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톨들아! 우윳빛깔 아름다운 주말이야!
주말 맞아 좀 수위가 있는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함.
나는 로설>>>>>>>>>비엘 파인데 특이하게 19금 만화는 비엘>>>>>>>로맨스가 되더라고. 만화쪽 덕질 역사가 그렇게 길기 않아서 내가 발굴해 내지 못한 명작이 많이 없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남녀 커플은 씬이 안 땡기더라고ㄱ- 특히 소설은 더 그래. 막 읽으면서 흥분되고 어머어머어머어 설레고 막 그런 게 없어. TL도 읽어봤고, 할리퀸도 읽어봤고, 조아라 노블도 읽어봤고, 장소영이나 이지환 같은, 로설 계의 대모라 불리는 분들 것도 읽어 봤는데 이상하게 나한텐 씬이 전혀 야하게 느껴지지 않더라고.
그런데 이번에 아웃랜더 드라마를 보면서 드디어 내가 왜 씬=비엘을 그렇게 좋아했나 깨닫게 됨.
난 남자가 느끼는 걸 보고 싶었던 거야! (당당)
솔직히 난 여자가 얼마나 느끼고, 얼마나 좋아하고, 얼마나 몸이 예쁜지는 별 관심이 없어. 그야 예쁘고 같이 좋아해주면 좋긴 하지. 하지만 씬 묘사 중에 여자인 내가 보이엔 와 이거 진짜 쌩판 판타지! 하는 게 많다보니 (처녀가 삽입만으로 첫경험에 절정에 오른다던가, 강압적인 안돼돼돼돼에서 엄청 느낀다던가, ㅊㄴ니 ㅇㅋ니 하는 소리 들으면서 흥분한다거나) 그걸 읽고 있으면 아, 난 몇기천번을 빙의해도 로설 주인공은 못 되겠구나 싶은 생각 뿐임.
내가 19금 씬에서 오히려 보고 싶었던 건 남자가 여자를 안으면서 얼마나 기분이 좋고, 얼마나 느끼고, 얼마나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고, 그 몸이 얼마나 섹시하고 하는 묘사야.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방식으로든 여자에 대한 애정과 갈망이 느껴져야 한다는 거임. 이 남자가, 그 여자에 대한 애정과 섹슈얼 텐션에 몸이 달아 여자를 욕망하고, 관계를 가지는데 그 과정에서 이 남자의 표정과 몸이 어떤 흥분의 증거를 보여주고, 그 관계를 통해 이 여자를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하고 원하는 심리 상태가 어떻고,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걸 보고 싶은 거라고. 이게 충족되면 난 솔직히 그 관계가 얼마나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든, 얼마나 변태적이고 이상한 플레이를 하든 전혀 상관하지 않아.
그래서 난 씬묘사가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행위, 여자의 흥분에 대한 묘사에 집중하다보면 좀 실망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 내가 보고 싶은 건 이게 아냐! 하면서.
너무 횡설수설한 것 같아서 이게 무슨 말인지 정리하기가 모호하니 예를 하나 들게. 아웃랜더 시즌 1 7화를 보면 주인공 둘의 배드씬이 나와. 씬이 이어지면서 카메라의 렌즈는 두 사람의 섹스, 가끔씩 여주의 표정을 잡다가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여주가 남주의 몸을 만지며 애무하는 씬이 나와. 많은 경우 이때 카메라는 여자의 움직임을 따라가. 그런데 이 경우, 카메라와 조명은 모두 남주의 얼굴에 초점이 맞춰 있음. 가슴 아래로, 목 아래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데 그 표정이랑 상체의 움직임만으로 지금 이 남자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지나가고 있을지가 너무나 명백히 보이는 거야. 지금까지 씬을 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촬영 기법이었음. 수위가 전혀 높은 편은 아닌데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섹시했어.
갠적으로 19금 로설을 너무나 사랑하는 입장으로서 요즘 19금 로설이 쏟아져나오는 트렌드가 너무 반가운데 막상 열어보면 씬이 다 비슷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 같아서 아쉽더라고ㅠ 이건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이니 어떤게 더 낫고 어떤게 더 안 좋고 그런 게 아니니 그저 다양한 취향대로 골라볼 수 있도록 씬 전개가 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야.
음, 그냥 이대로 잡소리만 하고 끝내기엔 너무 민망하니 개인적으로 씬이 참 찰졌다 생각했던 소설 몇개 추천하고 가겠음.
김휘빈님의 <세계평화를 위한 유일한 방법>과 김수지님의 <우리 집에는 쥐가 산다>를 추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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