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토리들 이번에 내 인생작 영업글을 쪄보려고해
내 인생에 이보다 더 좋은 소설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취향이었던 소설이야. ㅎㅎ
일단 벨벳 일기는 아래와 같은 취향인 사람들에게 추천해.
1. 애증(애>>증), 애잔물, 피폐물, 원수와의 사랑
: 참고로 나는 피폐물 특유의 답답한 분위기를 못 견디는 편인데, 벨벳 일기는 감정선이 강렬해서 그런 느낌을 덜 받았어!
2. 다정한 싸패 남주 / 여주 앞에서 절절 매고 무너지는 남주 / 쓰레기지만 불쌍한 남주 / 어딘가 결핍된 아이같은 남주
: 위 취향인 톨들은 부디 날 믿고 제발 읽어줘 미하일 내 인생 남주임.....
3.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
: 등장하는 구절들이 정말 아름답고 표현력 뛰어난게 많아. 단 반대로 서술 적고 간결한 문체 좋아하는 토리들에겐 안 맞을수도 있어.
먼저 줄거리부터 소개할게.
후반부에는 내가 좋아하는 구절들을 몇개 발췌했으니까 긴 글 읽기 싫은 토리들은 거기만이라도 읽어주라ㅎㅎ
1968년 로마, 파밀리아 클레멘자에 충성한 콘실리에리 일가는 새로운 보스의 명에 따라 전원 숙청된다. 단 한 명만을 살리라는 지령에 숙청의 진행자, 미하일은 콘실리에리의 막내딸, 리리아나를 선택하여 아름다운 저택에 데려온다. 그가 연인 행세를 하며 속였던 그녀를.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온실 속의 소녀가 뱀과 같은 사내와 함께 살아간 이야기.
주인공인 리리아나는 마피아 가문의 아가씨야.(근데 이 사실을 본인은 몰랐어.) 미하일(남주)은 이 가문의 숙청을 보스에게 명령받고 리리아나에게 접근해서 연인이 돼. 그리고 필요한 정보를 빼낸뒤 가문 사람들을 죄다 몰살시키고 리리아나만 살려서 데려와.
이 소설의 중요 키워드는 ☆애증☆
리리아나는 미하일을 사랑했어.
하지만 미하일은 리리아나의 가족들을 죽이기 위해 일부러 접근해서 그녀를 이용했고 배신했고
직접 리리아나의 가족을 죄다 죽인 사람이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겠지.
하지만 리리아나가 미하일을 사랑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기에, 또한 이제 의지할 사람도 그밖에 없기에
소설은 복잡한 애증의 감정에 중심을 두고 서술되어있어.
초반부에는 미하일을 죽이려고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스스로 자학이나 자살시도를 하기도해.
그를 상처 입히고 싶었다. 그녀가 아픈 만큼 그도 아프기를. 단지 그것만을, 이 순간에도. 진실한 마음만이 흘릴 수 있는 깊고 순수한 핏물을 바랐다.
너무도 순진해서 창피하고, 그래서 간절한 염원이었다. 리리아나는 찬연한 햇살 속에 서서 새를 죽였다. 싸늘하게 식어서 죽은 열매 같은 새의 사체가 리리아나의 발치로 떨어져 굴렀다.
(중략)
그가 보낸 새를 숨 졸라 죽이고 그나마 만족을 하였나 보다. 미하일은 마냥 유순하게 잠든 그녀를 보며 웃었다. 그러나 곧 미소 없는 얼굴로 돌아와 점점 어두워지는 저녁 빛에도 잠든 리리아나를 주시했다. 어떻게 하면 네가 행복해질까. 그녀를 이 집에 들인 그 순간부터 그는 그걸 계속 생각했다. 그 생각 하나로 움직였다.
미하일은 이러한 리리아나의 증오를 담담히 받아넘겨. 그리고 어떻게 하면 리리아나가 '행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상식적으로 원수의 집에서 살면서 행복할 수 있을리가 없지만 미하일은 그 점을 몰라. 한없이 감정에 둔한 사람이라서. 소위 말하는 싸패라서. 그럼에도 리리아나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퍼붓기에 다정하면서 더욱 잔인한 사람이야.
그러나 사랑을 해치는 흉악한 죄를 지어놓고도 뻔뻔히, 여전히 그 사람을 사랑한다곤 할 수 없단 걸, 그래선 안 된다는 양심을 알았다면 그는 그녀를 살리지도 못했으리라. 그 대신 그는 이 바닥에도 아름다운 것을 곱게 깔아주었다. 그녀가 머무는 그의 바닥에.
글이 진행될수록 점차 미하일의 결핍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돼. 비인간적이지만 마냥 아름다운 '천사' 같다고 묘사되지. 하지만 리리아나와 격렬한 전쟁과도 같은 애증을 반복해서 겪으면서 이 '비인간적'인 모습들이 조금씩 스러지게되고, 애정결핍에 외로운 아이같은 본모습이 드러나.
반면 리리아나의 변화에 대해서도 조금씩 나타나. 미하일을 미워하고, 또 미워하고 싶으면서도 미하일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되는 모습이.
물론 중요 키워드가 애증인만큼 거의 후반부까지 계속해서 격렬한 사랑과 증오가 번갈아가면서 표현돼. 서툴고 서툰 사람들이라 한없이 서로를 상처입히면서도, 그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그런 애들이야.
온 가족의 원수인 사람을 다시한번 사랑하게 된다는 것에 반감이 드는 톨들도 있을거야. 하지만 글의 섬세한 묘사를 따라가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 하고 납득하게되더라. 리리아나의 집안 또한 마피아였기에 죄없이 죽은건 아니였을뿐더러...이 두명은 어딘가 결핍된 아이인 채로 자라난 사람들이야. 그런 서로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건 서로밖에 없었어.
미하일과 리리아나를 잘 표현하는 구절을 골라볼게.
<리리아나>
아주 오래전부터, 그가 보내는 새들을 죽인 아침에서부터, 그의 눈물을 바란 열병에서부터, 목을 조른 새벽에서부터, 더욱, 더욱 거슬러 올라가 오래된 서점의 서가 앞에서부터.
수많은 너를 통해서 나를 사랑했다.
죽음을 뛰어넘고 돌아올 만큼 나를 영원히 사랑하는 그에게 끝없이 상처받는 나의 가련함을 가장 끔찍하게 사랑했다.
아아, 나의 제일 빛나고 아름다운 상처인 너를.
<미하일>
미움이든 미련이든 무엇이든 내게 계속 돌려줬던 그녀가 아니면 싫다.
누구보다도 아프게 할퀴어서 포기했던 나를 계속 깨워주는 네가 좋다.
평생 목말랐던 내가 바다에서 온 너를 계속 마셔도 된다고 세상이 놔둬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건 후반부에서 결국 리리아나가 미하일에 대한 사랑을 온전히 인정하는 장면이야. 가족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리리아나는 '그만을 위해 모든 걸 바치며 살아가는 그의 짐승'이 되었다고 표현해.
나를 그로 만들었다. 그와 같은 육신을 입은 천사로. 오직 사랑만을 갈구하는, 사람을 모르는 사특한 존재. 그가 그토록 몸부림치며 벗어나려고 했던 짐승.
내가 그 대신 그 동물이 되고 만 게 슬프고 미안해서 그는 또 울고 있는 거야.
마침내 아프고 아파도 소중했던 사람을 전부 잊고 그만을 위해 모든 걸 바치며 살아가는 그의 짐승이 된 게.
그게 이젠 내게 너무도 행복한 일이 된 게.
아아, 황폐뿐인 겨울의 문턱에서, 다신 태어나선 안 될 여름 장미를 기어코 피워낸, 당신의 승리다.
그래서 결국 이 둘이 함께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사느냐?? 라고 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ㅎㅎ 이 소설의 결말은 좀 호불호가 갈리는 그런 결말이야... 결말에 민감한 톨들은 한번 결말 스포를 검색해보고 사는걸 추천해. 하지만 난 이 소설의 결말을 최고의 엔딩이라고 느꼈어.
또 읽다보면 아마 3~4권쯤에서 하차욕구가 절실히 드는 그런 사건이 벌어질지도 몰라.(내가 그랬어)
벗뜨 나중에 5권에서 절절하게 울면서 후회하고 반성하니까 조금만 참고 읽어달라는....ㅎㅎㅎ
내 영업글을 통해서 벨벳일기 읽은 사람이 한명이라도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8ㅅ8ㅅ8ㅅ8 마지막으로 좋았던 구절 짧은거 위주로 몇개 놓고갈게. 좋은 구절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도 힘들다 ㅋㅋㅋ
그게 그의 지난여름이었다. 장미와 백합이 흐드러져 품 안에 쏟아지고만 여름.
이제 그는 작은 정원을 찾았다. 거기에 생을 묻고 키울 것이다.
" 네가 아름답고, 또 끔찍하고 그래서. "
“미샤.”
그러니 나도. 나에게 와, 팔을 뻗으며 속삭이는 한숨. 마침내 나도 당신에게 보내는.
“미샤… 나랑 가자.”
연서(戀書).
“그리고 함께 행복하게 사는 거야.”
당신이 보낸 수백, 수천 장에 단 하나의 답장.
하지만 분명 충분한 한 장이었다.
내 가장 증오스럽고 찬란한 꿈인 당신이었던 것을. 언제나…….
제 지옥에 바다를 쏟아부으세요, 소금기만 남아 구덩이의 바닥에 진주처럼 빛날 겁니다.
그 보석들을 모아 그녀에게 전해주세요. 어디서 나왔느냐 물으면 지옥의 불구덩이가 아니라 저 멀리, 아주 오래전부터 그녀를 위해서만 가꾼 아름다운 섬에서 났다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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