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똑같은 진동음 중에서 한 팀장이 보낸 메시지를 구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있었다.
아랫배가 울렁거리고 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일종의 직감이었다.
나는 옆자리를 곁눈질로 살핀 뒤 핸드폰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이번에도 정답이었다. [한주원 팀장님]으로 저장된 이름이 화면에 떠 있었다.
-> 진동음이 다 거기서 거기 아냐...???
그의 심장이 뛰고 있을 가슴 위로 점령지를 알리듯이 희미하게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문질러도 없어지지 않았다.
나는 갑자기 이 자국이 영구적인 게 아니라 며칠이 지나면 희미해질 거라는 사실이 아쉬워졌다.
-> 한팀장 몸에 키스마크 만들어놓고 없어질까 아쉬워하는 서다니ㅠㅠ
<점령지>라는 표현이 너무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나는 맹렬한 소유욕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처음 보는 물건에 이렇게까지 마음이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닳을까 당장 다시 상자에 넣어 놓고 싶었고,
동시에 몸에서 한순간이라도 떼어 놓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이 시계를 훔쳐 간다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받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내 시계야. 훔쳐가면 가만안도!!!
스크롤을 더 내리니 그가 공항에서 보냈을 메시지 위로
다섯 글자와 마침표로 이루어진 짧은 문장이 있었다.
나는 담백하고 네모난 글자를 한참 내려다보다가 스크린샷을 찍어 저장했다.
확대해서 글자를 눈으로 먹기라도 할 듯이 화면을 들여다보며 가만히 숨을 쉬었다.
-> 와... 이건 찐이다... 스크린샷 찍어 저장하는 덕후의 참자세 인정ㅇㅇ
그런 역사적인 시간을 잠으로 낭비할 수는 없어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지금, 오늘, 여기.
주변의 모든 것을 담아서 기억할 듯이 눈을 크게 깜박였다.
-> 한팀장이 자기 집에서 자고 난 다음날, 출근 배웅하고 혼자 남아서
너무 행복해서 잠들지도 못하고 다 기억해두려는 서다니 너는 정말 찐이다ㅠㅠ
나는 그가 이쯤이면 됐다고 물러날까 봐 입술을 오므렸다.
-> 키스 그만 둘까봐 혀 잡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 정말 미치겠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다시 그의 팔로 만들어진 작은 테두리 안으로 몸을 조금씩 밀어 넣었다.
단단한 가슴에 웅크린 몸을 붙였다.
-> 콩벌레 처럼 자기 잠자리 찾아 들어가는 서다니 너!!! 너!!! 아흐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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