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찬찬 미용실 막내딸은 개천에서 난 영재다.
예쁘고, 똑똑하고, 잘 웃기로 소문난 사혜는 피서를 앞둔 어느 날 아빠와 큰오빠를 잃는다.
그날 이후 잘 웃는 아이는 잘 우는 아이로 불렸지만, 앓아누운 엄마 앞에서는 울 수 없어서 옥색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간다.
“아빠, 바다에 하루만 있어도 돼. 아니, 평생 안 가도 돼. 오빠, 오빠라도 오면 안 돼? 나한테 여름 선물을 주겠다고 했잖아. 선물 주러 와야지.”
무더운 여름.
찜통인 공중전화 부스에서 하늘로 전화를 걸었다.
아빠와 오빠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으나 응답이 없었다.
“오빠, 미안해……. 아빠가 나한테 같이 가자고 했는데, 내가 가기로 했는데…… 내가 삐져서, 흐으.”
덜그럭.
서러움에 울고 있을 때 문이 함부로 열리고, 매미가 바로 귀 옆에서 우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
놀라서 문을 돌아보자 하얀 셔츠가 눈에 들어왔다.
차이헌.
이름이 적힌 셔츠가 더운 바람에 펄럭거렸다.
“내가 줄게, 선물.”
소년이 홀로 우는 아이를 밖으로 꺼내었다.
*
미용실 계단을 내려온 이헌이 재킷 안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툭툭 위아래로 흔들었다. 담배를 입에 무는 무표정한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사혜야.”
“응?”
“우리 같이 살까.”
미약하게 부는 바람 속에 이헌의 향기가 묻어 있었다.
ㅅㄹ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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