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거창한데 내용은 별거 없음
내가 중3때 이야기야.
그때 당시에 폭발적으로 분신사바가 내가 살던 지방에 유행하고 있었어.
그래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분신사바를 하는 학생들을 항상 목격할 수 있었어.
그런데 나는 분신사바를 시도해도 잘 안되더라고.
그냥 연필을 돌려도 돌아가는 느낌이 안나고 내 힘으로만 돌려지더라고.
심지어는 남이 분신사바하는 걸 곁에서 구경하고 있어도 내가 그 주위에 있으면
멀쩡하게 대답해주던 귀신이 대답을 안해줘.
그래서 나를 조금 멀찌감치 치우면 또 귀신이 대답해주더라고 ㅠㅠ
나도 해보고 싶었는데 ㅠㅠ....
아무튼 평소같이 나는 분신사바 장소에서 소리만 들을 수 있게 치워지고
교실에서는 분신사바 판이 벌어지고 있었지.
물론 흥미는 있어서 가장 큰 판쪽으로 고개는 빠꼼히 내밀고 있었어.
그 판에는 전교에서 가장 그림을 잘 그리는 애가 있었거든.
동급생인데 내가 보기도 수백명 있는 동학년 중에서 그림솜씨는 걔가 군계일학이었어.
걔도 자기 솜씨에 자신있었고 그림대회가 있으면 학교에서 보내서 상도 타오고 그런 애였어.
당연히 예고 지망이었지.
그래서 그때 그 아이가 당연히 자신의 예고 진학에 대해 흥미를 가진건 당연한 일이야.
다른 애들은 평준화 지역이었으니까 진학 자체는 본인이 마음먹으면 당연한 일이니까 그냥 적당히
자기 생일이나 주변 사람 생일 같은 걸 물을 때 걔는 자신이 예고에 붙을지 안붙을지를 물어본 거야.
그런데 걔가 물으니까 분신사바는 진학이 안될거라는 답이 나왔어.
애들이 수근거리고 물어본 그 애는 표가 날 정도로 얼굴이 굳었어.
다시 재차 물어봤지만 절대로 예고는 못간다고 했어.
그걸 끝으로 분위기가 쎄해지면서 분신사바는 파장해버렸고
걔 친구들이 그냥 재미로 하는 장난이니까 신빙성 없다고 걔를 달랬었어.
그렇게 폭발적이던 분신사바는 한달도 못가 유행이 끝나버려서
금새 모두들 흥미를 잃었고
수험시즌도 지나서 다들 적당히 학교가 갈라져 버렸어.
우리지역은 그 동네에 살면 K고 혹은 Y고로 배정되거든. 재수가 없으면 버스 한참 타야하는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떨어지지만.
나도 Y고로 진학했는데 그러면서 어울리던 친구들이랑 많이 헤어졌어. 거의 K고로 배정되더라고.
그래서 만나서 놀다가 그림 잘 그리는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거든.
예고에서 떨어졌데.
앞서서 말했듯 예고 안정권이라는 소리를 듣던 아이었어. 그 이야기 해주던 친구도 분신사바에 참여했던 얘라 그때 안된다고 했지만 믿지 않았었는데 막상 결과가 그렇게 나오니 놀랍다고 하더라고. 그 그림 잘 그리던 친구는 결국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해서 미대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해주던 친구도 나도 그림 잘 그리던 동급생과는 이름만 아는 다소 거리가 있는 관계라서 우리지역이 아닌 고등학교를 다니던 그 친구가 결국 목표로 하던 미대 진학 했는지는 잘 몰라.
하지만 분신사바는 과거는 잘 맞추지만 미래는 잘 못맞춘다고 해.
그래서 분신사바를 할 때도 미래에 대해서 물으면 굉장히 애매하게 나왔던 적이 많았거든.
아니면 한참이나 YES와 NO 사이를 빙글빙글 돌기만 하고 대답 자체가 잘 안나온다던지.
그런데 이례적으로 그 친구에 대해서는 굉장히 빠르게 즉답이 나왔고 단호한 뉘앙스라서
분위기가 쎄해졌었고 결국 내 기억에서도 강하게 인상이 남았어.
분신사바는 사실 눈치게임이라고 TV에서 그렇게 설명하고 나도 그렇게 믿는 편이지만
그때 점괘는 왜 그렇게 나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