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글을 쓰기 앞서, 나는 나나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편이야.
다만, 오사키 나나를 너무나도 연민하고 사랑하기에 나나에게 상처를 가장 많이 준 렌과 레이라에 대해서는 증오심도 가지고 있어
며칠 전에 나나 게시글이 올라온 걸 보고 문득 마음이 울렁대기도 하고 그래서 몇 몇 등장인물들에 대해 몇 자 적어볼게
한참 전에 연재가 중지된 만화이긴 하지만... 스포가 많은 점 유의해줘
일단 레이라
구외커(언급 되나..? 혹시 문제 있으면 말해줘)에서부터 국썅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레이라..
가장 아름답고 나약한 캐릭터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레이라를 꼽는다. 아직까지도
그만큼 의존할 사람이 없으면 무너지고 기대고 있는 와중에도 또 다른 의존할 구석을 찾는
아무도 충족시켜 주지 못할 외로움에 (어찌 보면 나나와도 비슷) 파묻혀있는 만인의 뮤즈..이자 타쿠미의 성역(씨발)
나는 레이라가 타쿠미라는 나쁜 남자에게 반한 시점부터 인생이 틀어졌다고 생각해
그 때부터 자기가 진실로 갈구한 사랑은 받지 못한 채 얄팍한 인기와 동경 속에 새장 속에 갇힌 공주님이 되어버리고
노래를 하지 않는 자신은 아무에게도 사랑 받지 못하고 버려질 거라는 트라우마까지 생겼지
타쿠미의 결혼 소식을 듣고 우울해서 전남친인 야스를 찾아갔다가 외면 받고
결국 매니저한테 붙잡혀서 체념하듯 다시 녹음하는 장면은 참 가슴이 아파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레이라가 너무 짠하고 예뻤어
내가 레이라를 미워하게 된 이유는 렌이 레이라를 나나보다 편하게 여기고 흔들리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어서야
'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나보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거나 하진 않을 거지?'
화장실에서 혼자 고통스러워하던 렌이 같이 있어주겠다고 닫힌 문을 두드리며 외치는 레이라의 목소리를 들으며 떠올리는 하치의 말...
비록 렌이 나나와의 의리로, 혹은 어떠한 알 수 없는 마음으로 끝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너무나 상처였어 그 미세한 흔들림마저
그러니까.. 한 마디로 나는 이 만화를 나나의 입장으로 보기 때문에 나 또한 나나처럼 레이라를 질투한다는 얘기지 ㅠㅠ
사랑하는 남자가 새로운 뮤즈를 찾아 노래도 써주고 자신과 있는 것보다 편안해하고 동지애를 느끼고 안아주고(건전한 의미지만)...
나나가 얼마나 레이라를 미워하고 또 부러워했을 지 생각하면 레이라가 너무 밉고 사라져버렸음 좋겠어
하지만 그런 레이라보다 더 미운 사람은 렌이야
렌.... 미워할 수조차 없게끔 허망하게 가버린.... 끝까지 나나를 외롭게 만들고 떠난ㅠㅠ
사실 따지고 보면 렌도 원망할 수 없어
약물중독이 되어버린 것도, 욕조에 웅크린 채로 잠이 드는 습관도 전부 다 나나의 부재, 나나에 대한 죄책감 탓이니까...
야스를 보면서 불안해하고 나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소유하고 싶어하면서 나나에게 온전히 기대지 못하는 건
나나와 렌이 서로 너무 닮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프라이드가 강하고 상처가 많고 강해보이지만 누구보다 약한 내면을 가진
나나와 렌은 상경하기 전에 같이 밴드를 하며 공연했던 고향의 그 작은 집 욕조 안에서 사랑을 나누다 함께 죽음을 맞았으면 차라리 해피엔딩이었을 거야
그리고 하치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하치...
미숙하고 바보 같고 사랑에 목숨 걸지만 이 만화에서 가장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캐릭터라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었어
사실 내가 나나 쪽에 이입해서 하치가 노부를 버릴 땐 정말 답답해 미치겠고 꼴도 보기 싫었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하치는 책임을 진 거야 그리고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은 선택을 한 거지
나나가 불꽃놀이 중에 웃으면 걸어오는 하치를 보면서
'너는 모르겠지. 지금 네 모습이 나한테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이렇게 독백하는데
나도 그 때 하치가 가진 그 특유의 해맑고 사랑스러운 에너지에 반하는 느낌이었어
타쿠미가 하치를 사랑하게 된 것도 그 이유겠지
하치에 대한 타쿠미의 감정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타쿠미가 인생에서 유일하게 진심으로 여자로 사랑한 건 하치밖에 없는 것 같아
트랍네스를 최우선으로 하지만, 지치고 힘들 때 돌아가고 싶어하는 곳은 하치의 품이지
이 관계성만 보면 타쿠미 하치도 참 잘 어울리고 좋았는데...
타쿠미가 너무나도 하치보단 밴드에 대한 욕심이 확고해서
그로 인해 블랙스톤에서 렌을 뺏어가고, 레이라를 새장에 갇히게 하고, 하치를 방치하는 게 끔찍했어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타쿠미를 하치에게 소개시켜준 건 나나지만 말야
그래, 나나
사랑하는 나나
짙은 화장, 연꽃 문신, 비비안 웨스트우드.. 나한텐 이 모든 게 나나의 상징이야
하치의 시선으로 가다 나나의 시선이 나올 때부터 나는 나나라는 만화를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어
나나가 렌한테 반하게 되고 버림 받게 되고 재회하고 또 버림 받게 되고... 얼마나 많이 아파했는지 몰라
내가 나나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나나와 렌이 재회하는 장면이야
나나와 렌이 재회하고 하룻밤을 보낸 뒤에, 새벽에 일어난 렌이 침대에 없는 나나를 보고 실망하다가
욕조에서 장미꽃을 뜯고 있는 나나를 찾아내고 다가가 키스하는 장면부터 그 뒤에 이어지는 장면들은 특히나
거기에 나오는 모든 대사들을 사랑해
"만나고 싶었어."
"넌 시들지 않아, 렌."
"언젠가 나이를 먹고 고집이나 허영 같은 게 전부 사라지고 노래하는 것도 지치면, 나도 그 집에 돌아가도 돼?"
예전엔 나나에 대해서 가장 할 말이 많았는데
이제는 나나를 떠올리면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파
하필이면 연중된 부분이... 나나에게는 가장 지옥일 구간이라 다음 권을 보고 싶은데.. 보고싶지 않기도 하고
뭐 내가 보고싶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나는 그냥 너무도 약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
렌이 처음으로 키스해줬을 때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렌의 목에 자신의 열쇠로만 풀 수 있는 목걸이를 걸어주며 내가 죽으면 같이 죽어줄래? 묻고
렌에게 다른 여자를 위해 곡 따위 쓰지 말라며 울어버리고.....
노래와 렌 중, 노래를 선택했으면 렌을 버렸어야 하는데 렌을 다시 보자마자 모든 결심이 무너져내렸지
그냥 애초에 렌하고 만났으면 안됐다는 생각도 들어ㅠㅠ
하지만 그럼에도 나나렌은 내 인생 커플이야
비록 그 끝은 최악이 되었지만..... 나는 평생 나나와 렌 같은 커플을 못 만날 것 같아
그리고 나나라는 캐릭터도... 사랑하는 나의 나나 나의 인생 여주
사실 오랜만에 마구마구 욕하려고(사치코...쇼지....씨발....) 쓴 나나 글인데 막상 쓰니까
다들 애처롭기만 하고 그래서 쓰면서 또 울컥하고 우울해지고 눈물도 고이네
나는 그냥 나나가 어디서든 행복하게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어
나나와 행복이란 단어가 너무 연관 짓기 어려워서 슬프다
아 그리고 나는 꼬마 렌은 타쿠미-하치 사이의 아들이고
사츠키는 나나-렌의 딸일 거라 생각해
외견 상으로는 사츠키가 너무도 타쿠미와 하치 조합 사이에 난 자식 같지만...;
사츠키의 이름을 지은 사람이 렌이라는 것도 그렇고.. 왜인지 여러 모로 내 느낌엔 나나와 렌의 자식이 태어났을 것 같거든 ㅠㅠ
이 부분에 대해서도 토리들하고 얘기 나누고 싶네
쨌든 나나는 정말 내가 사랑하는 만화야
무지무지 슬프고 화나게 하는 만화이기도 하지만 말야
아 어쩜 나랑 이렇게 비슷하니 토리야...댓글 보니 가슴이 막막해져
맞아 나도 등장인물들의 이기적인 면이 정말 좋았어. 비현실적인 것 같으면서 현실적인 사랑을 그려내는듯한. 하나 같이 불완전한 인간상이지. 나나와 렌 또한 이기적인 사람들이기에 서로를 놓아주지도, 안아주지도 못한 거니까
야스는 나나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그나마 가장 중심이 잡혀 있는 인물처럼 보이잖아 렌의 부재 동안 나나가 가장 의지한 사람이고.
나나가 과호흡 증세가 올 것 같다가 야스를 보자마자 바로 안정을 되찾으며 웃는 장면이 있어
그리고 야스만 있으면 자신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이 뒤에 렌 앞에서도 심하게 과호흡이 와.
렌은 그런 나나에게 봉지를 찾아주지 않고 무작정 키스를 해.
이렇게 나나를 대하는 두 남자의 다른 방식을 보면서 나는 나나에게 진정으로 어울리는 사람은 렌이라고 생각했어
충동적이고 극단적이고 해롭고.. 나쁜 것들만 모아놓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가장 뜨겁고 불꽃같고 진심인.
나나 또한 그런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 여자니까
내가 또 정말 사랑하는 웹툰인 밤의 베란다에서 '나의 해로움은 너의 해로움과 만나 상쇄될 것이라고.' 라는 독백이 있는데
나는 이걸 보면서 나나와 렌을 절실하게 떠올렸어 물론 둘은 상쇄되기 보단 더 치명적으로 변해갔지만 ㅠㅠ;;
토리가 말한대로 혼자로도 충분하게 반짝이는, 그 강함이 매력적이었던 나나는 갈수록 유약해지고 위태로워지는 반면에
하치는 철이 들고 심지어 트랍네스에 엄마 역할까지 할 정도로 성숙해지지.
나는 나나가 그런 하치를 특별하게 사랑했기에 나 또한 하치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
나도 좋은 댓글 고마워. 나나 같은 작품은 나나밖에 없기에 평생동안 잊지 못하겠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