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인데 우리 기수가 예년보다 배 이상 뽑혀서 수습 구하기도 힘들어 수습도 대체프로그램으로 마쳐서 이력이랄 게 없어서 여기 왔는데 매일 후회 중이야
일단 월급은 쥐꼬리만한 지자체 산하기관이라 업무용 폰따위 없음
그래서 개인폰이 명함에 찍혀 있으니 수시로 전화 오네
기관 내선번호로 sms 보낼 수도 없는데 민원인이 책임소재 분명히 하겠다며 네 개인폰 번호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임
에둘러 거절하면 상담예약한 거 문자나 카톡으로 알려달라고 몇 시간씩 집요하게 진상 부려 기어이 폰번호 알아가더라
당연히 퇴근한 후나 주말에도 급하다며 문자나 전화가 와서 급하지도 않은데 징징거리며 자기 신세한탄하는 경우 존많임
급여가 너무 짜다 보니 이미 가정 있는 사수는 1년 정확히 채우고 퇴직금 챙겨 나가서 난 입사 3주만에 사수를 잃음
일 배울 수도 없는데 일이 쏟아지고 민원인들은 일처리가 왜 늦냐고, 내가 이 자리에서 죽거나 네가 죽어봐야 일처리를 하겠냐고 발악을 함
절박한 노동자들 위해 있는 곳이라지만 내가 저 진상들 뒷처리해주라고 있는 건 아니잖아
전화상담해주는 위촉직 노무사들은 막무가내로 방문하겠다는 사람들 다 받아줘서 난 행정업무 하다가도 불려나간 적 많음
상사가 방문은 예약자만 받으라 했는데도 위촉직들은 정의감이 넘쳐서인지 노동자 위한 기관이니 노동자 배척하지 말라고 자꾸 상담 잡음
또 지방 노동청이나 노동위원회에서도 억울한 사람들 다 여기로 보내서 그 사람들은 여기로 오면 되는 줄 알고 임의로 오는 경우도 존많임
저렇게 이미 분노할대로 분노해서 찾아온 사람들이 내 폰번호 찍힌 명함 가져가서 연락하는 거 받아주는 거 진짜 신물이 난다
근무시간엔 내선으로 연락하라 해도 그럼 네가 안 받을 거 아니냐며 기어이 폰으로 연락해 내 일부터 우선 처리하라는 한남 상대하니 진이 빠져서 글 썼어
ai가 사람 대체하는 마당이라 노무사는 전망도 없는데 내가 이따위를 왜 땄나 싶다
연봉 1억 찍는 노무사가 1년 365일 내내 15시간씩 일해서 세전 월급 600 좀 넘게 받는다고 인증한 거 봐서 더 그래
저 연봉 1억은 워라밸 박살난 이 생활 딱 20년만 하고 관두고 파이어족으로 살 거라던데 노무사는 누리고 살려면 저렇게 해야만 하나 싶고
수습처 구하려고 면접 볼 때 기혼 여성 면접관이 난 만삭인데도 바쁠 땐 자정까지 야근하고 보통 2시간 일찍 출근해 3시간 늦게 퇴근한다 하기도 했지
문과 전문직은 어차피 영업 전문직이라지만 진짜 노무사는 가망 없다
안그래도 전문직 중 가장 벌이 시원찮은데 앞으로도 그럴테니
그러니 내가 있는 이 기관도 최저시급으로 노무사 부려먹겠지
가뜩이나 최저시급인데 유니온숍 조항 때문에 체크오프 걸려서 저기에서 또 돈 빠지는데 벼룩의 간을 내어먹어도 유분수지 ㅋㅋㅋ
물론 노조가 애 써서 잡다한 복리후생 제도 많긴 한데 나는 쓸 일이 없는 제도라 총체적 난국이야
그래도 1년은 다녀야 하는데 지긋지긋해
사수 후임 공고 냈더니 노무사는 한명만 지원해서 그 노무사가 합격했지만 오늘부터 출근하라고 하니 지난주 금요일에 조건이 안 맞아서 못 간다고 통보함
하긴 최저시급인데 여기 오고 싶겠어?
다음달에 노무사 아니라 그냥 인사 쪽 일 몇 년 한 사람이 오기로 했는데 그럼 노무사는 나 혼자라 법정구제절차 관련한 일은 나한테 몰빵 예정임 ㅅㅂ
나 혼자 이것저것 하다 보니 현타 오고 일하기 싫어서 불평만 쌓인다
공짜로 법정구제해주니 어중이떠중이들 다 와서 빨리 해달라 사적으로 연락해서 발광하는데 미치겠어
일처리 많이 해줘도 내가 건당 인센티브를 받는 것도 아닌데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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