㅜ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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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오늘 찍은 건데, 남편이 후치를

우주선 가방에 메고 동물병원에 다녀왔더니

바깥 바람을 쐬어서 그런지 후치 코가

빨갛게 변했지 뭐야 ㅎㅎㅎ


원래도 매력적인 핑크코였는데

빨간 딸기코가 되니까 훨씬 더 귀여워! ㅠㅅㅠ

감상 포인트는 코는 딸기코 된 주제에

병원 데려갔다고 입 댓발 나온 후치쓰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뽕주댕이 튀어나온 거봐... 귀여워ㅠㅅㅠ


병원에 다녀온 이유는 곰팡이성 링웜 때문이야!

후치는 자기가 침실에 못 들어온 게

우리 집에 온 첫 주에 안방 침대에다가

오줌 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사실은 곰팡이성 링웜이 사람한테도

옮을 수 있다고 침대에 재우지 말라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었거든.


지금은 거의 다 나아서 같이 침실에서 자는데 

혹시 나은 척하다 재발할지도 몰라서

조금 더 지켜보기 위해 병원을 다니고 있어.

그래도 약은 더 이상 바르지 않는다ㅎㅎ


주말이 절반밖에 안 남아 울적한

토요일 밤에 후치쓰를 보고 조금이라도

힐링이 되었길 바라 ^ㅅ^

다음에 또 예쁜 사진을 찍거나

후치가 글을 쓰면 가져올게♥ 다들 안녕~~

TAG •
  • tory_1 2019.04.06 23:47

    후치 진짜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 

    핑꾸젤리도 너무 귀엽고 

    후치가 쓴 글도 너무 귀엽고ㅠㅠㅠ 귀엽다는말 말고는아무말도 안나온다진짜 ㅠㅠㅠㅠㅠ

  • tory_2 2019.04.06 23:48
    후치.. 작가해도 되겠어! 첫 에세이집은 내가 구매해주지
  • tory_3 2019.04.06 23:5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1 23:19:55)
  • tory_4 2019.04.07 00:16
    다리위에서 기절한거봐 ㅋㅋㅋㅋㅋ 오늘도 귀여운 후치 ㅠㅠ
  • tory_5 2019.04.07 00:32

    후치 에세이집 내주세여!!!! 아 진짜 귀엽다 ㅠㅠㅠㅠㅠ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ㅠ

  • tory_6 2019.04.07 01:27

    조는 거봐ㅜ끙끙 앓는다ㅠㅠㅠㅠ 구래서 후치쓰 에세이집 출간은 언제라구요??

  • tory_7 2019.04.07 01:39
    후치님 출간해주세여 넘좋아여
  • tory_15 2019.04.07 07:21

    22222222222 출간! 출간! 후치! 후치! 이몸은 출간을 원한다.

  • tory_8 2019.04.07 01:52
    후치 귀여운 줄만 알았는데 글도 멋지게 잘 쓰는구나!! 넘 이뿐 고양이ㅜㅜ 늘 행복하렴!!!!
  • tory_9 2019.04.07 01:5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2/05 21:47:47)
  • tory_10 2019.04.07 05:21
    후치 조는거 진짜 귀엽당...
  • tory_11 2019.04.07 05:5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6/04 19:24:59)
  • tory_12 2019.04.07 06:01
    후치야ㅠㅠㅠㅠㅠㅠ
    예쁜 글 잘 읽었어. 고마워!
  • tory_13 2019.04.07 06:13

    ㅠㅠ 후치야

  • tory_14 2019.04.07 07:16
    출간하시라고여ㅜㅜㅜㅜ사람 몸 위에서 정말 편하게 잘 잔다
  • tory_16 2019.04.07 07:32
    글 완전 재밌다 후치의 귀여움이 묻어나~
  • tory_17 2019.04.07 07:38
    좋은 글 잘 읽었어, 후치! 어쩜 점점 더 이뻐지고 사랑스러워지냐 후치는..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 tory_18 2019.04.07 08:10
    후치 사람보다 글 더 잘써!!
  • tory_19 2019.04.07 09:42

    등단하자 후치야!!

    명필이야! 제발 출간해줘 ㅠㅠㅠㅠ

  • tory_20 2019.04.07 10:16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후치야 등단하자!!!
  • tory_21 2019.04.07 10:58
    후치 귀여운데 글도 잘쓰네!! 명필이로다
  • tory_22 2019.04.07 11:08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을.
    후치야 곧 서점에서 보자!
  • tory_23 2019.04.07 11:39
    흑 후치슨생님 등단해주새오...
  • tory_23 2019.04.07 11:3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04/07 11:39:19)
  • tory_24 2019.04.07 11:54
    후치 에세이 너무 좋아ㅜㅜ 나톨도 집사라 우리 주인님도 이런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하면서 읽었엉ㅋㅋㅋㅋㅋ 마지막에는 눈물도 좀 날뻔햇는데...ㅜㅜㅋㅋㅋㅋㅋㅋ 무튼 꼭 담에도 좋은 글 가지고 찾아와줘!♡
  • tory_25 2019.04.07 12:01
    후치는 알고보니 작가였군! 출간하자!!!! 너무 좋다!!!!!
  • tory_26 2019.04.07 12:05
    후치 똑똑이ㅠㅜㅠㅠㅜ
  • tory_27 2019.04.07 12:39
    후치야 너는 나를 모르겠지만 사랑한다고 말해도 되겠니!!!!!ㅠㅠㅠ
  • tory_28 2019.04.07 13:00
    우와 소세키 작품 읽는 기분이야ㅋㅋㅋㅋ재밌다
  • tory_29 2019.04.07 13:17
    아고 글을 너무 잘 쓰네~~~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후치로소이다ㅋㅋㅋㅋㅋㅋㅋ후치쓰 하루가 다르게 미모 갱신중이고 너무 긔여워서 땀나 따흑 언제나 후치네 가족 행복 행복 또 행복해라~~~!
  • tory_30 2019.04.07 13:43

    사랑아 후치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31 2019.04.07 13:53

    후치 출간 소취합니다 ㅠㅠㅠ 남편 대필 실력 넘 좋은 거 아입니까!!! 언제나 따뜻한 이야기 전해줘서 고마우이 ♡

  • tory_32 2019.04.07 14:55
    후치 글도 잘쓴다 톨이 복이 많네. 에세이에서 후치의 자존감 뿜뿜이 느껴져서 너무 귀엽다 ㅎㅎ
  • tory_33 2019.04.07 16:57
    후치는 꼬리끝 하얀 부분이 넘 귀여워!!!!!
  • tory_34 2019.04.07 19:20

    후치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35 2019.04.07 20:55

    후치 사진 에세이집을 내주세요!! 

  • tory_36 2019.04.08 01:49

    후치야 너를 사랑해...

  • tory_37 2019.04.08 09:0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9/15 23:47:43)
  • tory_38 2019.04.08 09:53
    근데 진짜 글 좋다
    후치 에세이 잘 쓰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ㅜㅜ 맘이 따듯해졌어 생각날때마다 종종 다시 와서 봐야지
  • tory_39 2019.04.08 10:39

    토리 글 진짜 잘쓴다.

  • tory_40 2019.04.08 19:11
    내내 웃으면서 보다가 마지막에 찡해지자나 ㅠㅡㅜ 후치는 열심히 사랑한다고 냥냥거리고 있을것....
  • tory_41 2019.04.08 22:07
    후치야ㅠㅠ사랑해ㅠㅠ
  • tory_42 2019.04.08 22:53

    너무 사랑스럽다.좋은 가족이 생겨서 다행이야 ㅠㅠ 

  • tory_43 2019.04.10 20:09
    이 가족 너무 사랑스러워ㅠㅠㅠ
  • tory_44 2019.04.20 14:1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4/04/29 03:21:40)
  • tory_45 2019.05.15 09:5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10/14 13: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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