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에서 카카오페이 송금을 눌러 실명을 확인하는 모습.
#1. A씨는 최근 학생들 앞에서 창피를 당해야 했다. 모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사실 워너원의 팬이다. 이른바 ‘덕질’을 즐겨하는 A씨는 워너원 포토카드, 폴라로이드, 사진, 굿즈 등의 거래도 즐긴다. 하지만 이름이 특이한 A씨는 혹여나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이런 활동을 알게 될까봐 거래할 때도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서만 정보를 공유했다. A씨는 카카오톡 아이디 이름을 실명이 아닌 이모티콘을 설정해 뒀다. 그러나 아이디를 통한 대화에서 A씨에게 갑자기 이름과 함께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제자가 나타났다.
#2. 양성애자인 모델 B씨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커밍아웃을 하지 않아 조심스러움이 많은 편이다.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애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A씨는 그래서 번호를 교환하기 보다는 아이디를 교환하는 것을 선호한다. 자신의 실명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인 것을 알고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부담스러워서다. 프로필 사진도, 이름도 완벽히 감췄다고 생각했지만 카카오페이 송금 버튼만 누르면 자신의 실명이 공개된다는 사실을 알고 B씨는 경악했다.
카카오톡 아이디로 활동해 자신의 정체가 공개되지 않을거라고 안심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카카오톡 아이디만으로도 실명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카카오페이만 이용하면 된다. 카카오페이를 사용하거나 인증을 받았다면 사용자 프로필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한 번에 실명이 표시된다. 최근 카카오페이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카카오페이에서 이모티콘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많은 이들이 인증해 실명을 찾아내기는 더 쉬워졌다.
대다수 이용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동호회, 새롭게 알게 된 사람 등 휴대전화 번호와 이름을 알리기 꺼려지는 이들끼리 사용하는 수단이 카카오톡 아이디다. 하지만 카카오페이 송금 버튼 하나로 이름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실제 기자가 단체 카톡방에 있는 이들 중 아직 번호를 추가하지 않은 이들을 친구추가하고 송금버튼을 누르자 쉽게 실명을 볼 수 있었다. 몇몇 사용자의 경우 ‘미인증’이라고 뜨면서 아직 실명이 확인되지 않은 사용자라고 표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송금 서비스 특성상 금융 거래이기 때문에 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실명을 확인해야 카카오톡 이용자가 바뀌는 등 다른 사람으로 오인해 오송금을 방지할 수 있다. 실명 확인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답했다.
물론 송금 버튼을 통해 기존에 번호를 알고 있던 이용자가 프로필을 바꿔도 자신이 아는 지인이 맞는지, 번호를 변경한 것인지 확인하기는 편리하다. 내가 알고 있던 번호로 잘못 돈을 송금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또 나를 친구추가한 사람들이 궁금하면 같이 친구추가한 뒤 송금 버튼을 눌러 실명을 확인해볼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내 이름도 쉽게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평소 이름을 변경하고 아이디를 자주 활용해왔던 이들은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당장 카카오페이를 탈퇴하고 싶다”며 “이모티콘에 현혹된 것에 후회하고 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봤을까봐 두렵다. 요즘 세상에 이름으로 털리는 정보가 많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카오톡에서 아이디나 휴대전화번호를 통한 실명 공개를 막기 위해서는 카카오페이 서비스에서 탈퇴해야 한다. 카카오페이에 탈퇴하려면 카카오톡에서 ‘나의 카카오페이’에 진입해 ‘서비스 해지 및 탈퇴’에서 사용 중인 서비스를 모두 해지한 뒤 탈퇴할 수 있다.
만약 자동결제 등에 연결된 서비스가 있다면 일일이 서비스를 찾아 해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T에서 카드를 연동한 경우 이 카드 연결부터 끊어야 한다는 얘기다. 카카오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여기에 카카오페이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실명 노출의 가능성은 더 컸다. 그만큼 해지하기는 더 어려웠다.
http://www.sisajournal-e.com/biz/article/190328
금융실명제 때문에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당연한거긴 한데 미처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 많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