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작중에서 안시 가장 큰 변화의 폭을 보인건 안시였지만, 우테나도 못지않게 변했다고 생각해
우테나는 수동적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기만하는 소녀이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남장을 한채 왕자임을 자처해
당연히 주위사람들은 이를 비웃고 여자주제에 무슨 왕자냐며 대놓고 무시하고 심지어 비슷한 처지의 남장여자인 쥬리마저 원숭이 흉내내냐며 경멸까지 당하지
하지만 이에 굴하지않고 우테나는 꿋꿋이 안시를 지키며 자신에게 주어지는 거의 모든 결투에서 승리하고, 점차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근데 무적에 가까워져가는건 좋은데, 이 소녀의 마음속엔 서서히 오만함이 피어올라
오로지 나만이 공주님을 지킬수있다. 공주가 전적으로 의지하고 기댈 사람은 히어로인 나밖에 없어
안시에겐 내가 필요해. 뭐 이런식으로 말야
그래서 안시에게 자꾸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너도 장미의 신부따위 때려치고 보통의 평범한 소녀로 돌아가고싶지 않냐며 막..애를 윽박질러ㅋㅋ 분명히 안시 네 생각을 말하라고 해놓고, 정작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거였지.
결국 안시는 체념한듯 우테나의 대답을 긍정했지만, 안시의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온게 아닌, 어디까지나 장미의 신부로서 약혼자의 생각에 동의한것에 불과해
누군가는 이걸두고 무해한 폭력성이라더군
진짜 딱 우테나의 가치관을 나타내주는 말이야
사실 우테나는 상당히 당차고 주체적인 행동과는 달리 왕자님을 시시때때로 그리워해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준 왕자님이 직접 건네준 약혼반지를 늘상 끼고다니고, 그 왕자님을 닮은 안시에게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지
그러니까 왕자님이 되고싶다는 건 사실상 왕자님을 다시한번 만나고싶어하는 우테나의 반사적인 행동이었던거야
안시를 위해서기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땐 자신을 위해서였다는거지
..후에 우테나는 자신의 이런 모순을 알아채고 안시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서 자살하려던 안시를 구해내고 했던 말이 그거야
그동안 우테나 당신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서 미안하다, 난 아주 교활한 나쁜년이다..라고 고백하는 안시에게,
사실 나야말로 널 속였다고. 널 위해서 왕자를 자처했지만 정작 너의 고통과 괴로움은 못본척한채 잘난척이나 했던거라고
울면서 속내를 털어냈지
..하지만 안시에게 저질렀던 자신의 무해한 폭력성은 반성해도, 왕자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는건 쉽지 않았는지
마지막 타락한 디오스이자 세계의 끝인 아키오와의 결투에서 너에게서 안시를 구하기위해 내가 왕자가 되겠다고 큰 소리를 쳐
안시를 구하려는 마음은 참 좋지만, 그 안시를 억압하고 있는건 바로 그 왕자와 왕자가 만들어낸 세상의 규칙인데 그걸 하겠다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지.
그렇다면 이건 혁명이 아니야 단순한 반란이지. 남자가 여자를 억압하는 체제를 바꿀생각을 안하고 성별만 남자에서 여자로 바꾼거지 결과적으론 구 체제를 답습하게 되는거니까 말야
결국, 우테나는 안시에게 '넌 여자니까 왕자가 될수없어'라는 비수돋친 말을 듣고 버림을 받아.
왕자가 되는것에 실패함은 물론, 백만검의 검으로부터 안시조차 구해내지 못한 우테나는 기를쓰고 세계의 끝에 봉인되어있는 문을 열다가
마치 동화속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진심어린 눈물 한 방울로 안시의 꽁꽁 닫힌 마음을 여는데 성공하지
이때 아키오 표정이 아주 가관이었는데, 넌 꼭 마치 과거의 날 닮았다며 그따위 객기가지고선 세상을 바꿀수없다고 꼴에 맨스플레인짓하다가 진짜로 우테나가 문을 열어버리니까 아주 멘붕해서는ㅋㅋㅋ
식은땀 철철흘리며 당장 그만두라고 아주 오열을하는게 남자 그 자체라 참 한심하고 웃겼지ㅋㅋㅋㅋㅋㅋㅋ
여하튼 마지막에가서야 안시를 위해 오랜 숙원이었던 왕자가 되는것을 포기하고, 왕자님 놀이밖에 못해서 미안하다고 이미 떠나가버린 안시에게 마지막으로 사과해
그러곤 안시를 괴롭히던 길잃은 백만개의 검들이 대신 우테나에게 꽂히는것을 끝으로 우테나는 사라지지
마지막에 안시는 이런 우테나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고, 백퍼 딴사람이 되어서 우테나를 찾아떠나는걸로 마무리되는데
그야말로 제목에 걸맞는 소녀혁명이었어.
물론 혁명이라고 천지개벽하듯이 모든 소녀들이 바뀐건 아니야
변함없이 여자애들은 사랑과 낭만을 좇고앉아있고, 좋은남자만나 애낳고 잘사는게 여자의 능력이라며 철없는 소리를 해대
하지만 이와중에 안시는 우테나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알을 깨는데 성공했고,
그 안시와 함께하면서 우테나 또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며 가치관을 바꾸는것에도 성공했어
그 후로 그 둘은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 이 만화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인데, 거기서 결말이 에밀 싱클레어와 막스 데미안이 하나가 되어 끝나는거였거든? (아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
아마 안시랑 우테나도 그런 결말이 아니었을까 싶다ㅋㅋ
우테나가 위에있고 안시가 아래에 있는 모양새에선 결국 손을 못잡게 하더니 마지막에 같은 위치에서 손 마주잡은 사진 비춰주는거보고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