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가고싶은데 어머니+기타 사정때문에 못간다는 글에 댓글을 달다 블라인드에 딱 걸려서 답답해서 찌는 이야기야.
난 올해 17년째고 유학한 기간이 일한 기간이랑 거의 비슷해지고 있는 평범한 프랑스 워킹맘임. 나같이 보통 유학-결혼 후 정착 코스가 많긴 한데 그래도 혼자 정착한 경우도 많아. 난 다른 나라 사정은 잘 모르지만 프랑스랑 독일은 비슷한 점이 다른 나라들보다는 많은 것 같고, 독일은 프랑스보다 생활비가 쪼오끔 덜 든다고 알고 있어.
case 1 오자마자 남자친구를 사귀어서 (유럽인 아님.. 비자 필요한 국가) 둘이 같이 캐나다 이민간 친구. 그친구는 돈도 딱 500만원 들고 왔었다.. 이민 심사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해서 어학 2년하고 학교 3년 다니다 5년만에 같이 이민감. 이민가서 몇 년 후 연락이 끊겼지만 둘 다 잘살고 있으리라 믿어.
case 2 입학-졸업하고 대학교에 다시 편입해서 비자 문제 해결하다가 프리랜서로. 합법적으로 몇년 이상 체류하면 10년 체류증 받는거 가능한데, 그거 드디어 받음.
case 3 입학-졸업하고 별 아르바이트 다 하다가 역시 10년 체류증 받음. 몇년 전 프랑스로 국적변경함. (학생인 동안은 포함 안되지만 일하며 세금 다 내고 몇년 이상 살면 국적 신청 요건이 가능해짐)
case 4 어학중이지만 타고난 생활력으로 알바+요즘은 자기 스튜디오 에어비앤비로 활용. (집주인이랑 양해한 상태에서)
case 5 학교 다니는데 생활비가 너무 없어서 (알바로 충당하다가 마이너스 계속 나고 건강도 아작나고) 자기 교수랑 몇 명 보증인 세워서 은행 대출. 그리고 졸업 후 10년동안 갚음.
case 6 학교 다니다가 인턴쉽 한 회사에서 꼭 데려간다고 그래서 마음 놓고 있다가 회사에서 팽 함 그래도 실력+운+인맥 등으로 취업 성공..
등등.. 당장 생각나는 내 주위 경우만 써본거고, 나는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분야니 취업 잘되는 쪽은 좀 더 사정이 괜찮을거야. 물론 몇년 버티다 한국 가는 경우도 많고, 졸업 못하고 가는 경우도 있을텐데, 나는 다행히 좋은 경우를 더 많이 봤다.
그리고.. 위에 말한 알바는? 식당 알바들 많이 하고 (일식당, 중식, 한식, 베트남 식당, 등등이 대부분이지만 패스트푸드나 동네 식당도..), 베이비시터, 청소,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거. 어떤 이들은 영상 번역, 건축사무소 (캐드같은 툴 어쩐지 동양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능숙함), 전시장 통역 (전문용어 공부해야함), 여행 가이드, 여름철에는 포도 따기나 공장 알바같은거도 많았어. 투자금이 있는 분들은 블로그 같은거로 명품이나 주문품 한국에서 주문받아서 파는 일도 하더라. 학교가 괜찮은데면 과외도 많고. 단 현지인 상대 과외보다는 대부분 한국인 대상. 평일엔 콜센터 (외국인 액센트도 말 잘하면 상관 없었음), 청소로 2교대하고 주말엔 카페에서 풀타임하던 애도 있었음.
문제는, 알바를 하다보면 주업인 공부 따라잡기가 힘들어지거나 / 건강 잃거나 / 알바로 충분한 수입을 못올리거나/ 소도시의 경우 알바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거나 등등.. 그래도 (어학 말고) 학교 다닐 땐 페이퍼 문제는 걱정 안해도 되는데다 어느 정도 현지 인맥이 많아지면 알바하는데 점점 더 껀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보호막이 조금은 있었어. 졸업하면 비자(+멘탈)가 제일 큰 문제가 되어버리고.. 요즘은 나라에 따라 석사과정 이후로 졸업을 하게되면 반년-1년은 취업을 할 수 있을 시간 여유를 주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최저임금150% 이상의 정규직을 찾는게 쉽진 않아. (왜 150%냐면 그정도가 넘어야 내국인이나 유러피언이 아닌 사람을 고용할만한 전문직이라고 인정을 받거든) 그래도 법이 자주 바뀌니 닥쳐봐야 함.
이렇게 이야기하는 나는 현지인이랑 결혼해서 비자 있는 상태에서 구직을 했지만... 솔직히 가장 취업 잘되는 분야로 구직+이민을 목표로 유럽에 올거면 it쪽 공부하는게 맞는 거 같고, 그게 아니면 어느 분야를 가든 자기가 좋아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쪽 글은 남아프리카 사시다 영국이민 가신 yangpa님 글에 잘 나옴..) 물론 문과나 예체능은 취업율 암전.. 그러나 나는 예체능인 것이 함정.
그런데 내가 하나 둘 다 따지고 내 공부도 하고 우리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안정적으로 살려고 했으면 처음부터 유학은 무슨 그냥 다 잊어버리고 부모님 옆에서 조신히 살았어야 할거야. 효도와 자기 인생 둘 다 가지려고 했다면 아무 것도 못했을거고. 그리고 자기 인생이라고 해도.. 유학은 어떻게 보면 일종의 리스크 높은 투자야. 내 백그라운드 (익숙한 언어와 문화 그리고 자국인이라는 장점)를 내주고 스스로 불리한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거니까.
여기도 이상향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런 이상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이곳에서 만족하고 살고 있어. 그러니까 힘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