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부쩍 컨디션이 안좋은 서단이.
감기 같은데 잠은 쏟아지고 원래 입이 짧은데 속이 더부룩해서
한팀장 앞에서만 먹는 시늉하고 뒤에선 굶고다녀 살이 쪽쪽 빠짐.
이러다 한팀장한테 멱살 잡혀 병원에 끌려가겠다 싶어서
본인이 자발적으로 병원에 찾아감.
의사가 한참을 고뇌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병인가, 더 빨리 올 걸,
팀장님이 아시면 어떡하지, 바로 말할까, 비밀로 할까, 오만가지 생각중인데
의사가 꺼낸 말은 임신 6주차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
초음파로 이건 아기집이고요, 심장소리 들리시죠?
초음파 사진과 산모수첩을 받아들고 병원을 나올때까지 서단이는 제 3세계에 있었음.
이 일을 어떻게 하나, 팀장님한테 뭐라고 하지, 팀장님 반응도 걱정되고
도저히 입을 열 수가 없는 서단이는 하루하루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됨.
이제 대표가 되었지만 서단이에겐 영원히 팀장님인 한팀장.
최근 서단이의 꼬라지가 무척 거슬리지만 본인이 입 열기를 기다려주고 있었음.
일년이년 만난 것도 아니라 이런 일 있을땐 닦달하면 더 입 꾹 닫아버리고
오히려 신경 안쓰고 모르는 척 해야 먼저 말을 건네온 다는 걸 아니까.
그런데 이번엔 무슨 일인지 생각보다 오래 입을 닫고 있음.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와서 침대에서 정신못차리게 만든 다음에
입을 열게 할 생각으로 존나 칼퇴하고 집에 왔는데 서단이가 심상치 않음.
오늘은 꼭 말하고 말겠다는 포부로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서단이는
한팀장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눈물이 쏟아짐.
한팀장이 집에 들어온 순간엔 정신 못 차리고 오열하고 있었음.
서단이가 이렇게 운 적은 몇 년 만에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안아주고 쓰다듬고 눈물 닦아주며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줌.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서단이가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서 내미는 건
초음파 사진과 산모수첩.
최근 몇 주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한팀장을 스치고 지나가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서단이가 관련된 일에는 이성의 끈이 잘 끊어짐.
이런 씨발, 이것 때문에 그동안 그렇게 죽상이었습니까?
내가 이런 일 하나 처리 못 하겠냐고 당장 여자한테 가자고 서단이 일으키는데
서단이는 서단이대로 당황해서 머뭇거리니까 더 빡친 한팀장.
왜, 임신한 거 알면 그대로 떨어져 나갈줄 알았어요?
너도, 네 새끼도 아무한테도 안 줘. 누구 좋으라고.
서단이가 도리질 치면서 그런거 아니라고, 산모수첩에 적힌 제 이름 보여주는데
한팀장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표정관리 안됨.........
서단이는 더 무서워져서 몸의 수분은 모조리 빼낼 기세로 울음터짐.
서단이 한 번 보고, 초음파 한 번 보고, 서단이 배 한 번 보고...
씨발, 내가... 이게 무슨... 욕 하는 거에 서단이가 흠칫하니까
너한테 욕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지금 너무 당황해서 그래.
그제서야 서단이 끌어당겨서 품에 넣는데
서단이는 그 동안의 걱정, 서러움, 억울함, 안도 복잡함이 몰려와서
팀장님 팀장님 하면서 엉엉 울고 한팀장은 더 꽉 끌어안아 줌.
무서웠어요? 내가 싫어할까봐? 하니까 끄덕이는 서단이.
내가 왜 싫어합니까. 평생 나한테 묶일 구실 만들어준건데 오히려 고맙죠.
하면서 병원에서 무섭지 않았냐, 내일 같이 병원에 가자,
이런저런 다독이는 말에 울다 지친 서단이가 잠들고
그런 서단이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며 심연에 빠진 한팀장.
다음날 서단이는 욕실로 끌려가 테스트기 여러개에 실험을 당해야 했음.
서단이의 임신에 관련된 모든 흔적을 남기고 싶은 배운변태 때문에ㅎㅎㅎ
입덧하는 서단이, 수발드는 한팀장, 태교하는 두사람,
출산부터 육아 스토리 등등... 보고 싶은거 오조오억개야ㅠㅠㅠㅠㅠㅠ
작가님이 썰이라도 풀어주셨으면 좋겠는데 살아는 계신지........
여전히 현생이 바쁘신지..... 차기작도 보고 싶어요.... 작가님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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