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억남
5살인가 6살때, 부모님이 날 데리고 어느 축제에 갔음
사람들 북적이고 뭔가 막 팔고 떠들고 공연도 하고 밤에는 불꽃놀이도 했음
첨엔 괜찮았는데 좀 걷다가 힘들어지니까 계속 울었음
사람들은 너무 많고, 더웠고, 집으로 가고 싶었음
놀랍게도 그렇게 낮부터 밤까지 계속 칭얼거리고 울다가 지치다가 울다가 지치다가 그랬는데 그럼에도 부모님은 집에 가지 않았음
부모님은 웃었어 내가 우는 걸 보면서도 웃었음
애가 투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음
난 진짜 너무 싫었어
사람에 부대끼는 것도 싫고 편한 집 두고 밖에 나와서 생고생을 해야하는 것도 전부 모든 게 싫었음
불꽃놀이가 시작돼서 엄마가 저거봐라 예쁘지 이러는데
난 계속 울었음
알게 뭐야 뭐가 예쁜지 하나도 모르겠어 예쁜 건 내 방에 있는 마론인형이 백배는 예쁘고 이딴 거 보겠다고 이 고생을 하는 게 너무 싫고 덥고 짜증나고 배고픈데 밥맛도 없고 모든 것이 최악임
집에 오고 기절하듯 앓아눕고 눈 떠보니 병원임 어이없음
어린이날마다 어디를 갔어
다 예쁜 곳이었음
물 흐르는 계곡, 여름 바다, 놀이공원
놀이공원이 좀 나았음 거긴 그래도 탈게 있었으니까
근데 그것도 1시간 지나니까 너무 지겹고 사람 부대끼는거 싫어서 집에 가자고 조름
그리고 3n세인 지금까지도 똑같음
꽃이 예쁘고 하늘이 예쁘고 바다가 예쁘고 ㅇㅇ 알아 나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야
근데 난 그때나 지금이나 일단 첫번째로 내 몸이 편해야해
절대 불편하면 안됨.....
그 상태에서 아름다운 거, 감동적인 걸 보여줘도 아무런 소용이 없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음
근데 또 일하는 건 괜찮아
공적으로 모여서 일을 하는 건 상관없음
일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지치는 일이지만 그래도 사적으로 사람과 부대끼는 거랑은 느낌이 다름
그래서 용케 사회생활은 할 수 있음
근데 이제 사적으로 사람과 부대끼는 거 못함
나 그래서 해외여행 못가
어딜 가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 만빵임
난 내가 감수성이 꽤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 슬픈 이야기, 공감되는 이야기, 아름다운 풍경 보면 곧잘 우니까
근데 그런 것도 다 일단 내 몸이 편안해야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임
걍 갑자기 생각나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