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 우리 꼬꼬 너무 귀엽다!"
"뭐. 뭐야! 놔!"
미친놈이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다.
작전 지휘하느라 힘들었네, 어쩌네 하더니 머릿속의 뇌혈관 하나가 터지기라도 했나?
류진은 숨이 막혀 버둥거렸다.
신해범의 검고 축축한 머리카락이 뺨에 들어붙었다. 담배와 비누 냄새가 났다.
(2)
신해범이 물었다.
"너도 네가 예쁜 거 알지?"
"너무 예뻐서 안되겠어."
(3)
"귀여워, 우리 꼬꼬 너무 귀여워."
그는 류진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어떡하지. 너무 예쁜데.
(4)
신해범은 가끔 생각했다.
내 삶은 불붙은 폭주기관차 같다고. 목적지를 향해 미친 듯이 내달리며 가스가 떨어지든,
바퀴가 우그러지든, 설령 철로를 이탈해 절벽 아래로 추락한다 하더라도 멈출 수 없는.
고장 난 열차를 세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미사일로 격추시켜 완전히 폭발시키는 일이었다.
나사못 하나 남기지 않고, 산산조각.
신해범에게 그건 죽음이었다. 폭주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안식 같은 죽음을 맞이하게 해 줄 사람을 찾아 오래 헤맸다.
나는 그게 너라고 확신한다.
(5)
진치우는 음식봉투에서 토마토주스를 꺼내 건넸다.
하지만 신해범은 고개를 홰홰 저었다.
"왜? 사오라며."
"냉장고에 넣어 놔."
"지금 마셔. 목 안 타냐?"
"나 아냐. 꼬꼬가 먹을거야."
(6)
신해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꼼꼼하게 포장된 화병을 상자에 도로 집어넣으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꼬꼬가 좋아할까?"
(7)
진치우는 고개를 들었다. 테이블 위에 책 한 권이 보였다.
신해범이 어젯밤 늦게까지 끼고 읽던 책이었다.
어찌나 뒤적거렸는지 손때가 까맣게 타고 귀퉁이가 너덜너덜했다.
"저건 도움이 되냐?"
"그냥 그래."
"도움도 안 되는 걸 그렇게 붙들고 있어?"
"심심해서."
빈말로도 심심풀이용은 아니었다. 심혈을 기울여서 꼼꼼하게 읽은 티가 났다.
몇몇 페이지는 귀퉁이가 접혀 있었고 포스트잇으로 해놓은 메모도 눈에 띄었다.
(8)
베개 위에 놓인 손을 바라보았다.
피부가 얇아 실핏줄이 고스란히 비쳐보이는 여린 손바닥
군데군데 박힌 굳은살이 눈에 띄었다.
신해범은 홀린 듯, 마른 손가락 사이에
제 손가락을 끼워넣었다.
신해범이 죽은 듯이 자는 류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술을 벙긋거렸다.
일어나
나랑 같이 가.
(9)
그가 다가왔다. 류진은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신해범은 발로 걷어차는 대신, 류진의 팔을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머리 위로 검은 우산이 드리워졌다.
"됐어. 어차피 다 젖었어."
가늘게 뜬 시야에 신해범의 무표정한 얼굴이 들어왔다.
"더 젖지 말라고."
바람이 불었다. 강풍에 우산이 흔들렸다.
신해범은 류진의 허리를 덥석 끌어안았다.
(10)
"괜찮아, 꼬꼬야. 무서워할 필요 없어.
널 데려가면 나부터 조져야 하는데, 나는 우리 꼬꼬가 아니면 절대로 죽어줄 생각이 없으니까."
"정말이야. 내가 죽지 않는 한 너는 안전해."
신해범은 류진의 마른 몸을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가느다란 떨림이 전해져왔다.
그는 두 눈을 지그지 감으며 한숨을 토했다.
아, 마음이 좆나 찢어질 것 같아.
그는 류진의 등을 가만가만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 하성록도, 그놈 프락치도 내가 해치워줄게.
난 절대 안져. 호랑이는 원래 단독생활을 하는 맹수라 일대 다수의 싸움도 겁내지 않거든."
신해범 얼마 안나왔다고 보고싶어서 가져옴......
좋았던 거 모아봤는데 왜케 괜히 슬프냐 ㅋㅋㅋㅋ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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