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품종을 따지며 너와 인연을 맺은 게 아니라 다행이야
네가 품종묘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끔 해. 특정한 종에 가려 너의 진가를 내가 몰라봤을 까봐 , 그러지 않아서 참 다행이거든.
갓 태어난 너의 태반을 자르고 탄생의 순간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
채 마르지 않은 몸을 끌고 젖을 물던 너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너와 함께 수 많은 계절을 영위하고 폰 갤러리 한 켠에 자라는 너의 모습이 가득하고
네가 자라 또 다른 너를 만나고, 네가 너희가 되던 때에도 함께 했음에 나는 너무 행복해.
너희가 내게 의지하고 나를 믿어주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가서 참 행복해.
멍하니 앉아있다가도 나와 눈이 마주치면 격앙된 울음을 내며 종종 걸음으로 달려와 이마를 부비고 애교를 부리는 너희가 있어 참 다행이야.
다른 식구들에게는 쉽게 다가오지 않으면서 퇴근하는 내 발걸음 소리를 알아듣고
미리 현관에 나와 나를 마중하는 너희가 있어 참 다행이야.
잠이 많은 너희들과 달리 나는 잠이 없어서 함께 잠드는 시간이 얼마 없지만,
곤히 잠든 너희를 바라 볼 수 있어서 가끔은 잠이 없는 체질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을 하곤 해.
"빵'이라고 부르면 어디든 누워 애교를 부리고
"빵떡"하고 이름을 부르면 벌떡 일어나 내 옆으로 다가와서 온기를 건네는 네가 사랑스러워.
자기가 낳은 새끼라고 매일 그렇게 예쁜지 마주하는 얼굴을 정성껏 핥는 너와
당연하다는 듯 두 눈을 꼭 감고 몸단장을 받는 너와 너의 아이를 볼 때면 나는 묘한 기분이 들어 가만가만 너희를 보게 돼.
예뻐서, 단 하나의 이름으로만 부를 수가 없어서
매일 별의별 별명을 지어다 너희를 부르곤 하는데 결국 다 알아듣지 못한 너희가 갸우뚱 하는 모습이 귀여워 웃어버리면
웃음소리만큼은 어찌나 잘 듣는지, 내가 행복하다는 걸 아는 것처럼
눈을 맑은 햇살이 비추는 냇가의 조약돌처럼 반짝, 반짝 빛내며 기분좋은 목울림을 내는 너희가 나는 참 좋아.
사랑이라는 말은 나날이 무게가 더해져서 감히 내가 너희를 사랑한다 말해도 괜찮을까 몇 번이고 되뇌지만
결국, 나는
너희를 너무 사랑해.
너희를 계속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내가 너희에게 계속 사랑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사진 재탕아님.셀렉안한 B+ 컷 중 하나일뿐)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6년,5년,4년째 우리 애들과 살고 있는 중
우리 어린이 태어난 날이 올때는 항상 봄비가 내리는게
그때 허둥지둥 우리 막내 안나온다고 캐리어에 배 부른 총이 고이 넣고 병원 달려가서 수술 동의서 쓰고
나중에 태어난 막내둥이 보고 이 조그만게 날 그렇게 애태웠나 싶어서 울었었는데
지금 세상 제일 건강해! 제일 조그맣고 제일 깜찍하고!
나는 우리 애들이랑 만나게 된 걸 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우리 애들이 나를 계속 사랑해주고 좋아해주니까 나는 우리 애들한테 선택받은 행운아인거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도 처음인데 이렇게 오래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도 처음이라
내 주제에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 건가 싶을 때도 많지만 나만 좋아해주는 얘네가 그래도 된대! 그럼 그러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