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 쾌락과 ‘남성성’
열 두어 살 이후로 학생 시절 나는 항상 연애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는 내가 사랑받고 싶은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걷는 중에 뒤에서 포옹을 하고 몸을 만져오는 남자친구, ‘나 지금 너무 화가 나 있는데, 우리 만나서 빨리 자자’(?)고 문자를 보내는 남자친구, 나를 앞에 두고 친구들과 음담패설을 나누는 남자친구, 좋아한다고 고백하고는 뒤에서 몰래 브래지어 끈을 풀어버리는 남자 애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은 언제나 조금씩 폭력적이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인 것’은 또래들의 연애에 깊이 들어와 있었지만, 나는 항상 상대보다 성에 관해 덜 알았고, 성적인 경험들은 그렇게 야릇하지만 매우 불쾌한 것으로 경험되곤 했다.
그리고 스무 살 무렵 농밀한 성적 묘사를 그린 한 외국 소설을 읽고 처음으로 자위를 하고 난 후, 나의 삶은 크게 변해버렸다. 성적 쾌락을 혼자도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섹스는 내게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경험으로 기대되기보다는 급히 해치워야 할 것에 더 가까워졌다. 또 자기네끼리만 아는 비밀인 양 키득거리며 야한 얘기를 나누거나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스킨십을 해 오는 남자들이 우스워졌다.
그들이 거들먹거리며 드러내는 ‘남성성’은 내게 별 볼일 없는 것으로 느껴졌고, 나는 연애보다는 나처럼 ‘뇌가 썩은’ 여자 친구들과 음담패설을 나누거나 자위를 하는 게 내게 더 큰 만족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쾌한 포르노를 찾아서
이성애의 판타지가 부서져버린 후의 주체를 이전과 같은 이성애 주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정성스럽게 자위하는 나보다도 기쁨을 주지 못하는 연애에 시큰둥해진 후로, 나는 남자친구라는 대상 없이 스스로의 성적 욕구를 탐색하는 일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저러한 포르노그래피를 접하면서 나의 성적 판타지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성적 실천을 욕망하는지 더 많이 묻게 되었다.
하지만 특정 직업의 여성이 등장하는 포르노, 항문성교나 구강성교 등이 등장하는 포르노, 관음적 섹스 포르노, 다수 간 섹스 혹은 난교 포르노부터 시작해서 형수나 여동생과의 섹스 포르노, 혹은 유아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는 대상과의 섹스를 재현하는 포르노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금기도 없는 것처럼 ‘남성향’ 포르노가 쏟아지는 것에 반해, 여성으로서 즐길 만한 콘텐츠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20대 여성들의 커뮤니티에는 ‘언니들’이 모아둔 포르노 버스가 정기적으로 올라왔지만, 남성향 속옷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한 미녀 배우들이 못생긴 남성의 지루하게 긴 피스톤 운동을 견뎌내는 포르노를 보며 자위를 하고 나면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여성향 포르노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언제나 많았지만 잘 만들어지지도, 구해지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여성향 포르노가 무엇이 될 수 있고,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부족했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이른바 야오이 만화와 애니메이션 또는 영화의 인물들을 커플로 엮는 BL(Boy’s Love) 2차 창작지 또는 트위터 썰 계정들은 내게 생생한 여성적 욕구의 표현들로 가득한 놀이터이자 유쾌한 포르노의 장이다.
출처: http://ildaro.com/sub.html?section=sc7§ion2=%B8%B8%C8%AD/%BE%D6%B4%CF
보고 미친듯이 웃으면서 미친듯이 공감함. 진짜 여성들이 즐기기에 힘들지 않은 포르노로서 BL은 좋은듯. 그리고 그거 공격하는 남자들 존나 찌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