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뚠.뚠.하.니.까
겨울은 개들이 고구마 먹고 살 찌는 계절이라
기본적으로 다들 살크업된 상태인데다
장모종 애들은 털 쪄서 털크업 되어있고
단모종 애들은 패딩 껴입어서 옷크업 되어있음
산책 나가보면 우리 개나 남의 개나 다 뚠뚠함ㅋㅋㅋ
추위 많이 타는 단모종 노견의 겨울 산책 준비
일단 면티 하나 입고
그 위에 기모 후드티 입고
또 그 위에 패딩
이러고 나가도 좀 추워해ㅠㅠ
담요로 김밥말이해서 개모차 태우고 개모차에 방풍커버까지 씌워야함
다리 짧고 살찐데다 옷까지 겹겹이 입어서 넘어지면 일어나지도 못한다
뒤집힌 코기 사진처럼 벌렁 뒤집어져서
동네사람들 앞에서 굴욕 당한 적도 수차례..ㅠㅠ
맨몸에 하네스만 하고도 씩씩하게 잘 노는 이중모견들 너무 멋있어
(즐거운 유부초밥)
할배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탔어
그래서 엄마가 요랑 이불을 겹쳐놓고 4면 중 3면을 바느질로 꿰매서
마치 유부처럼 생긴 강아지용 침낭을 만들어줌
이불 속에 저렇게 쏙 들어가있는 걸 가족들끼리는 유부초밥 상태라고 해
(숨 쉬는 유부초밥 , jpg같지만 gif임)
엄마가 애 감기 걸리면 안 된다고 집안 곳곳에 유부이불 놔둠
1방 1유부
유부 안에 개 있어요
그 개가 여기 있대니깐
할배의 유부이불은 겨울엔 극세사나 두툼한 솜이불이었다가
봄가을엔 얇은 춘추유부로 바뀜
그리고 여름엔 시원하라고 삼베와 인견 유부로 바뀜
계절마다 저거 다 바꾸는 것도 일이고 저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어 보이지만
엄느의 열정을 말릴 수 없음ㅠㅠ
엄마가 만든 개옷도 많은데 그건 다음에...
추위를 많이 타는 강아지에게 난방텐트는 파라다이스
뜨뜻한 전기장판 깔린 난방텐트 속에 누워
옆구리엔 강아지를 끼고 귤 까먹으며 폰으로 넷플릭스 보면 을매나 좋게요
여기가 나에게도 지상낙원 아니 침상낙원일세
(킹덤 볼 땐 무서우니까 강아지를 꼭 안고 시청하자)
아니 그니깐 내 자리에 눕지 마시라고요..
내가 내 자리에 누울 수 없는 것만 빼면 다 좋아
인형으로 보는 할배의 뚜렷한 개취(개의 취향)
윗줄은 할배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인형들
아랫줄은 할배가 매우 사랑하는 인형들
이유는 모르겠지만 테디베어형 곰돌이만 좋아함
사랑받지 못하는 편이 더 행복해 보인다면 기분탓이야
좌 최애 우 차애
요즘은 서서 밥 먹기도 귀찮은지
엎드려서 먹거나 한줌 입에 물고 벌렁 누워서 챱챱 씹어 먹는다
아무래도 조만간 소 될 듯
사실 서서 먹으나 앉아서 먹으나 높이엔 별 차이 없다
새치가 점점 많아진다
할배 어릴 때 산책하다가 만난 어떤 아주머니가
어쩜 개가 이렇게 새까맣고 반들반들하냐면서
꼭 '기름 발라 구워놓은 김' 같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회색이다
그래도 괜찮다
흰 개가 된대도 사랑할거니까
겨울이지만 갑자기 지난 가을 사진 투척
해마다 가을은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갔는데
지난 가을은 제법 가을기분 느낄만큼 길어서
주말마다 할배랑 둘이 소풍처럼 많이 놀러 다녔다
할배가 젊을 땐 매일 두시간정도 같이 운동하고
주말마다 산에도 같이 가고 그랬었는데
늙으면서 그런 걸 같이 할 수 없는 게 내심 좀 슬펐어
지금도 매일 산책하고는 있지만 배변을 위한 짧은 산책일 뿐
산책다운 산책은 아니어서 할배에게도 미안했고...
강형욱 훈련사가 노견의 산책에 대해 얘기한 영상을 보니까
꼭 걷는 것만이 산책이 아니라고
밖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가을에 주말마다 할배랑 둘이 나가서
그냥 공원에 앉아서 단풍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삶은 계란이나 고구마같은 거 싸가서 둘이 나눠 먹기도 하고
그렇게 몇 시간씩 함께 시간을 보냈었는데 참 좋더라
진작에 이런 시간을 더 많이 함께 할걸 싶었어
얼른 봄 되서 또 할배랑 주말소풍 다니고 싶다
비밀인데 할배에겐 귀를 세우면 미니핀으로 변신하는
변신기능이 있어 (황급히 다리를 감춘다)
오랜만에 와서 별 일 없는 할배의 일상 이야기 전하고 간다
새해에 크게 바라는 거 없다
그냥 지금처럼 앞으로도 할배에게 별 일이 없기를..
그럼 새해에도 모두 건강하시개!
너무사랑스럽고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