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비율(이나 비중)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전히 남자들이 예능하기 좋은 세상이라는 현실 명제는 남성들이 예능판에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훨씬 더 '관대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령, 남자들의 무지(無知)는 손쉽게 웃음으로 희석된다. 손사래가 쳐질 정도의 무식함도 귀엽게(!) 포장된다. 심지어 그것이 예민하고 민감한 '역사'와 관련된 내용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tvN <신서유기> 시리즈는 출연자들의 '무식함'을 아예 대놓고 웃음의 도구로 활용한다. 프로그램 내에서 퀴즈쇼는 빠지지 않는 코스인데, 출연자들의 기상천외한 대답은 폭소를 자아내곤 했다. <신서유기5>는 새로 합류한 블락비의 피오에게 민호와 비교해 누가 더 바보냐고 물으며 판을 깔아놓는다. 제작진은 여행을 떠나기 앞서 캐릭터 선정을 위해 퀴즈를 냈는데, 그 중에는 역사 문제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지리학자(정답은 김정호다)'가 누군지 묻자 블락비의 피오는 정약용, 위너의 송민호는 김대동이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웃어넘긴다고 치자. 압권은 박혁거세가 어느 나라의 시조(정답은 신라)냐는 문제에 대한 대답이었다. 피오는 거침없이 '중국'이라고 외쳤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제작진도 술렁였다. 방송사고라고 해도 무방할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강호동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괜찮아, 괜찮아, 뭐 어때, 와이?"라고 웃기 바쁘다. 그러면서 "예능은 뱉어야 돼"라는 조언을 건네며 상황을 마무리한다. 좀더 진중한 모양새로 매듭지어졌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무지는 죄가 아니다. 그것이 역사에 대한 것일 때 씁쓸함이 남는 게 사실이지만, 모른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 알아가고자 하는 태도와 의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우리가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은 '여성 예능인에게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똑같이 웃어 넘길 수 있었을까?'일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AOA의 설현은 지난 2016년 '안중근 논란'으로 '무식하다', '역사의식이 없다'는 살벌한 비난에 직면했다. 그건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와 같아서 설현은 지금도 그와 관련된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설현은 신사임당과 김구까지는 알아맞혔는데 말이다.
당시에도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것도 말이 되지 않지만 장난식으로 웃어 넘기는 태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 예능에 출연하는 다른 남성들에 대해서는 설현에게 적용됐던 냉정한 잣대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서유기5>의 제작진은 박혁거세가 중국의 시조라는 피오의 발언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방송에 내보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대상이 '남자'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남자 예능인의 무지는, 설령 그것이 역사 의식의 무지라 할지라도 비교적 가볍게 받아들여지는 풍토가 존재하고, <신서유기5>의 제작진도 이를 별다른 의문 없이 내면화했던 것이리라. 예능의 기본은 웃음이라지만, <신서유기5>의 작정한 듯한 무식은 그리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여전히 남자들이 예능하기 좋은 세상'을 발견하게 돼 씁쓸함이 커졌다.
https://entertain.v.daum.net/v/20181004100000459?f=m
기사에 전반적으로 공감하지만
안중근 의사를 긴또깡이라고 한거나 도요토미히데요시는 심했다고 생각해
우리나라가 일본관련으로는 좀 민감하기도해서
나머지는 다 공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