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96832
또, 그녀가 죽었다. 20대 남성 최모씨는 지난 5월6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했다. 그렇게 한 명의 여성이 남성에게 또 죽은 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U+모바일tv엔 LG U+의 스튜디오 X+U와 MBC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그녀가 죽였다>가 공개되었다. 이은해, 엄인숙 등 여성들이 저지른 유명 강력범죄 사건 다섯 가지를 소개하는 시리즈로, 공개된 첫 에피소드에서는 고유정 사건을 다뤘다. 여성의 죽음에 대한 소식과 죽이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 이 간극엔 회피하기 어려운 모순적 긴장이 존재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3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138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교제관계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한 해에 이토록 많은 여성이 이토록 많은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나라에서 여성이 살해한 일부 사건을 그러모아 ‘그녀’라고 특정해 호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왜곡된 재현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방영을 앞두고 진행한 제작진 서면 인터뷰에서 인정했듯 “첫 보도자료가 나가고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그럼에도 “성별을 떠나서 어떤 피해자라도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혹은 그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앞으로 좀 더 디테일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 필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는 게 제작진의 변이다. 그리고 지난 10일, U+모바일tv에 선 공개된 고유정 에피소드 1화가 MBC를 통해 공개됐다. 보고난 솔직한 심정은, 세상에 도움 되지 않는 물건이 심지어 지상파를 통해 방영됐다는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그녀가 죽였다>는 2019년 방영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아내의 비밀과 거짓말-고유정은 왜 살인범이 되었나?’ 편에 자극적인 디테일만 가득 덧붙인 수준이다. 가령 <그알>에선 고유정이 전남편 살해 후 김포의 한 마트에서 방진복 등을 구입하다가 덧신을 서비스로 받고 미소 지은 것을 강조하고 방영 후 언론 역시 이를 충격적이라 보도했다. 마찬가지로 <그녀가 죽였다>에선 유족 법률대리인을 통해 살인 이후에 고유정이 펜션 주인에게 ‘감사합니당’, 아들에게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 “애교 섞인 말투”를 썼다는 디테일을 추가한다. 분명 고유정은 공감 능력이나 도덕 감정이 부족한 악인이자 끔찍한 범죄자이며 조금이라도 이해나 연민을 구할 구석은 없다. 다만 이미 엽기적 과정과 범죄자 신상이 다 공개된 된 사건을 5년이 지난 현재 다시 소환해 그저 이러저런 사소한 디테일을 덧붙여 소름끼치는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것이 대체 이 사건을 새로이 이해하고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어떤 기여를 할지 조금도 알 수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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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만 남자한테 죽임당하는 여자 여러명이 나오는데 저런 기획 참 의도 보이고 역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