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랑 발췌 다량이니 피하고 싶은 톨은 피해줘!
아직 이북 인생작이 없는 나토리는 최근에 지르고 읽은 인기작들이 잘 안 맞았어.
재밌긴 했는데 감정선이 아쉬웠거든. 시무룩해져서 별 기대 없이 연수연사를 읽기 시작했어.
내기준 구사일생은 극호작이었고 슈든터치잇은 무매력이었어서 연수연사는 어떨까 싶기도 했지.
그리고 예감이 들었어. 아, 이건 각이다. 각. 인생작 각. 그리고 예감은 어김없이 들어맞았고.
인생작이야!!!!!!!! 인생작이 왔어!!!!!!!!!!!!!!!!!
안구건조증이 미친듯이 심한 나토리를 두 번째로 울린 이북이었다.
왜 토리들이 다 형광펜 투성이라고 했는지 알 거 같아. 나 형광펜 잘 안 칠하는데...
연애사업 1,2권은 그냥 몽땅 형광펜이야... 발췌하려는데 도대체 어디를 발췌해야 할지 모르겠을 만큼...
처음 연애수업 읽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취향저격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연애수업 읽을 때 : 모야~ 얘네 모야~ 음~ 귀엽네~ -> 연애사업 : 어흑흐긓흐어흑흑흑(눈물)(형광펜)
처음 강이 봤을 때 : 이름이... 강? 음.. 으음... 그래그래..... -> 연애사업 강이 : 강이 내새끼ㅠㅠㅠㅠ 으흑흑흑흑
처음 무진이 봤을 때 : 오...오..큐파이...?가 점점 귀엽게보이기 시작 -> 연애사업 무진이 : 무진이 너? 쒸익쒸익ㄱ 쒸이이이히흑흐긓긓흑
연수는 진짜 무난하게 읽었단 말이야... 연애 도와주려다가 이러케~ 쿠쿠 풋풋하네 귀엽네 이러면서...
오큐파이랑 다나까 말투랑 오빠가~에서 김구라표정 돼버렸지만 갈수록 무진이녀석 귀여웠고,
강이는 처음에 이름이 강이라니? 싶었는데 아니 얘 이름 진짜 찰떡이야. 꺾이되 부서지진 않는, 강하게 부드러운 그런 녀석이야..
사실 연수까지는 귀여운 마음이었고 아, 이게 호작이 될 거라고 예상했었어.
오해 나오는 부분에선 진짜 아 설마 아니겠지 싶었는데 설마가 진짜가 돼버려서 솔직히 짜증나기도 했고ㅠㅠ
그치만 연수에 나온 인물들이 대학시절부터 보였던 싹이 남은 채로 연사에서 얽히는 거 너무 좋았다.
진짜 왜 연수 읽고 연사 넘어가라고 하는지 알겠어. 진짜 감정적 카타르시스가 몇 배는 뛰었다.
발췌를 보며 얘기를 이어볼게.
무진은 강 위로 벨트를 채워 주었다. 강이 히죽거렸다.
그때마다 눈물점이 곧 떨어질 별처럼 보였다 말았다 했다.
내가 연수에서 사랑의 시작이라고 느꼈던 부분은 이거였는데.
무진이가 강이 다르게 보게 된 때가 이때부터인 것 같아서 이 짧은 문장이 너무 예쁘게 다가오더라.
그리고 무진에게 속절없이 이끌리는 자신이 싫어서 카트에 화풀이하는 강이도 귀여웠어ㅠㅠ
"돈 가져가시는 건 상관없습니다."
입술을 떼며 무진이 한 말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강의 눈을 간지럽힌다.
속눈썹을 떼어 내는 듯했다.
"그러니까 어디 가시지는 마세요."
-
"감사해요."
일하는 내내 강과 통화하게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래야 엉킨 실타래처럼 꼬인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질 것 같았다.
-......뭐가?
강의 목소리가 유난히 작아진다. 언뜻 쉰 것처럼도 들렸다.
무진은 전화기 줄을 다시 꼬았다.
"그냥, 있어 주셔서요."
그리고 오큐파이에서 조금씩 진화되어가는 무진이 보는 재미도 참 좋았어.
마지막이라도 되게 해달라는 무진이,
돈은 가져가도 상관없는데 어디 가지는 말라고 하는 무진이,
그냥 있어줘서 고맙다는 무진이. 순수한 순정공 진짜 최고야.
"저 보고 얘기해 주세요, 선배님. 저는......,
저는 이렇게 헤어지기 싫습니다. 이렇게는 못 헤어져요."
손목으로 느껴지는 무진이 뜨겁다. 너무 뜨거워 울컥 화가 날 지경이었다.
강은 무진을 보았다. 무진의 순한 눈망울에 자신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제가...... 제가 잘하겠습니다."
-
"야."
무진이 뭘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그 잠깐 사이에 무슨 사랑이냐."
자신이 다 망쳐 놨는데.
강은 무진의 손가락을 떼어 냈다. 무진은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나 의심하는 듯이.
강은 신음할 뻔한 입술을 깨물었다. 신음하고 싶지 않았다.
"오버하지 말자."
마음을 안락사시키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윤재석 10ㅅㄲ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야.
그런데도 무진이가 계속 빌고 자기가 잘하겠다고 해서 마음이 열배로 아파버리고ㅠㅠ
그렇게 연사로 넘어갔는데 아... 첫 장면부터 강이한테 반해버리고 갈수록 얘 진짜 어쩌면 좋아 이러면서 읽었다ㅠㅠ
그럴 애 아니라고, 변해도 그렇게 변하지는 않는다고 무진이를 옹호하지를 않나.
그래도 자기는 아니라고, 걔는 더 좋은 사람 만나야 된다고 행복해야 된다고 하지를 않나.
사랑한다는 말 조차 기만이 될까봐 할 수 없다고 하지를 않나. 아픈거 상처받은거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를 않나.
그러면서도 복수는 자기가 하겠다고 해. 책임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라고 해.
이 닳고 닳은 상처투성이 주제에 곧고 바른 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고 배길 수가 있겠냐고ㅠㅠㅠㅠ
이 사랑은 진짜 미쳤어. 미친 것 같아. 강이는 어떻게 이런 사랑을 하지?
하지만 무진이는 아무것도 몰랐고,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버렸잖아.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
엘리베이터 불빛에 비로소 무진의 얼굴이 보였다. 무표정했다.
"마음 아프네요."
무진이 열림 버튼을 누른다. 닫히려던 엘리베이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생각, 저도 해 본 적 있거든요."
강은 섣불리 타지 못했다.
"이 문제에서는 제가 선배니까 충고 하나 드리자면요, 기자님."
무진이 언제를 말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 마음먹은 사람한테는 안 통하더라고요."
자기가 받은 상처 그대로 돌려주고...
"부럽네요."
"응?"
무진이 손을 완전히 빼낸다. 그가 중얼댔다.
"정말 완전히 정리하신 것 같아서 말입니다."
"......."
"저는......."
"......."
"저는 아직 가슴에 풍랑이 쳐서."
재해 같았던 이별에 여전히 고통받고...
사실 그런 생각도 했다. 얘들 실제로 만난 건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 않나. 그런데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
"헤어질 때 당신이 그랬지. 그 잠깐 사이에 무슨 사랑이냐고."
무진은 그 사실에 다쳤고 아파했다. 울었고, 애원했고, 원망했다.
"근데 나는 왜 사랑이었을까. 그 잠깐 사이에."
작중에서 강이가 그랬었던 것 같아. 실제로 사귀고 백일도 안 지났었다고.
그런데 너무 강렬하고 너무 강한 감정이어서 그리고 제대로된 방식으로 이별한 게 아니어서.
강이랑 무진이는 그 시간에 사로잡혀 있을 수밖에 없었겠지.
그리고 하나 더, 얘들은 사실 지난 5년 동안도 사랑을 한 거나 다름없잖아.
상처입은 채로 상처는 하나도 지우지 못한 채 계속 서로를 그리워했을 텐데.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뭐겠어..
그리고 강이는 무진이 돌려주는 상처를 그대로 받아내고 인내하지.
혹시라도 무진이가 자책할까봐, 미안하다는 말 대신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숨이 턱 막히더라도 감추면서, 자신은 될 수 없기에 다른 좋은 사람 만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라면서.
무진이가 욕심나는 자신을 경멸하면서 무진이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면서.
어떤 식으로라도 무진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그게 제가 바라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너 전화 안 받더라."
강은 손을 내리지 않았다. 알코올이 잠식한 머릿속에서 기억이 마구잡이로 엉킨다.
강은 팔을 내리지 않고 기다렸다. 무진이 올 때까지.
"전화하신 적도 없으실 텐데."
무진이 코웃음 친다. 무진이 뿌옇다. 강은 작게 중얼거렸다.
"했었어, 전화."
"......."
"결번이라고, 유진이가 그래서, 마음 놓고 했었어."
강이가 진심 말하는 건 취했을 때, 의식을 붙잡지 못하고 있을 때야.
미안함도 죄책감도 자기를 붙들고 있지 않을 때, 그때 뿐이라는 게 어흑ㅠㅠㅠ
제정신일 때는 무진에게 진심도 진실도 말하지 못하면서 "그냥"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으면서 말이야.
"내가 다 없던 일인 셈 치겠다고 하면...... 어떡할래요?"
"......."
"당신이 나한테 했던 거, 내가 다 잊겠다고 하면......."
-
"이 새끼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무진이 강의 네 번째 손가락을 매만진다. 반지가 돌아갔다. 무진이 속삭였다.
"빼고 나한테로 와요."
"......."
"내가 그 미친 호구짓 한 번 더 할 테니까.
행복, 평범한 삶,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당신을 옆에 둬 볼 테니까.
오라고. 다시."
그리고 강이에게 다시 흔들리는 무진은 상처 받았음에도, 잊겠다고...
다른 거 필요없이 강이 옆에 있을 수 있다면 상처까지 끌어안으려고 하는 마음이라니.
"너 아프지 않은 선에서만 믿고, 너 다치지 않는 선에서만 좋아해도 난 좋으니까."
-
"네가 나를 만나면 편안하고, 좋고, 행복하고. 그러면 좋겠어."
주고 싶은 건,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충만하게 사랑받은 기억이었다.
진심을 뱉을까봐 말을 아끼게 됐으면서도 강은 어떤 식으로든 무진을 지키고 싶어해.
마지막까지도 모진 말은 자신에게만 하고, 무진에게는 예쁜 말만 돌려주려는 강이야.
강이가 모든 것을 제탓으로 두면서도 속절없이 무진에게 끌리고,
자격없는 그런 자신을 혐오하는 게 진짜 마음이 아파서 내가 죽겠더라...
그런데 얘는, 정말.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으면서도 끝까지 말을 안 해.
자기가 썩어문드러지든 다치든 어떻게 되든. 지키겠다고. 그 마음이 너무 숭고하더라.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말하는 강이, 그리고 그걸 기다려주는 무진이.
강이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강을 지키려는 무진이.
얘네들 보면서 눈물이 자꾸 나와서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아주 많이...... 보고 싶었다고."
그는 저도 모르게 반복했다. 목줄에서 풀려난 말이 제 마음대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동시에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
강은 아랫입술을 버릇처럼 꽉 깨물었다. 참으려 했으나, 자꾸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인지 몰랐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눈동자를 굴렸다.
무진이 엄지를 내밀어, 입술 사이에 대어 준 것은 그때였다.
"하지 마."
그가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랫입술을 꽉 누르는 이에 자신의 살을 대며.
"다치잖아."
-
"한 번도 별거 아닌 행위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느리게, 무진이 말했다.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등에 입술을 묻었다 떼며, 그가 고백했다.
"선배님이 그렇게 가볍게 느껴졌던 적도...... 없었습니다."
"......."
"마주칠 때마다,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아서."
"......."
"별거 아니라고 믿고 싶었을 뿐이에요."
-
"제게 돌아오세요."
또렷한 목소리였다.
"난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 필요 없습니다."
말문이 막혔다. 무진의 시선이 이쪽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선배님이 필요합니다."
"......."
"선배님만 필요합니다."
강이랑 무진이는 자기 상처가 먼저가 아니야. 원망하지 않아.
무진이는 그저 부드럽게 쓸어주고 지켜주고 싶다고, 등대가, 이정표가 되었으면 해.
모두가 무진이를 변했다고 말해도, 강이는 여전히 그때의 무진이가 남아있다고 생각했고
그건 진짜였지. 다정한 무진이는 사실 그대로 남아있었으니까. 강이에게 순정을 바치던 그때처럼.
내가 걱정했던 건 이물질이랑 문란공 키워드였는데,
이물질은 진짜 빼도박도 못하게 아주 시원하게 정리돼서 너무 좋았고.
강이가 윤재석한테 쏴주는 것도 좋았는데 개취로 규호가 입이 걸고 시원해서 너무 좋았다.
"이 새끼 국어 다시 배워야할 새끼네" 할 때 나 진짜 내적비명질렀어.(야광봉)
규호, 윤건, 유진 조연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면서 강이 지지해주고
힘을 합쳐서 한 방 먹이는 거 진짜 쾌감 쩔고 너무 좋았어ㅠㅠㅠㅠ
문란공은......... 무진이가 상처받고 원나잇하고 다녔다는 건 타격이 크진 않았는데
외전에서 강이한테 하는 말중에 이게 좀 걸렸어.
"애초에 그런 정서적 교류가 오갔던 관계도 많이 없지만, 몸도 포함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냥 없었다는 게 아니라 '많이' 없지만이라고 해서..ㅠㅠㅠ
배신당하고 나서 연애고 사랑이고 없다고 생각하며 원나잇하고 다닌게 아니라..
나름 그런 연애관계를 쌓으려는 노력을 해보려고 하긴 했구나싶어지니 몸보다 이게 더 충격이었어.
물론 무진이는 강이랑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었겠지만..ㅠ 근데 연애사업편에서 이런 부분이 있더라고.
'강 만큼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마음에 차는 사람이 나타날 테고, 시간이 지나면 정이 들리라.
더디겠지만 언젠가 묻힌다. 잊히진 않을지라도.' 이게 지난 5년 동안의 무진이 마음이었던 것 같아서 짠하더라.
어떻게든 다시 상처입지 않으려고... 다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했던 거..
그럼에도 강이 만큼 좋아하는 사람은 다시 나타나지 않을 거란 것까지 깨달은 거..
게다가 강이 만나고나선 그마저도 말짱 도루묵.. 너무 마음 아팠고 이해돼서 패스했어ㅠㅠㅠㅠ
그리고 이건 개취인데 난 본편이 진짜 완벽하다고 생각했고 너무 좋았어.
특히 연애사업 1,2권은 진짜 쉴 틈 하나도 없이 쭉쭉 읽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페이지가 끝날 쯤 돼있고 그랬어서 진짜 신기했어. 간만에 몰입쩔어서..
근데 본편이 완벽했다고 생각했던 만큼 외전은 음. 미묘하게 아쉬웠어.
보너스 같은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말 그대로 외전이니 틀린 말은 아닌데,
꽁냥꽁냥하는 모습 넘나 귀엽고 좋긴 했지만........ 찌통이 진짜 넘사로 좋았나봐.
난 아무래도 연수연사 생각할때 본편 마무리하는 그 여운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싶은 것 같아..
뭐라고 해야 할까. 연수연사는 진짜 꽉 찬 느낌이었어. 인물도, 감정도, 사건도.
연수에서 연사로 넘어오면서 무진이랑 강이 많이 바뀌었는데, 바뀌었으면서도 바뀌지 않은 게.
그게 너무 좋더라. 진짜 인간적이어서. 캐릭터적으로 보이지 않고 정말 사람처럼, 다채로웠어.
그리고 체리만쥬님 문장이 중간중간 툭 툭 가슴을 치고 지나가는 게 있어. 예쁜 문장도 많았고.
나 벨소설 읽으면서 이런 생각해본 적은 진짜 없었는데, 사랑이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 같았어.
계속 다시 읽고 싶어질 것 같아. 아 진짜 마음이 일렁일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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