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옛날엔 절대로 죽지 않기를 바랐던 인간이 있었어."
"하지만 그 사람에게도 죽음은 똑같이 찾아왔지."
*
바보같아. 이제 아무도 없는데 이제와서 후회라니
두 번 다시 일어서고 싶지 않아
...
"나는 카야. 당신 저 쪽에서 길가다 쓰러졌었어."
"자, 밥이야."
"......"
"배고프잖아? 먹어봐"
"필요없어..."
"안 먹으면 죽는다구?"
"죽고싶어"
"나... 병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혼자서 살고 있거든.
말 안해서 미안해. 밥만 먹이고서 바로 돌려보낼 생각이었어."
"마...만지지 않는 편이.."
"나는 병에 안 걸리거든"
"당신 이름은?"
"......제노"
"제노구나. 기억하기 쉽네."
"나...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어. 이름 같은 거 이미 몇 년 동안이나 불린 적이 없으니까."
"잊어버릴 것 같으면 자기가 자기 이름을 부르면 돼. 카야는 혼자니까 가끔씩 그러거든."
"왠지 어린애같네"
"카야는 나를 간병해줬으니까 이번엔 내가 그 보답을 할게"
"보답이라니, 됐어"
"......"
"그런 얼굴 하지 마, 제노. 실은 말동무가 되어준다면 기쁠거야."
*
"카야, 야채 써는거 엉성해~ 아직 익지도 않았고"
"적당히 해도 괜찮아"
"열심히 일했더니 아저씨가 임금 올려줬어!"
"카야, 오늘은 있잖아. 선물 줄 게 있어"
"아ㅡ 시간이..."
"멈춘다면 좋을텐데"
......
*
"있잖아 제노, 나... 이제 제노에게 보답 많이 받았어. 충분하니까.
이제 날 보살펴주지 않아도 돼."
"...카야는 나랑 있는 게 싫어?"
"싫을 리가 없잖아. 매일 즐거워. 하지만 정말로 언제 병이 옮을지도 모르고, 나는 혼자서도 괜찮으니까"
"말했잖아. 나는 병에 안 걸려."
"그래도 내 약값 때문에 너무 많이 일하고..."
"나는 일하는 건 즐거우니까 괜찮아. 나는... 카야랑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카야랑 계속 함께 있고싶어."
"계속은 힘들어. 나는..."
"카야"
"나랑 결혼해 주세요"
용신이시여.
왜 나와주지 않는 건가요?
"카야를 살려주세요.
하루라도 길게 카야랑 함께 있고 싶어.
그 것만 이루어진다면 난 그 밖엔 아무것도 필요없으니까"
"이대로 계속 죽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계속 당신의 노예가 되어줄테니까!!"
계속, 계속해서 외쳐봤지만 나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실은 신의 목소리 같은 건 그 때 이후로 들리지도 않아'
"제노..."
"응..."
"고마워.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응"
'내 혼은 아마 하늘에는 돌아가지 않아.
이 몸은 아마 어디에도 돌아가지 않을거야'
"내게도 옛날엔 절대로 죽지 않기를 바랐던 인간이 있었어.
나와 같은 기나긴 시간이 그 사람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
하지만 그 사람에게도 죽음은 똑같이 찾아왔지."
"지금은... 그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해.
남들과 다른, 나와 같은 힘은 없는 편이 나아."
다시 잠시동안 여행을 하자.
새로운 비룡이 살아갈 길에서
내가 존재하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나의 소원도 이루어질지도 몰라.
뭐 어찌됐든...
제노는 기다리는 건 익숙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