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 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이상 「이런 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너무나도 예쁜 시 구절인데
전문을 보니 









역사(役事)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내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길 가더라.
그날 밤에 한 소내기 하였으니 필시 그 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날 나가 보니까 변괴로 다 간데 온데 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업어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 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시는 그만 찢어버리고 싶더라.



이상이 일제강점기당시에 유행하던 낭만시에 대한 비판으로 쓴 시고 이런 내용의 글을 자신이 써놓고 찢어버리고 싶을만큼 싫어했다고...

이런 구절이였구나 알게되니까 개인적으로 넘나 충격적이야
  • tory_1 2018.10.22 03:12
    맞아 나는 이거 부분보다 전문을 더 좋아해. 이상스러움 ㅋㅋ
  • tory_8 2018.10.22 09:00
    2222222 마지막 문장도 너무 좋아함
  • tory_2 2018.10.22 03:1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5 04:39:18)
  • tory_5 2018.10.22 05:17

    222 나도 이 생각함...

  • tory_3 2018.10.22 03:15
    시 속의 시였구나 마치 액자식 구성의 소설같이... 처음 알았네 ㅜㅡㅜ
  • tory_4 2018.10.22 03:24
    아 왠지...이상 하면 무기력함 시니컬함 이런 이미지였는데 저 싯구는 마냥 예쁘기만 하더라
    와 이런 사람이 이런 시도 쓰는구나 생각했는데 전문이 따로 있었구나ㅋㅋㅋ
  • tory_6 2018.10.22 06:0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11/02 23:25:41)
  • tory_9 2018.10.22 09:12

    저건 이상이 실제 사랑했던 금홍이라는 여자한테 쓴 거고, 이 여자 기생 출신에 몸 파는 여자였어. 이상은 이 여자와 동거했는데, 많이 싸우기도 했고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했어. <봉별기>에서 보면 금홍에게 몹시 맞아서 충격을 받은 장면도 있어. 이 시는 아마 금홍이 먼 지방에서 기생일을 할 때 쓴 걸로 보여.

    해석은 자유겠지만 보편적으로 보면.. 돌이 위험한 곳에 있는데 아무것도 안 했다기보단 뭘 해줄 수가 없는데 걱정은 되는 걸 시적으로 표현한 것 같고.. 또 '그 돌'과 '어떤 돌'은 다른 돌이라서 여자가 쳐다보는 건 아니지 않나 싶음

  • tory_10 2018.10.22 10:48
    @9

    난 6토리 해석도 공감이 가는데. 실제로 이상이 경제능력이 없어서 애인이 벌어온 돈으로 살았잖아. 그래서 날개에서던가? 거기서 옆방에서 자기 애인이 손님 받고있는 소릴 듣고만 있는 자신의 모습을 묘사한 구절도 있고.

  • tory_7 2018.10.22 08:46
    이상작가님 엄청 애정함.
  • tory_11 2018.10.22 12:02
    이거 교과서에도 전문으로 많이 실렸지 않아? 나도 저거 전문 넘 좋아... 이상 진짜 시 잘 쓰더라 교과서에 시인이랍시고 나오는 인물 중에서도 잘 씀
  • tory_12 2018.10.22 12:50
    이상.......
    그의 모든 불안과 분노와 애정을 사랑하고 존경해
  • tory_13 2018.10.22 13:16

    나도 이 전문이 너무 좋아서 휴대폰 메모 노트에 저장해놨어ㅎㅎ

    이상의 글은 특유의 예민미가 느껴지는데 그게 넘 좋아

  • tory_14 2018.10.22 13:51

    너무 좋아서 일기장에 적어놨어!!! 이상작가님 책 빌려봐야겠다 고마워~~

  • tory_16 2018.10.22 15:0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1/18 00:42:30)
  • tory_15 2018.10.22 14:03

    1톨의 이상스럽다는 말 너무 공감간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상의 감성이 너무 좋음

  • tory_17 2018.10.22 15:42

    이런 사람이 여동생한테 보내는 편지에서는 이해없는 세상에서 나만은 언제라도 네 편인 것을 잊지말라고 했다니... 

  • tory_19 2018.10.22 21:36
    와아.......
  • tory_18 2018.10.22 17:39
    다른 시들도 마찬가지지만 이런시는 전문을 다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해... 구절로 유명한것도 좋지만 전문이 진짜야ㅜ
  • tory_20 2018.10.22 22:43
    진짜 천재는 천재구나 와
  • tory_21 2018.10.23 00:04
    이상이 썼다던 러브레터를 봤는데
    그거보고 진짜 대단하다 싶었음...
  • tory_22 2018.10.27 17:42
    근데 비판한답시고 쓴 사랑시 진짜 잘썼다 ㅋㅋㅋㅋㅋㅋㅋ 천재네...
  • tory_23 2022.05.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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