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은희경 단편이고 bl 아닌데 홈오 모르던 시절에도 좀 그런 느낌 있었어
성석제 첫사랑처럼 노골적이진 않아도 아가미처럼 착즙할 정도는 됨..
편의상 내 멋대로 공, 수로 구분하겠음
수는 원래 시골마을에서 유복한 집 외아들이었고 말을 더듬어.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못마땅해하고 수는 점점 더 내성적인 아이로 위축되어 자람
그러다 사업이 부도나서 애비는 사라지고 수와 엄마는 먼 도시 단칸방으로 도망치듯 이사가는데
엄마는 몸을 팔게되고(추정) 그 엄마 매춘 알선해준 친구의 아들(공)과 수는 가까워짐
공은 주인수보다 두살 많은데 꿇어서 같은 학년인 양아치임
주인수네 집에 빚받으러온 채무자한테 복수도 해주고 지 삥뜯는 영역에 수도 데리고 가고 나름 돌봐줌
수는 작고 소심해도 근성이 있어서 공 친구들이 비웃어도 졸졸 공 뒤만 따라다님
그러다 공도 수도 가출을 하게되고 패거리끼리 작당해서 강도질을 하다 들켜서
사람 찌른 공만 감호소에 가
거기서 소년원에 넘길지 풀어줄지 결정하기위해 조사서 쓰는데 공은 대부분 성의없는 대답을 적어
애초에 얜 그냥 소년원 갈 생각이고 미련도 없는 상태거든.
마지막에 지금 마음속에 떠오르는 풍경을 그려보란건 아예 무시함
하지만 그리고싶은것엔 주인수를 떠올림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녀석의 모습이다.
아마 1월의 바람 속에 말더듬이의 입김을 허옇게 날리며 혼자 둑방을 걷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노인을 찌른건 공이지만 찌르게 된 단초랄까 먼저 폭력을 휘두른건 수였음
수는 혼자 공을 두고 도망나왔고 며칠내내 두려움에 앓아
그리고 이런저런 상념끝에 이번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가출을 하기로 결심함
공의 상상대로 혼자 둑방을 걸어서 끝까지 가기로
내가 이 관계성에서 치인게 뭐냐면 어차피 bl 아니라 내 해석이고 착즙인데
소설 내내 수가 공에게 의탁하는 모양새거든
겉만 보면 공은 수를 뭣 모르는 꼬맹이처럼 취급함
수는 공을 졸졸 쫓아다님
그런데 막상 감정적으로 보면 공은 소년원에 가서 마지막까지 수를 위해 침묵하며 혼자 남을 수와
아직 덜 여문 수의 세계를 생각함
반면 수는 여자를 생각하며 자위하고 공이 자기에 대해 자백할까봐 겁내다가 모든걸 버리고 혼자 떠나려고 함
내가 꽂힌 포인트가 뭔지 알라나....?
1.겉보기에 주종 혹은 갑을 관계가 있다면 공이 갑 수가 을 공이 일진 수가 셔틀이야
2.그런데 감정적으론 공이 수에게 훨씬 진실하고 수가 알고보면 담백하고 냉정함
갑공이 수에게 감정적으론 약자인 그런거랑은 좀 달라
그냥 감정의 밀도가 아닌 종류가 다른 느낌?
수가 찌질할 정도의 약자고 공에게 맹목적이라 누구나 수가 공을 엄청 짝사랑하는줄 아는데
알고보면 수의 그건 애정과는 전혀 별개고(딱히 속이려던거 아님 그냥 그게 수의 진심임)
반면 공은 수에게 무심해보이고 막 대하는데 알고보면 감정적으론 굉장히 끈끈하고
그런식으로 감정의 무게가 다른게 아니라 아예 서로 들고나온 저울이 달랐음 좋겠다
음....굳이 비유하자면 인연에서 신연이 훨씬 천하고 맹목적인 충성에 사랑이 없었다면 그 관계 구도가 내가 원하는 것이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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