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내가 알기로 엘사의 여자친구에 관한 논란은 겨울왕국2 제작 이야기가 막 나왔을 16년 당시 속편에서 엘사한테도 짝지가 생긴다는 소문이 새어나오면서

아니 또 공주왕자 못 잃고???? 차라리 여자친구를 붙여줘! 하면서 시작됐음


그리고 이때 비영어권에서는 영어권의 상당수와 다른 이해의 차이가 있는 지점을 발견하게 됐는데 바로 작품 내 성소수자에 대한 상징적 은유였음


영어권에서는 비교적 다수가 이 상징적 은유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야 짝지를 붙여준다면 차라리 여자친구를! 하는 소리가 나오게 됐는데 반해 그 은유도 전혀 느끼지 못했고 논란의 시작도 모르겠는 쪽에서는 무뜬금 마른 하늘에 여자친구?? 같은 상황이 16년에도 벌어졌음





그래서 당시에 올라온 정리글이었는데 생각난 김에 보자고 끌고와봤어

그냥 ~영어권에서는 이래서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음ㅋㅋ







영화에 대한 해석은 개개인에 따라서 다를 수 있으며 이 글은 어디까지나 엘사를 성소수자로 해석하는 입장이 적지않은 이유를 정리해보고자 한 쪽의 입장을 쓴 글입니다.





엘사가 성소수자를 상징한다는 말은 사실 Let it go의 선공개 즉 처음의 처음부터 있었다. 주제가 Let it Go의 가사 자체만으로도 성소수자에 관한 연상을 떠올리기에 충분했으며 때문에 이 노래는 이후 성소수자들의 주제가처럼 불리었고 실제로 전세계의 각종 관련 행사에서도 쓰였다. 또한 영화 전체를 관통해서 그려지는 엘사의 삶의 굴곡이 성소수자의 삶의 굴곡을 은유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잘 언급되지 않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평단에서는 엘사가 성소수자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상당수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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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엘사는 태어날 때부터 남과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잘못인 줄도 몰랐던 이 마법의 능력은 어른들의 눈에는 감추어야만 할 문제로 비추어지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특히 다른 사람과의 차이(마법)에 대해 이전까지의 디즈니가 동화적 상상력을 통한 특별한 전설이나 저주의 결과물로 다루었던 점에 비추어봤을 때 엘사의 경우는 그저 그렇게 태어났다는 점을 영화 전체를 통해 몇 번이고 강조한다. 어린 시절 안나의 부상으로 인해 트롤을 찾아갔을 때 엘사의 능력이 저주인지 날 때부터 타고난 것인지 묻는 패비의 질문에 왕은 저주가 아니며 날 때부터 그렇다고 대답한다.

(겨울왕국의 다소 치밀하지 못한 스토리 구성을 지적하며 왜 엘사의 마법 능력의 기원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는지 묻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처럼 성소수자로 보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선천적으로 그렇게 우연히 타고 났다는 설정이야말로 주제에 적절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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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응하는 부모의 행동은 더욱 분명한 의도를 보여주는 듯 하다. 어린 동생인 안나가 그 성향을 닮지는 않을 지를 두려워하며 둘을 격리하는 모습이나 이후 부모가 중점적으로 하는 대사 Conceal(감추고) Don't Feel(감정을 억제) Don't Let Them Know(들키지 말고/알리지 말고) Be The Good Girl(착한 아이로 있으렴)는 가장 흔한 자애로운 호모포비아의 전형적 표상이다. 동성애자를 자식으로 둔 부모들이 동성애를 비정상적 상태로 규정했지만 동시에 그 동성애의 주체가 자신의 자식이므로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학대(실제로 성소수자 문제에서 아주 흔한 문제)에 해당하며 성소수자를 계도의 대상으로 놓았던 구시대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부모의 격리와 더불어 감추기를 강요받은 엘사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데 자신의 성정체성을 감추는 성소수자를 옷장안에 숨었다Beyond/In the Closet 혹은 문을 닫고 들어가 있다Closed/In the door 등으로 표현하는 너무나도 상투적이고 흔한 은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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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Conceal it.

Don't feel it.

Don't let it show.


또한 Conceal, don't feel, don't let them know는 영화를 보는 미국인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동성애자 차별 문구 Don't ask, Don't tell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 문구는 미군에서 93년까지 2011년까지 실시하여 지속적 논란이었던 동성애자 차별 정책에 사용됐던 문구이며 이후 동성애 차별 반대 운동마다 대표적 차별의 흔적으로 대두시키는 문구이므로 이같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엘사의 상징성은 비교적 확고하게 LGBT로의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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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노래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과 Love is an open door에서도 몇 가지 강렬한 암시를 읽을 수 있다. Open the Gate/Door/Closet 역시 성소수자가 성적 정체성을 주변인에게 밝히는 의미의 매우 흔한 대표적 은유표현이다. 극중에서도 보여지듯이 엘사에게 이 Opening the Gate는 두렵고 무서운 과정이지만 안나는 Opening the Gate를 앞두고 기뻐 들떠서 엘사의 방문을 두드리면서 노래를 시작한다.

(무거운 긴장과 초조 그리고 티없는 희망과 기대로 아주 대조적으로 연출되는 성문을 여는 장면에서의 안나와 엘사)


Do you wanna build a snowman?의 가사 중에서도 안나는 Come out the door하며 문을 열고 나올 것을 재촉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커밍아웃Coming out의 의미 역시도 문을 열고 나온다는 뜻에서 비롯했다. 같은 맥락에서 Knock the door 역시 꽤나 범용적 은유로 성소수자를 외부세계(gate/door/closet 밖)로 끌어내려는 주변인의 의지 혹은 애정과 관심을 의미한다.


물론 안나 역시 나름의 용기를 내서 엘사의 방문을 두드리지만 결과적으로 Opening the Gate를 통해 엘사는 남과 다른 점이 만천하에 밝혀지고 만다. 이에 위즐턴 공작 정도로 위시되는 포비아와 방관자의 비유에 해당하는 주민들 그리고 안타깝게 바라보던 왕성 사람들로 나누어지며 결국 엘사는 Kingdom of isolation 즉 완전한 고립의 성으로 들어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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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커밍아웃 이후 성소수자의 삶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더 이상 Conceal(감출) 필요도 없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전의 주변인들과는 거리를 두고 벽을 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성을 쌓아올리며 부르는 노래 가사와 외관을 바꾸고 빛을 내는 모습에서 나타나있다. 이 때 부르는 노래 가사는 진정한 자신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Let It Go는 성소수자들의 삶이 녹아있는 가사로 가득하다. Couldn't Keep it in (감출 수 없었다) Heaven knows I've tried (하늘은 내가 노력했음을 알아줄 것) I don't care what they're going to say(그들이 어떻게 말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등의 가사 전반에서 이 같은 해석의 가능성을 볼 수 있고 특히 Don't let them know(그들이 알게 하지 말아라) ~ well now they know(이젠 그들도 알겠지) 이후 이어지는 Let it go는 이 노래가 영화 전체를 관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말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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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I'm alone. But I'm alone and free.


또한 이 부분은 서구의 젠더운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공감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지만 사회적 성소수자가 성적 정체성 확립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로 꼽히는 empowered(자율권/권리의 회복과 신장)을 상징하듯이 표현됐다는 평을 받는다.


이후 엘사를 찾아온 안나에게서 엘사는 아렌델이 얼어붙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에게 내려진 저주를 자책하는데 이는 자기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LGBT의 고통과 자책감 그리고 자괴감을 그대로 나타내준다. 이 장면에서 다시 한 번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를 부르면서 안나는 계속해서 엘사를 fix할(고칠) 수 있다고 설득하는데 결론적으로 엘사는 고쳐지지 않았고 여전히 마법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해 볼 만하다.


엘사는 계속해서 문제로 작용한 마법의 능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가족 간의 이해와 사랑 즉 포용만으로 문제는 해결에 당착했고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이전까지 고수해 온 (왕자와 공주의 입맞춤과 둘의 결혼으로 행복의 결실을 맺으며 끝마치는) 전형적 구성을 디즈니 스스로 타파했다고 평가받는 부분이다. 바로 옆에 이전에 행복한 결실을 맺는 열쇠였던 남자 주인공을 역할 없이 세우면서 구도를 강조한다. 행복이 이성애자의 사랑의 결실로 이루어지는 필연성을 깨는 극중 장치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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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ike the open g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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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never closing them again.


간단히 말해서 남과 다른 정체성으로 인한 혼란을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당당해지고 행복을 찾는 이야기로서 이미 성소수자와 필연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마음의 감옥 속에 스스로를 유폐하며 (성)문 안에 숨어있다는 설정과 문을 두드리는 가까운 주변인들 그리고 계속해서 감추어야하고 그렇게 느끼지 말 것을 강요하는 부모와 언제나 착한 아이여야만 했으며 심지어 사랑하는 가족인 동생에게조차 진정한 자신을 감추어야 했다는 고백까지 성소수자의 상황과 아주 닮아있다.


2010년 촉발돼 호응을 얻은 It Keeps Better 캠페인과 equal marriage(동등한 결혼) 캠페인 2013년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합법 판결 등의 시기적 측면을 고려해보면 2013년의 미국이 경험한 성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디즈니가 작품에 반영했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작중의 다양한 부분에서 엘사가 소수자를 대변하는 것은 비교적 명확하지만 사회의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소수자에는 성소수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겨울왕국에서 묘사하는 엘사는 소수자 전반을 아우르는 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으므로 성소수자에 제한하여 해석할 이유는 없다. 다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도했는지의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LGBT의 은유를 포함할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



http://mic.com/articles/79455/7-moments-that-made-frozen-the-most-progressive-disney-movie-ever#.AfpppzpfC


  • tory_77 2018.08.31 06:31
    충분히 설득력있네.
    이렇게 저렇게 해석해보면서 뜯고씹고맛보는것도 재미지. 그게 계속해서 작품이 생명력을 잃지않게 해주는 거기도 하고.
  • tory_79 2018.08.31 08:49
    흥미로운 분석이긴 엘사는 레즈비언이라는 결론으로 바로 도달한다기 보단 엘사는 모든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캐릭터, 가 맞는 결론 아닐까
    난 엘사가 장애를 극복한 캐릭터로 봤는데
    그리고 성소수자에 레즈나 게이만 있는 것도 아니고 무성애자도 있잖아
    엘사가 레즈라고 해도 디즈니가 엘사에게 여자친구 붙여주면서 엘사=레즈비언 오피셜 땅땅 박아줄 거 같지 않아
    디즈니는 비영리회사가 아니고 아직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가 많으니까 1편처럼 흥행을 노린다면 그런 모험을 못하지 싶음
  • tory_89 2018.09.01 00:1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8/09/03 20:30:25)
  • tory_83 2018.08.31 12:20
    상징성을 떠나서 어차피 디즈니가 진짜로 엘사한테 여자친구 붙여줄 가능성 1도 없는데 너무 진지하게 거부하는 거 아닌가

    여자친구 붙여달라는 요청 같은 것도 반쯤 장난으로 하는 것 같구만
  • tory_84 2018.08.31 13:40

    나톨 그냥 대충 저 비슷한 상황 어디든 짜맞춰도 될거 같은데~  오바야. 과하게 의미부여하려고 노력한거 같아.

  • tory_85 2018.08.31 13:41

    음..그냥 이런저런 해석이 나올수있다고 봐ㅎㅎ 퀴어들이 이건 우리같은 성소를 저격한 내용이다!라고 믿듯이 또 누군가에게는 자기얘기처럼 들리기도할거야. 근데 어쨌거나 난 좀 억지라고도 생각해. 세상에 소수자가 성소수자만 있는것도 아닌데(장애인,여성,노약자 등등) 이런식으로 퀴어스토리라고 땅땅 못박듯이 얘기하는건 다른 소수자들도 소외를 느끼지않을까? 그리고 성소수자가 게이나 바이만 있는것도 아니고..

    여튼 몇몇 퀴어들 보면 대중가요에서도 사랑타령할때 이뤄질수없는 사랑 혹은 상대방 성별을 확실히 지칭하는 단어가 없으면 으레껏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규정하는 습관이 있다고 들었는데, 약간 이것도 그거랑 크게 다르진 않을듯..

  • tory_88 2018.09.01 00:02

    반응 왜 이러냐

  • tory_91 2018.09.01 02:5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4/23 02:29:40)
  • tory_94 2018.09.01 11:17

    걍 존나 끼워맞추기같은데

  • tory_95 2018.09.02 10:53
    세상에 소수자는 성소수자 밖에 없다고 느끼는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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