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탭댄스단의 성장과정과 우여곡절을 다룬 코믹 영화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재미없을거야. 시대상을 절대 뺄 수가 없거든. 이 영화에서 시대상은 탭댄스의 어떤 장애물로만 있기보다는 굉장히 큰 축을 담당해. 시대상은 배경으로만 존재하고 탭댄스만을 다루는게 아니라, 탭댄스가 시대상 속에서 서로 주고받는 메세지이자 이야기로 작용해. 그래서 탭댄스단의 성장물 이런걸 기대한다면 기대에 어긋날거 같고 시대상황에 공감하고 본다면 여운이 많이 남을 거 같아. 그렇다고 시대상황이 신파적이고 구구절절하지 않으니까,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어.
2. 감독이 주고자 하는 메세지가 굉장히 좋아서 오랜만에 상업영화에서 여운을 느꼈어. 개인차는 있겠지만 나는 개그씬이 주로 나오는 초반이 지루하고 중반부터 몰입이 잘됐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느껴진 뒤부터. 보다보면 장면마다 건드리는게 많아. 그렇다고 신파는 아니라고 느꼈고. 모든 걸 건드리면서도 잘 끊어서 깔끔해. 짧게 툭툭 건드리는데 그게 굉장히 임팩트 있었어.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괴롭지 않았고 건강하고 즐거운 느낌이었어. 그만큼 여운이 많이 남았고. 음식으로 치자면 칼칼한 해물 칼국수를 먹는 느낌.
3. (구체적인 장면 스포 나옴)
그래서 그렇게 건드린게 무엇이고 탭댄스가 메세지로 작용했다는 구체적인 부분들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굉장히 많은데. 크게 말하자면, 그 시대상황 속에서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이 아닌 개인으로서 모두의 이야기를 했다는 거야.
- 영화 전반적으로 양쪽으로 갈려 있는 수용소의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서로 반동분자니 빨갱이를 외치다가도 새로운 포로들이 들어오면 어디 누구를 아냐고 하나같이 외치는 모습이 인상깊었어. 마찬가지로 서로 죽일듯 굴다가도 우스꽝스러운 주인공들의 모습에는 함께 웃는 모습에서도. 나중에 보고나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지.
- 정말 인상깊었던 부분은 잭슨과 양판래의 대화. 백인에게 핍박받는 흑인으로서의 삶이 더 힘들다, 전쟁터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더 힘들다를 뱉어낼 때 앞장면들과 이어져서 굉장히 확 와닿았달까. 영화 보기 전 찾아봤을 때 여성캐릭터를 주체적으로 그렸다는 말이 많아서 어떤 식일지 궁금했는데 영화 보면서 통쾌했다. 감독이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어.
- 끝 부분에 크리스마스 공연 전에 잭슨(흑인 하사)이 탭댄스팀을 소개하는 말들이 인상적이어서 쓰고 싶은데 다 기억이 안나네. 대충 말하자면 전쟁텅에서 누구보다 당당하고 용감하게 살아가는 여성과, 적군으로 오해받아 붙잡혀 온 민간인, 전쟁이 아니었으면 카네기홀에서 탭댄스를 추고 있을 북한군 ~ 뭐 이런 식이었는데 그 인물들의 구구절절한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감독이 그 모두를 짚고 있다는게 보였어. 말이 좀 이해가 잘되게 써지지가 않는데, 내가 위에서 모두의 이야기를 한다는게 전쟁과 사상이라는 큰 흐름 아래에서 이처럼 영웅이 아닌 한 개인의 파괴당한 삶 상처받은 삶을 툭툭 짚어내. 너무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게. 이 말을 정말 하고 싶네
- 탭댄스를 메세지로 본 이유는 먼저 서로 말이 안통하는 흑인, 민간인, 남한군, 중국군, 북한군인데 모두가 탭댄스로 교감을 하고 대화를 하는 부분에서도 알 수 있고.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중국군인 샤오팡(김민호)과 남한군인 강병삼(오정세)이 비 오는 날 서로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춤으로 몸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야. 사실 굉장히 코믹한 장면이었는데 ㅋㅋㅋㅋ 코믹하면서도 그게 와닿았어. 나는 이 장면이 탭댄스가 이 영화에서 가지는 의미를 은근히 그러나 분명히 드러낸 장면이라 생각해.
- 엄마가 인상깊어했던 장면은 남한군 강병삼(오정세)이 자신의 아내를 찾으면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던 말. 나도 인상깊었어.
- 제일 좋았던 장면은 양판래와 로기수의 모던 러브. 이 장면이 자꾸 생각이 나. 너무 좋았어. 정말. 진심으로 좋았어. 이 장면은 자세한 설명을 생략할게. 직접 봐야 느껴질 거라 생각해.
4. 결말에 대하여 (스포주의)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1) 탭댄스단의 코믹한 성장물일거란 기대 2) 결말’인데. 나는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위해서는 그런 결말이었다고 생각했어. 오히려 다른 결말이었다면 그 메세지가 부각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따라서 나는 결말이 더 여운이 남았고 감독의 메세지도 분명하게 전해졌다고 느꼈어.
5. 결론적으로 오랜만에 메세지가 있다고 느낀 영화고 그 메세지가 참 좋다고 느낀 영화야. 영화 보기 전에 잠깐 찾고, 보고 난 후 대만족스럽게 서치하다보니 변칙개봉에 대해 말이 많던데. 이게 오점으로 따라붙을 거 같더라고. 티켓파워가 없는 배우들을 가지고 상영관 확보를 위해 아등바등했구나 싶으면서도 어쨌든 치사했던건 맞으니까. 한편으로는 만약 이 영화가 처음에 씨제이의 요구대로 주인공인 로기수역을 바꾸고 씨제이로 개봉했으면 변칙개봉도 안하고 이런 오점이 안붙었을까하는 생각도 했지. 그런데 또 씨제이 개봉을 상상하기에는 배우들이 너무 찰떡이구나 싶고. 어떤 한명의 신들린 것 같은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강형철 감독의 특징이랄까. 마치 써니를 볼 때 써니의 모든 친구들을 애정하게 된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모든 배우들이 그 인물들로 찰떡같이 보였고 그 인물들을 애정하게 되더라고. 그래서 아마 지금과 같은 여운을 느꼈을까 싶더라. 영화 자체는 너무 좋았기에 더 아쉬운 부분이야.
6. 마지막으로 마무리하자면, 내가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메세지와 그걸 감독이 짚어내는 방식이야. 이후에 나오는 강형철 감독의 작품도 꼭 볼 거 같다. 요즘 시대의 사람들도 보면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고. 마냥 가벼운걸 생각한다면 뭐야 싶을 수 있지만, 가볍고 코믹한 걸 기대하지 않고 간다면 즐거워. 무엇보다 메세지가 좋아서 사람들에게 꼭 한 번 쯤은 봐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영화였어. 특히 나는 엄마가 너무 만족스러워해서 오랜만에 영화 보고 많은 대화를 나눴던거 같아.
7.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 결론은 퍽킹 이데올로기!!!
+) 이걸 빠트렸네. 탭댄스팀 모두 애정하지만, 샤오팡(김민호) 진짜 너어어어어무 귀여웠다. 엄마랑 나랑 너무 귀엽다고 신나게 웃었는데, 외치고 다니고 싶었어. 너무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