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보면 작가가 강주한에 대해 ‘상투어에 둘러싸인 사람’이라고 묘사하면서 한나 아렌트를 인용하잖아 ㅋㅋㅋ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유명한 개념을 제시한 철학자인데 강주한이 여기에 좀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음
분명 강주한이란 개인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다른 이들에게서 증오를 받을 정도로 악하거나 비상식적인 인물은 전혀 아님 오히려 여타 공들에 비하면 상식적인 편에 속하고 ㅋㅋㅋㅋㅋ 그렇지만 강주한은 재벌의 사고방식, 즉 다른 무엇보다도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무언가를 소유하고 착취해서 더 큰 자본과 이윤을 추구하는데 익숙한 사람이잖아 그게 비록 중소기업을 밟으며 특허를 빼앗고, 소시민을 죽이고 노조를 탄압하게 되는 방식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본인이 의도치 않았더라도 자본이란 체제 속에서 별다른 의문없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행함으로써 타인을 착취하고 약자의 것을 뺐어온 건 변명할 여지없이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행위니까. 소설에서 강주한이 하선우에게 자신 역시 차별받는 사람이고 내일이면 제게 쏟아질 증오에 당신도 보태보라며 수동공격적으로 굴었던 적이 있지만 사실상 그 증오와 비난은 이제껏 강주한이 누군가의 착취를 통해 서있을 수 있는 기득권적인 위치에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어느 정도의 타당한 이유에 근거해왔기 때문에 좀 비겁한 태도였다고 생각해 (강주한 안티 아님 작가님 캐릭터들 중에서 제일 좋아함)
강주한이 그 말을 한 것 역시 본인이 주위에서 받는 비난을 의식해서 그렇다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자신이 그런 얘기를 하면 모질게 굴지 못할 하선우를 알기에 하선우의 행동을 컨트롤하기 위한 처세였을 뿐이고. 도둑들 체크리스트에 강주한이 타인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에 대해 시큰둥하다는 말이 써 있듯이 강주한은 타인의 증오를 몰이해의 영역으로 남겨놓는 사람이니까ㅋㅋㅋㅋ 한나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에는 그저 평범하단 뜻의 평범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할 능력이 전혀 없다는 특성 역시 내포되어 있는데 그런 부분이 강주한의 캐릭터와도 맞아떨어지는것 같더라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강주한이 하선우를 사랑한다고 해도 결국 하선우를 다시 찾아가 재회한것도 특허때문이었고,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자신은 또다시 같은 선택을 했을거라는 이기적인 인물이라 더 흥미로웠음 ㅋㅋㅋㅋ 사실 WOW도 소재는 전혀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도둑들하고 비슷한 구도라고 생각하는데, 리뷰를 보면 공이 수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들이 소설하고 주인공 캐릭터들을 더 매력있게 만드는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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