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
차가운 금테 안경 위로 날카로운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나와 마주쳤다. 난 정전기라도 이는 것처럼 깜짝 놀라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 난 진눈깨비를 뚫고 패잔병처럼 집에 들어왔는데 남자는 오랜 운전에도 불구하고 시달린 흔적은 찾아볼수 없을 만큼 산뜻한 기색이엇다. 신을 벗고 거실로 올라서는 그의 몸짓은 언제나 열 맞춰 걷는 사관생도처럼 절도 있어 보였다.

남자의 시선 속에 잠깐 동안 당황스럽다는 기색이 스쳐가더니 다시 오래 전의 기억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낸 듯 반가운 기색이 스쳐갔다. 그러다 잠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남자는 마치 진눈깨비 같았다. 저는 저토록 담담한 주제에 타인의 정돈된 일상은 강력하게 깨부수는 힘을 가진 진눈깨비.


...회사 물려줄 테니 내 딸이랑 결혼하라는 사장에게 붙들려 남주가 한 끼 먹으러 오면서 성사된 첫만남. 여주는 눈 때문에 악전고투하면서 집에 왔는데 남주는 넘나 상큼해서 얄미운 것... 이 커플의 겉모습을 명확히 드러내줌. 으른여유직진 남주와 왜인지 혼자 안달복달하게 되는 여주. 여주보다 몇 수 위인 남주


/
정말이지 이 대리란 사람은 모든 일이 칼로 무를 뎅강뎅강 썰어 내듯 명쾌한가 보다. 한 번도 머뭇거려 본 적이 없는 듯 망설임은 없었다.
"대문은 내가 나가면서 닫고 갈 테니 현관문만 단도리 해"
남자는 마치 여동생에게 이르는 오빠처럼 나에게 일렀다. 그리고 내가 알아들었는지 한 번 더 내 눈을 보고는 밤새 굳게 걸려있던 현관문을 열었다. 나는 단발머리 꼬마 계집애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몰래 입술을 삐죽거렸다.

남자가 문을 닫았다. 어르고 뺨치며 정신을 홀딱 빼놓고는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나갔다.


...고단수 남주에게 정신없는 여주. 소설 내내 남주가 여주 귀여워죽는 게 보여서 너무 좋음


/
함께 나선 여자와 뭔가를 얘기했는지 시원하게 웃었다. 이를 드러내고 웃는 그 모습은 거리낌 없이 신선해 왈칵 짜증이 솟구쳤다. 나란히 선 두 사람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스스럼없어 보였다.
나랑 결혼하겠다고 말한 주제에........

난 진격하는 군인처럼 용감하게 이 대리를 향해 걸었다.

방금 전까지 나를 보고 있던 남자의 등은 별 미련은 없다는 듯 깨끗하게 돌아서 여자를 외면하고 있었다. 난 잠깐 동안 치졸한 승리감을 맛보았다.

"이 대리님"
"건호"
"저, 저기.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요."
"뭐가"
"결혼요"
"왜?"/"달리 안되는 이유라도 있어?"
"우린 고작 세 번 만났는데......."
"그리고?"
찡긋 흥미롭다는 듯이 남자의 한쪽 눈이 올라갔다. 어떻게 저런 표정을 하는 거지? 거울 보고 몇 번 흉내 내 보았지만 난 절대 저럽게 눈썹이 올라가지 않았다.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단 말이에요"
나를 쳐다보는 이대리가 몰래몰래 웃고 있었다. 뭐가 그리도 웃기다는 것인지 내가 귀엽다는 듯 눈빛이 반짝거렸다


...집에 와서 밥 한번 먹고 김치 심부름 갔다가 병간호만 했을 뿐인데 결혼하게됐다는 말을 듣고서 남주에게 헐레벌떡 찾아간 여주. 여주 늠흐 귀여워 ㅠㅠㅠ 술 마시고 칭얼대 ㅠㅠㅠ 벽 부수고 싶다. 남주도 여주 귀여워죽음222... 한편 남주는...


/
화가 난다. 오래전부터 계획을 짜 놓았는데 모든 게 다 틀어져버렸다. 딱 5년이다. 5년만 열심히 일해주겠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아버지가 이겼다. 외환 딜러가 돈도 더 잘 벌고 좋다고 아무리 말해 봐도 소용없었다. 등 돌리고 앉으셔서 사람의 도리만을 읊으신다.
아버지가 이럴 때마다 환장하겠다.


...가고 싶은 회사에 합격통보를 받았는데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준 지역 연고 회사로부터 오퍼를 받은 남주. 울며겨자먹기로 간 남주. 이랬던 남주가...


/
사장의 눈치가 수상하다. 가끔씩 중매라도 서고 싶다는 그 말이 농담이 아닌 듯 큰딸의 결혼 적령기를 강조한다. 이러다가 아예 발목이 잡히는 게 아닐까?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팔려 가는 것은 질색이다.
(중략)
졸업식장에서 초콜릿을 주며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던 그애다. 그런데 흑염소같이 큰 눈으로 눈물을 글썽이던 그 계집애는 여자가 되어있었다.
여자들의 성장은 정말 놀랍다.
P.s. 자칫하면 5년이 평생이 될 수 있겠다


...팔려가기 싫어서 파워 경계하더니 사장 딸이 자기 첫사랑인 거 알고 조신하게 제발로 들어감 ㅋㅋㅋㅋㅋㅋ 싫다는 아들 억지로 입사시켰던 아버지가 결혼엔 완강히 반대했는데 남주가 들은 척도 안 함 ㅋㅋㅋㅋㅋㅋㅋ


/
1996년 4월 20일
젠장 그녀가 너무 긴장한다.
일주일에 고작 두 번뿐인데도.......


...이거 보고 진심 책 찢을 뻔...부부의 화목한 금슬 기원합니다....


/
1996년 12월 1일
아내는 지나치게 달콤하다


...이하 건호씨의 아내 찬양으로 생략


/
"현주는 겨울을 질색해요. 겨우내 겨울잠을 자야 하는 것처럼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얼마나 기운이 없는지 머리 감는 것도 귀찮아해요. 저 몰래 머리를 긁적거리다가도 잔소리 들을까봐 안 그런 척 시치미도 잘 떼요.
(중략)
"양말을 신를 땐 꼭 바지를 입기 전에 신어요. 치약은 중간부터 뭉텅 거리고 짜서 쓰구요. 수건은 손만 한 번 닦아도 빨래통에 넣는 깔끔을 떨기도 해요. 잠을 잘 땐 왼쪽으로 비스듬히 누워 자는 것을 좋아해요. 미역국엔 꼭 고기를 넣어야 하고, 김치찌개를 끓일 때면 돼지고기보다 참치 넣는 것을 더 좋아해요. 난처할 땐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을 이렇게 찌푸려요. 풋고추를 고추장에 찍어서는 먹는데 요리에 들어간 고추는 안 먹어요.
(중략)
"그런데 아버지.....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좋아하는 빵이 크림빵인지 생크림빵인지 팥빵인지 크로켓인지 몰라요. 아버지가 아침잠이 더 많은지 초저녁잠이 더 많은지도 모르고 김치찌개에 어떤거 넣는 걸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현주는 다 아는데 30년을 함께 살아온 아버지는 하나도 모르겠어요. 생각이 안 나요."


...여주에 대해서 속속들이 다 아는 남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중간에 엉엉 울 뻔 ㅠㅠㅠㅠㅠㅠ 알콩달콩한 부분 더 있지만 이 부분도 소설에서 너무 좋았던 부분이고, 남주가 여주와의 관계에서 힘들어했던 태생적 환경이나 그럼에도 지금의 남주가 있기까지 큰 역할을 한 부친에 대한 소회가 좋아서 옮겨와봤어 ㅠ 건호씨 아버님 건호 그 회사 들어가게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이제 아드님 일기장 훔쳐보지 마시고 ㅠㅠㅠ


-
오래된 거짓말 작품 발췌 에버노트에 저장해둔 거 보니 구 ㅇㅋ든 딤토 노정이든 올린 거 같은데 검색해보다가 안 나와서 그냥 업로드 해버림 (;;)
혹시 재탕이면 재탕대로 즐겨주길 바라며.
현로 발췌 많이 보고 싶다 후후
  • tory_1 2018.09.19 01:08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2 2018.09.19 01:35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3 2018.09.19 09:20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4 2018.09.19 10:4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8/11/02 13:10:43)
  • tory_5 2018.09.19 13:21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6 2018.09.19 13:22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7 2018.09.19 13:34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링> 나카다 히데오 감독 작품 🎬 <금지된 장난> 구마 시사회 17 2024.05.21 1478
전체 【영화이벤트】 여성 공감 시사회 🎬 <다섯 번째 방> 시사회 8 2024.05.21 1638
전체 【영화이벤트】 이주승 X 구성환 찐친의 카자흐스탄 힐링 여행기! 🎬 <다우렌의 결혼> 무대인사 시사회 45 2024.05.17 4933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77751
공지 로설 🏆2023 노정 로설 어워즈 ~올해 가장 좋았던 작품~ 투표 결과🏆 37 2023.12.18 16304
공지 로설 🏆 2022 로맨스소설 인생작&올해 최애작 투표 결과 🏆 57 2022.12.19 166359
공지 로설 가끔은.. 여기에 현로톨들도 같이 있다는 걸 생각해주지 않는다는 기분이 든다.. 63 2022.06.17 188238
공지 비난, 악플성, 악성, 인신공격성 게시물은 불호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2022.05.04 227569
공지 BL잡담 딴 건 모르겠는데 추천글에 동정 여부 묻는건 제발ㅠㅠ 63 2022.04.08 179569
공지 기타장르 💌 나눔/이벤트 후기+불판 게시물 정리 💌 (+4.4) 135 2021.11.05 227795
공지 정보 BL 작가님들 포스타입 / 네이버 블로그 주소 📝 229 2020.10.21 240203
공지 정보 크레마 사고나서 해야할 것들 Tip(1114) 49 2018.12.28 217653
공지 노벨정원은 텍본을 요청/공유하거나 텍본러들을 위한 사이트가 아닙니다. 57 2018.11.13 297834
공지 노벨정원 공지 (23년 09월 13일+)-↓'모든 공지 확인하기'를 눌러주세요 2018.07.16 455757
공지 나래아/톡신/힐러 리뷰금지, 쉴드글 금지 135 2018.03.13 227860
모든 공지 확인하기()
1057 로설 여태껏 읽은 TL 30권 리뷰(스압) 14 2018.09.23 1905
1056 기타장르 나만 아는 ㅈㅇㄹ 마이너 장르 / 선작 낮은 존잼들 11 2018.09.23 1464
1055 BL잡담 마계밖 반야 불쌍해서 너무 화나(스포 진짜 많음) 22 2018.09.23 2200
1054 BL잡담 패션 - 사랑고백 장면들 (발췌)(외전 포함) 12 2018.09.22 3389
1053 판무 리디 판무 이벤트 추천 6 2018.09.22 490
1052 ✔ 추석이벤트, 소원을 말해봐! (알라딘 상품권 당첨자발표) 160 2018.09.22 2777
1051 BL잡담 심심해서 써본 패션 인물관계도 (ㅅㅍㅈㅇ) 27 2018.09.22 2044
1050 BL잡담 패션 이북 출간 기념 모의고사.jpg (댓글 정답 공개!!) 22 2018.09.21 633
1049 BL잡담 패션 굿즈 대란에 휘말려서 막 지르진 않았음 좋겠다 52 2018.09.21 1666
1048 BL잡담 램프 엠디 너무 덕심 충만하고 귀여워 ㅋㅋ (feat.패션 굿즈) 26 2018.09.21 1172
1047 BL잡담 테이밍 줄거리+스포 있음) 내가 이 소설만큼 전통적 공수구도 완벽하게 뒤집어놓은 소설은 본적이 없다 23 2018.09.21 2398
1046 BL리뷰 (스포)새드 엔딩 소설들을 추천하러 토리가 왔어(스포/스압 주의) 5 2018.09.20 10296
1045 ✔ 추석이벤트, 소원을 말해봐! (마감) 952 2018.09.20 4278
1044 BL잡담 본인이 만든 트라우마에도 질투하는 공 한번 보실? 20 2018.09.20 1067
1043 BL잡담 장미정원 일로 작가님께 실망한 맘은 알겠지만 조롱은 하지 말자 328 2018.09.20 2207
1042 BL잡담 상업시장에서 돈 주고 산걸 가지고 무상이니 호의니 하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26 2018.09.20 1034
1041 불판 ♨️♨️ 인투 더 로즈 가든 외전 분리 재출간 관련 불판 ♨️♨️ 226 2018.09.19 2307
1040 BL잡담 리뷰 아깝다는 말 와전되는 듯 (장미정원) 60 2018.09.19 2286
1039 BL잡담 장미정원 문제는 싸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28 2018.09.19 903
» 로설 발췌) 로설에서 남주 시점 나오는 게 너무 좋아.txt 7 2018.09.19 1356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 438 439 440 441 442 443 444 445 446 447 ... 495
/ 495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