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동네에 살았어 역 뒷편에
근데 거기에 주택가가 빼곡히 있는데
그중 건물 하나 1층에 책방이 작은 게 하나 있었어
평수도 별로 안 넓어 크지 않은 편의점 정도 될까
벽에 슬라이딩 책장으로 삼면이 있고
출입구 바로 옆에 카운터
중간에 책장 양면으로 가벽처럼 해놔서
한번 유턴하고 나오면 끝인 정도였는데
놀랍게도 그 작은 책방의 한 벽 정도가
전 부 다
루비코믹스였음
어릴 때부터 동인녀였던 내겐 진짜 신세계였어
구작 명작도 다 있고 신간도 진짜 꼬박꼬박 잘 들어옴
근데 여기 주인이 그당시 한 30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었어
난 이 사람 외에 본 적이 없어
알바 같은 걸 쓰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냥 엔피씨처럼 그 아저씨가 항상 앉아있었음
그리고 당연히 여자친구 없게 생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으레 책방 주인이겠거니 싶었는데
놀라운 건 이 아저씨
루비코믹스를 굉장히 평온한 얼굴로 빌려주고...
심지어 신분증 요구도 안했다
나 교복 입고 빌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더 놀라운 건 뭐였는지 알아...?
이 아저씨
이 책방
연체료를 안 받음
건물주였나 싶었어
아무튼 내겐 진짜 진짜 멋지고 놀라운 책방이었어
지금은 다른 구로 이사온지 10년이 더 돼서
남아있을지조차 모르겠는 그 책방
아직도 한번씩 궁금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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