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원 작가를 한 마디로 표현하지면 ‘대중 속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글에는 늘 대중을 위한, 대중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소 작가는 “대중과 즐겁고 함께 호흡하지 못한다면 글을 쓸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글 속 주요 인물은 그 흔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이가 없다. 평범하거나 혹은 사회적 약자들을 다룬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는 다수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영화 <비스티보이즈> <소원> <터널>의 원작자로, 그리고 최근 종방한 MBC <이별이 떠났다>로 드라마 작가로의 첫 데뷔를 마쳤다. 지난 24일 서울 성북동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에서 만난 그를 만났다.
24일 서울시 성북동 작가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별이 떠났다’ 소재원 작가. 사진제공 PF엔터테인먼트
■아버지의 위대한 유산
<이별이 떠났다>는 바람난 남편에 대한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50대 여성 ‘서영희’가 아들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를 받아들여 함께 생활하며 겪는 갈등을 현실감 있게 풀어낸 이야기다. 특히 ‘서영희’역에 채시라가 3년 만에 복귀해 호연을 펼쳤고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드라마 속 20대와 50대 여성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호평을 받았는데 ‘작가가 30대 남성’이란 점이 알려지며 또 한번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이별이 떠났다>를 쓸 때 아내가 임신을 했었어요.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던 사람인데 집안에만 있으면서 자기를 잃어버리는 아내의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내 몸보다 아이를 먼저 생각하고 자신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엄마와 여자의 모습에 괴리감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여성, 어머니에 대해 첫 집필을 시작하게 됐죠.”
스스로를 집안에 가둔 ‘서영희’의 모습에는 소재원 작가의 친아버지가 있다. 그는 13세 무렵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편부가정에서 자랐고 그 기억 또한 이번 작품에 투영됐다.
“제 모든 작품에는 아버지가 계시고 추가로 아내가 있어요. <이별이 떠났다>에서는 ‘서영희’가 남편을 기다리듯 아버지도 집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셨고, 또 ‘딸바보’로 나왔던 ‘수철’의 모습에도 아버지가 계세요. 아버지는 약간의 장애가 있었고 또 빚더미에 앉아 자식들에게 늘 초라한 모습만 보였던 분이에요. 그렇지만 어떤 어려움에도 자식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꿈을 위해 노력해주셨죠. 자식이 뭔가 하고자 했을 때 한 번도 반대한 적이 없고 늘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자식들 다리를 마사지해주셨던 분이에요. 아버지 인생을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해요.”
그의 작문 출발점인 ‘낮은 곳에서 고통의 소리를 듣자’는 아버지가 준 위대한 유산이었다.
“가난하다고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니거든요. 아버지 덕분에 가장 낮은 곳에서 행복을 느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 만족하는 법을 알려주셨고 가난이야말로 창작에 대한 가장 큰 유산이었어요.”
24일 서울시 성북동 작가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별이 떠났다’ 소재원 작가. 사진제공 PF엔터테인먼트
<이별이 떠났다>는 소재원 작가의 첫 번째 드라마 창작물이다. 그는 이번 드라마 작업을 통해 배우의 연기가 소설 이상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소설가로서 소설 이상의 감정은 배우들이 흉내낼 수 없다는 자만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채시라, 조보아, 정혜영, 양희경 배우님 등은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을 보여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대본 속 글을 경험으로 흡수하는 것을 보고 큰 신뢰감을 얻었어요. 초반 대본에는 제가 지문을 굉장히 많이 썼거든요. 첫 방송이 나가고 지문을 많이 줄였어요. 오히려 그들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더라구요.”
특히 배우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채시라는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작가에게 조언해주기도 했다.
“임신 출산에 관련된 부분은 채시라 배우께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대본에 ‘임산부는 염분있는 음식을 피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채시라 배우님이 ‘때로는 염분있는 음식 먹는다. 여성들이 죄책감을 느낄 수 있으니 배려해달라’는 의견을 주셔서 참 신선했어요. ‘젖몸살’에 관한 이야기도 ‘개인차가 있으니 완화시키자’고 하셨구요. 그 분의 경험적인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아내와 함께 ‘육아대디’로 세 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소 작가는 아이를 재우고 난 후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비교적 짧은 집필시간을 활용하며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 기존의 소설인 <균>의 영화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내년 방송을 목표로한 드라마를 2부까지 완성했다. 현재 편성논의 중이다. 실화를 바탕으로한 또 다른 소설도 집필 중이다.
“제 작품 소재는 대중의 흐름이 선택의 기준이에요. 대중의 이슈나 관심이 어디에 쏠려있는지 주목해요. 아이 엄마 모임 등 일상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노력해요. 사실 <이별이 떠났다>는 여성들의 심리 위주로 끌어가는 이야기라 많이 힘들었어요. 다음 작품은 매우 대중적이면서도 사람들에게 멀리있는 소재를 다뤘어요. 악과 악의 대결로 정의가 탄생하는 스토리인데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