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처럼 대부분의 여성독자들이 생물학적 여성 입장에서 성염색체 단위로 거부감이 일어나는 수준의 막장 여혐인 것들도 있겠지만.... 이런 건 작가가 실제로 판무쓰던 한국남자라 그런 거고 이런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로설에서 한국남자 특화 판무만큼 심한 여혐은 잘 없는것도 사실이잖아
무엇보다 로설 자체가 여성을 위한 여성향 작품인 만큼 어느정도 여혐이 있어도 결국에는 >>여성을 위한 것<<이 되어버려서 일정수준 익스큐즈된다고 봐. 남성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성캐릭터를 소모하는 판무여혐과는 이런 점에서 궤를 달리한다고 생각함
이를테면 고전 명작인 오만과 편견 같은 것만 봐도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여혐적인 요소가 많다? 그런데 책이 집필된 당시 기준으로는 굉장히 진보적인 여성상을 그려내고 있고, 여성 서사에도 충실해. 뭣보다 여성 독자의 카타르시스를 충족시키기 위한 문학이야. 여혐적인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분류하자면 여성주의적인 문학이 될 수 있는, 역설적인 작품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거지. 그래서 오늘날처럼 여성인권이 당시에 비해 발전한 사회에서도 브리짓 존스의 일기 같은 식으로 계속 변용되는 게 아닐까 싶어.
우리나라 고전문학인 박씨전같은 경우에도 여혐요소가 없진 않아 근데 이만큼 페미니즘적인 소설도 잘 없어. 오늘날 집필된 여주판타지물이랑 비교해도 크게 꿇리지 않잖아. 일본 최초의 소녀만화인 리본의 기사 같은 경우도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여혐적인 표현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오직 여성을 위해 만들었다는 점, 여성 주인공의 서사를 그리고 있다는 점, 주인공이 스스로의 여성성에 대해 고민하고 자아를 찾아간다는 점 등은 페미니즘적이고. 실제로 페미니즘적 요소를 담은 수많은 후대의 소녀만화들에 영감을 주었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픽션에서 여혐적 요소가 들어간 판타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사상이 여혐적인 건 아니라는 소리임. 픽션과 현실을 구분하자고. 픽션이니까 용인될 수 있는 과격한 판타지의 일종으로 소비하는 것까지 검열하지 말자고 하는 소리야.
나는 여성 독자들이 장르소설을 볼 때 이런 점이 여혐인가 아닌가 고민하는 거 자체는 페미니즘이 퍼지면서 일어날 수 있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지만, 이런 여혐적인 요소를 좋아하는 나는 나빠!!ㅠㅠ 같은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요소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로설 독자들을 까는 건 더더욱 지양했으면 좋겠고.
이 점은 BL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여성을 위한 장르고 판타지니까 용납이 되는 것으로 모두가 익스큐즈하면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람~ 여성향 장르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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