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신해범 속 마음 나올 때 진짜 너무 좋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았던 거 모아봤어
(1)
신해범이 웃으며 능청을 떨었다.
"다 사람 먹는 음식인데 뭐 어떻습니까."
"그래도 좀......웃을 것 같아서요."
"보는 눈이 많으면 뭐가 잘 안넘어가더라고요."
신해범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간이 작아서 어디다 쓸까.
난 누가 쳐다보든 말든 좆도 신경 안 써.
(2)
신해범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자기 몫의 도시락을 비웠다.
평소 식사 예절을 중시하며 품위를 잃지 않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상관없었다. 전쟁터에서는 매너 같은 거 없다.
(3)
머뭇거리는 손에 도시락을 턱 쥐어주었다.
신해범은 턱을 괴고 류진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헛수고한 게 아니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꼬야, 먹어.
넌 좀 더 이기적으로 굴어야 할 필요가 있어.
(4)
신해범은 앞치마를 풀며 웃었다.
이제 곧 출발할 시간이었다.
라면 못 먹어 훌쩍이는 꼬꼬를 위해
시작한 일이 분위기를 타서
재료가 동날 때 까지 파전을 부쳤다.
오랜만에 조리도구를 잡았지만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역시 나는 요리사 체질이다.
(5)
"코가 석 자인 양반이군요."
"그러니 우리가 몸 사릴 이유가 없지."
펜대 굴리는 놈들 무서워할 필요 없어.
신해범이 누누이 하던 말이었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지식인을 거꾸러뜨리는 방법은.
프로파간다 낙인을 찍는 거였다.
지식인들 힘의 원천은 대중의 신뢰였고,
그걸 잃은 순간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종이에 문장 몇 줄 끼적거리는 일뿐인
무능력자로 전락한다.
(6)
진치우와의 통화를 마친 후,
신해범은 담배를 새로 피워 물었다.
눈앞에 흩어지는 회색 연기를 바라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유미현, 난 당신 꿍꿍이를 알아.
그쪽이 보낸 프락치도 처리했지.
한 방 먹은 기분이 어떠신가, 화나겠지?
어처구니없이 발각되서 황당할지도 몰라.
그런데 원래 세상일은 자기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아무리 철저하게 계산하고, 분석하고, 예측해도
허점이 발생하는 것처럼.
당신도 이래저래 치이는 입장에서 동의할 거야.
그러니까 우리 인제 그만 장난치고,
서로 진실한 대화를 한 번 나눠 보는게 어때?
(7)
"왕자께서는 앞으로 구분하실 줄 알아야 합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눈다면
하나, 그렇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는 사람.
둘, 겉으로는 살가운 체하지만
본인이 책임을 지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든 '먹이려고' 하는 사람.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그걸 어떻게 알아봅니까?"
"제 눈엔 보입니다."
불신으로 가득 찬 시선이 날아왔지만
신해범은 굴하지 않았다.
"정말입니다."
아무렴. 내가 너한테 매일 같이 하는 짓인데.
(8)
신해범은 류진에게 턱진했다.
"해결해."
"예?"
"못 들었나? 가서 해결하라고.
왕자님과 우리가 곤란해지는 일 없도록."
"아........."
류진이 눈을 내리깔았다.
신해범은 속으로 혀를 찼다.
하여튼 정류진, 예쁘고 섹시한 거 빼고는
할 줄 아는 짓이 없어.
(9)
권세혁이 걸음을 재촉했다.
류진과 민은지에게 다가가 그 사이에 몸을 끼워 넣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며 류진이 그의 어깨를 때렸다.
권세혁이 두 사람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웃어댔다.
신해범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저 시건방진 애새끼. 웃을 수 있을 때 웃어두라지.
(8)
어떻게 하면 정류진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지?
난 쟤를 그냥,
머리부터 발 끝까지 씹어 삼켜버리고 싶던데.
(10)
신해범은 비로소 왜 화가 나는지 깨달았다.
자기가 정류진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지 못한다는게
화가 났다.
그게 억울했다.
시팔, 빌어먹을,우라질!
히로인이 눈을 떴을 때 눈앞에 있어야할 건
왕자님이지, 간신이 아니었다.
대본 그 따위로 쓰면 원로작가라도 모가지 날라간다.
(11)
"보고 싶어?"
"경찰에 제출했어도 사본이 남아있겠지.
증거를 두려워했으면
처음부터 남기지도 않았을테니까."
"더러운 새끼."
"너나 나나."
신해범은 함영재의 일갈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 도발에 발끈하기에는
스스로의 추악함을 잘 알았다.
지옥급행열차 1호, 특등석 고객님이 바로 나야.
(12)
놀랍게도 온수가 나왔다.
신해범은 손에 묻은 피를 닦았다.
핏방울이 튀어 있었다. 거울을 봤다.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방금 살인을 저지른 남자였다.
신해범은 손을 들어 남자의 뺨을 만졌다.
긁힌 상처에서 가느다란 피가 배어 나왔다.
'죽여! 죽여 버려! 죽여 줘! 죽여!"
네 소원 들어줬다.
기뻐하면 좋겠구나.
(13)
신해범은 활짝 웃음으로서 대중의 호응에 화답했다.
그래 웃자, 웃어.
아주 주둥이가 귀에 걸릴 때까지 웃어 버리자.
어차피 진심도 아닌데 죄책감 느낄 필요 없잖아.
나 이해할 수 있지, 아버지?
우린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였잖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였잖아.
(14)
애국가에 이어 장엄한 선전가요가 울려 퍼졌다.
신해범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마찬가지로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가면을 씌워주었다.
그는 가면 쓴 얼굴로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일할 때는 보낼의 자신을 숨겨야 했다.
생각과 감정을 철저히 분리하고,
매뉴얼대로 움직여야했다.
스스로를 지키고 싶거든.
(15)
신해준을 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형체가 없는 인격이기 때문이다.
총질이나 칼질로 해치울 수 없기에 오랜 시간 할애했다.
하지만 장담컨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내가 해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식의
무지막지한 논리가 아니었다.
신해범은 정류진을 믿었다.
정류진은 신해준 보다 강했다.
그러니 장차 어떻게 성장할지 알만했다.
아끼는 컬렉션 전부 걸고 장담하는데,
서른셋의 정류진은 서른셋의 신해범보다 강할 것이다.
로그인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