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나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같은 고전 영미문학 좋아하는 토리 있니?
그렇다면 청록문 추천한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고딕로맨스를 봤음
처음 보는 작가고 전작도 없어서 도박하는셈 치고 질렀는는데 대박 일단 표지가 조녜라서...지른 것도 있음
글에서 영상미가 느껴져서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필력이 장난 아님
남주는 북부 영지의 백작이고 여주는 남주의 하녀야
서문은 자신을 필자라고 밝힌 사람이 여주의 편지와 일기를 통해 이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한다고 시작하는데 독특한 도입부에서 필이 왔음,,,
귀족 저택에서 일하는 하녀와 하인들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이 만화 엠마를 연상하게 하는데 전개는 전혀 달라! 배경이 추운 겨울에서 시작하는데 서리에 휩싸인 차가운 대저택 묘사가 생생해서 현장감이 느껴짐
이렇게 을씨년스럽고 서늘한 느낌 오랜만이었음
남주가 여주에게 수작질 걸면서 집착하는데, 분위기가 되게 야릇함
초반부에 남주랑 여주가 함게 연탄곡을 치는 장면이 있는데 어우,, 분위기 정말
가상의 국가에 가상의 지명이 등장하는데 내가 추측하기로는 영국 빅토리아 시기를 모티브로 한 것 같아
자연스럽게 하인과 하녀들의 일과를 묘사하면서 휙 넘어가는데 고증 되게 잘했더라고
저택 묘사나 세밀한 부분도 엄청 신경 써서 글쓴 티가 났음
다만 남주가 싸패끼가 있고 여주한테 집착하면서 벌이는 행동이 상상초월이라 호불호는 강하게 탈 것 같아
여주 신경 거슬리게 하는 거나 도를 넘게 무례한 고용인들 순삭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제대로된 계략남(... 미친남주(...
그치만 나는 그 부분이 극호였음 여주를 사랑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집착남..계략남...이 얼마나 귀한지 ㅠㅠ
아쉬운 게 있다면 짧고 강렬해서 좋지만 서도..두권짜리 였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단 거 ㅠㅠ 그리고 에필로그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좀 더 설명히 충분했으면 좋을 것 같다는 거..그거 외에는 대만족이었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인상적인게 보통 빅토리아 시대 관련 서적을 보면 일본에서 넘어온 번역은 사용인이란 단어를 쓰거든? 근데 청록문에서는 고용인이라고 표현을 하더라고. 이게 우리나라 문법상 더 적합한 표현이기도 하고 ㅇㅇ
나 토리는 드라마 다운튼 애비를 되게 좋아해서 몇 번이고 복습했는데, 거기서 하인이랑 하녀들을 부르는 호칭이 나와. 근데 풋맨이나 팔러메이드 같은 보통 번역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사용하는 편인데 명사를 작가가 직접 다 바꾼듯.. 그래서 더 공들여 번역한 영미문학 느낌이 나는 것 같아
문체가 유려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어서 잘 읽혀 텐션이 관능적이고 고상한 귀족 나리가...많이 절륜합니다....어휴 ㅎ
특히 내가 좋았던 문장 몇 개 발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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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은 나에게 광적인 사랑을 열렬히 쏟아내면서, 정작 내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두려워한다. 그가 내게 원하는 사랑은 그저 자신의 사랑 속에서 살아가는 것. 그의 사랑은 일방적이다. 그의 사랑은 기만이다. 그의 사랑은 서럽고 고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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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 주세요, 헤더. 그리고 알아주세요, 헤더. 당신이 내 유일한 인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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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를 사랑하기에, 그대를 무엇보다도 고귀하게 만들어주고자 했어. 내가 그대에게 바란 건 오직 그대의 마음뿐이었는데. 그대는 끝끝내 나를 허락하지 않았지.
당신의 뜻대로 하겠어.
당신이 나를 허락하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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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 가득한 남주가 여주를 향한 집념과 사랑이 진짜 도라이 같은데 매력적인 소설이었음..
여주는 겉으로는 명랑하지만 맹하고 순진한 느낌? 하녀라는 처지 + 시대상 때문에 수동적으로 순응하지만 내면 심리 묘사를 보면 남자들이 여자를 우습게 여기고 조롱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거기에 맞서고 싶어하는 장면도 나와.
남주가 여주를 가지려고 온갖 계략과 판을 깔아놓고 서서히 시행에 옮기는데 스릴러 소설 보는 기분도 들었음
아무튼 서양 고전 문학 좋아하는 토리들은 한 번 도전해 봐!
글이 길지는 않아서 나도 시간 되면 틈틈이 복습할듯. 문장이 아름다워서 곱씹는 재미가 있더라. 존잼꿀잼..읽고나면 또 생각이 불쑥 나는 그런 소설이었음.
신인 작가 분인 것 같은데 앞으로 기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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