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결말을 그대로 따라갔다는 점은 놀랍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라온마’는 그 결말 때문에 시작한 드라마이기도 했다. 제작진 모두 좋아했던 결말이지만 우선 시청자를 설득해야 했다. 한태주가 되돌아온 2018년엔 어머니도, 과거 연인인 정서현(전혜빈 분)도 살아있다. 그 사람들을 버리고 한태주는 88년을 택한다. 시청자들이 어느 쪽이 현실일까 혼란스러워 했으면 했다. 낙하신도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저도, (정)경호도 ‘한태주는 웃으면서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태주는 돌아가는 게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15,16회에 등장한 2018년에 대해 일부 시청자는 낯설다고 반응했다. 막바지라 시간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놀랐던 부분이다. 1화에 나온 2018년과 똑같은 톤으로 연출했는데, 이질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줄곧 강력 3반이 함께 하다 한태주 혼자 나오지 않나. 강력 3반의 빈자리가 컸던 것 같다. 그만큼 88년의 강력 3반이 사랑 받는다는 의미니까 한태주가 과거로 돌아간다는 전개가 통하겠구나 싶었다.
―주인공의 무의식을 연출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
△매회 2~3번씩 이명에 고통스러워하는 한태주가 나왔다. 졸리샷은 기본이고 각종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마지막엔 아이디어가 떨어져 (정)경호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많이 했다. 1회에 나온 첫 이명신은 한 컷을 위해 3시간 넘게 촬영했다. 30번 넘게 테이크를 가면서 ‘포기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때 시행착오 덕분에 후엔 빠르게 촬영했다.
―정경호는 JTBC ‘무정도시’(2013)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정)경호는 나오지 않는 장면이 없다. 기네스북에 올리자고 했다. (웃음) 스태프와 같이 시작하고 같이 끝났다. 본인도 각오를 해겠지만 한 번도 인상을 찌푸리거나 짜증을 낸 적이 없다. ‘이제 그만 찍자’는 말만 세 번 했다. 한 번을 제외하고 들어줄 수 없었다. 특수 장비가 예약돼 있거나 하는 이유였다. 종방연 때 울었는데, 그 일 때문이었다. 경호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이번에도 느꼈지만 배우로서 표현력이 뛰어나고 섬세하다. 실체가 없는 이명을 연기하는데 단 한 번도 같은 적이 없었다. 경호와는 이제 세 작품 남았다. 다섯 작품은 같이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강동철 계장 역의 박성웅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신세계’(2013) 대표되는 ‘쎈’ 이미지에서 푸근한 이미지를 추가했다.
△처음엔 캐스팅 제안을 의심스러워했다. (웃음) tvN ‘굿와이프’(2016) 멤버들을 주기적으로 만난다. 전도연 선배가 어느 날 박성웅 선배를 모임에 초대해 알게 됐다. 실제 유쾌한 성격과 어울리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코미디 요소가 있다고 했더니 ‘진짜?’라고 반문했다. 나중엔 신나서 연기하더라. 체중 증량도 본인의 아이디어였다. 점점 말라가는 극중 정경호와 차이를 주고 싶다고 하더라. 그렇게 10kg을 늘려왔다. 현장에서도 아이디어를 많이 내놨다. 대본에 ‘싸운다’라고 적혀 있으면 저도, 경호도, 박성웅 선배도 서로 아이디어 내기 바빴다. 촬영은 신속하게 진행한 편인데 그 전에 대화를 많이 했다. 우리끼리 ‘깔깔’ 거리면서 만든 작품이다.
―윤나영 역의 고아성도 새로운 발견이다.
△오디션을 많이 봤다. 성차별적인 설정이나 대사를 두고 대부분 ‘기분 나쁘다’고 했다. 시대극이라 어쩔 수 없었다. 고아성 씨는 시대극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고 답해줬다. 그리고 촬영장에 100% 윤나영 순경으로 나타났다.
―또 언급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이용기 형사 역의 오대환. 원래 분량은 조남식(노종현 분) 보다 없었다. 캐스팅 제안을 오케이 받고 ‘분량이 많이 없다’고 솔직히 말했다. 대신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애드리브를 정말 풍부하게 만들어 왔다. 중반까지 비호감이란 반응도 있었는데 흔들림 없이 가줬다.
―깜짝 출연한 최불암이나 주치의 역의 성우 박일도 인상적이었다.
△원작에 나오는 소품이나 대사 일부는 1970년대 영국 국민 수사 드라마에서 가져왔다고 하더라. 한국에는 비슷한 시기 MBC ‘수사반장’이 있지 않나. 그래서 최불암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두 번 거절했다. ‘수사반장’ 주요 멤버 중 (살아있는 배우가)혼자라고 하시더라. 그 영광을 혼자 누리는 마음이라 미안하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꼭 필요하다고, 이 드라마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득해 세 번째에 마음을 돌려주셨다. 주치의 역은 캐스팅이 애매했다. 목소리만 나오니까 특색 있는 목소리이길 바랐다. 그 시대를 생각하면 외화 더빙 같은 느낌도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박일 선생님을 모셨는데, 요즘 배우의 대사톤과 달라 의아하기도 했다. 그걸 밀고 가보자 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8부 엔딩. 원래 대본에는 기찻길 반대편에 한충호(전석호 분)가 있고, 한태주가 다가가려고 할 때 기차가 지나간다는 설정이었다. 기차가 지나가는 장면을 찍는 게 쉽지 않아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3번 롤백(Roll back)을 하자고 제안했다. (정)경호에게 절실함, 무력감 등을 표현해달라고 했다. 바로 알아듣고 그대로 표현해줬다. 그 이후 피치 못하게 결방을 했는데, 끝까지 잘 만들고 싶단 마음이 컸다.
―한태주와 윤나영(고아성 분)의 로맨스가 건조하게 그려진 것도 한몫했다.
△두 사람의 스킨십이 처음 대본에 있었다. 담백하게 가야 한다고 설득해 수정됐다. 한태주의 상황에서 연애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귀여운 관계라고 생각했다. 윤나영이 한태주를 오해하고 쌀쌀맞게 구는 신이 있다. 코미디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고아성씨가 코미디로 해석해 왔다. 리허설을 해보는데 재미있어 그렇게 갔다.
―두 사람의 NG컷을 그대로 사용한 신도 있다.
△맞다. 컷을 외치지 않거나 NG컷을 쓸 때가 있다. 본인들이 신발이 벗겨져서 NG을 외칠 줄 알았는데 그냥 가니까 끝까지 연기한 것 같다. 한태주와 윤나영, 강동철이 납치범에게 팔이 묶여 있다가 점프해 일어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은 한 번에 찍었다. 그만큼 호흡이 좋았다.
―시즌2를 원하는 시청자가 많다. 만약 성사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원작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 시즌2를 한다면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할 게 많다. 시즌2를 의도한 마무리는 아니었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한태주의 미소로 끝낸 건 ‘끝’이기 때문이었다. 장르물만 연이어 두 번째다. 다음엔 꼭 멜로를 하고 싶다. 내년에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올 생각이다.
인터뷰 재밌다ㅠㅠㅠ 역시 ng컷이였엌ㅋㅋㅋ 그리고 후반부 2018년도 달라진 느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구나 ㅋㅋ 갤에 와본다고 하더니 ㅋㅋ
굿와이프팀이랑도 계속 만나는구나..오.
그리고 역시 성차별적인 대사가 걸리긴 했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