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큰손’ 된 여성팬들
스포츠 관람을 즐기는 여성 인구가 빠르게 느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지난달 펴낸 ‘2023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조사 대상 프로스포츠 팬 2만5000명 가운데 여성 비율이 57.1%로 절반을 넘었고, 고관여팬(관심 있는 리그의 지난 시즌 우승팀과 응원 구단의 선수를 모두 알고 있고 유니폼을 보유한 응답자) 1만4599명으로 대상을 좁히면 여성 비율이 62.6%에 이르렀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프로야구(63.8%), 남자프로농구(78.4%), 여자프로농구(67.6%), 남자프로배구(81.0%), 여자프로배구(70.3%) 등에서 여성 고관여팬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프로축구 K리그1의 고관여팬 여성 비율은 38%로 나타났다. 한 프로스포츠 구단 관계자는 “여성 팬 유입은 곧 가족 단위 관중 증가와 경기장 내 식음료 소비로 이어져 구단들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 팬 맞춤형 마케팅의 진화
여성 팬이 늘어난 데 발맞춰 프로스포츠 리그와 구단의 마케팅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프로농구연맹은 캐릭터 굿즈, 선수 포토카드, 경기장 내 무인 사진 부스 운영 등 여성 팬들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다변화해 성과를 봤다. 지난 시즌 처음 선보인 연맹 공식 캐릭터 ‘공아지’ 인형 열쇠고리의 경우 6500개가 순식간에 동나 프리오더(선주문) 재제작에 들어가기도 했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캐릭터나 브랜드와 협업한 특별 상품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 구단은 만화영화 ‘뽀로로’ 시리즈의 캐릭터 ‘잔망루피’를 활용한 특별판 유니폼과 봉제 인형 등을 2021시즌 처음 출시해 큰 호응을 샀다. 엘지 구단 관계자는 “여성 관중이 늘어남에 따라 머리띠, 보냉백 등 여성들이 선호하는 상품군을 따로 개발하기도 하고, 기존 유니폼 등에 잘 쓰지 않던 노랑, 핑크 색상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변주를 통해 여성 팬들에게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2012년부터 서울 소재 여자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야구 규칙, 응원법 등을 소개하는 ‘여대 특강’을 열어 왔다. 특강에 참석한 학생 전원에게 기념품을 증정하고, 각 학교 교직원과 학생을 홈 경기에 초청한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프로스포츠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20대 여성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야구 관련 지식을 알려주는 취지로 마련한 프로그램인데, 이달 초 연 이화여대 특강에 사전 신청 인원을 훌쩍 뛰어넘는 300여명이 찾아 문전성시를 이뤘을 만큼 현장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여성 팬 진입 막는 고정관념
여성 팬층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나 관람·응원 커뮤니티의 남성 중심적 문화와 여성에 대한 선입견은 더 많은 이들의 프로스포츠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여성 팬을 향한 가장 큰 선입견은 “스포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선수 얼굴만 보고 좋아한다”는 일명 ‘무지성 얼빠’ 취급에서 잘 드러난다.
중학생 때부터 국내외 프로축구를 즐겨 봤고, 지금은 스포츠 관련 기업에서 일하는 김소영(32)씨는 “이영표가 토트넘에 입단한 2005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챙겨 봤는데, ‘손흥민 때문에 토트넘 좋아하냐’거나 ‘잘생긴 선수와 잘 해보려고 (K리그) 직관 가냐’ 는 등의 이야기를 여전히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네가 이런 것까지 알아?’하고 검증하듯 축구 관련 질문을 상세히 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 프로스포츠 팬은 “선수 개인을 좋아하기 시작한 여성 팬이 점차 해당 종목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계기가 무엇이든 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이가 늘어나는 건 긍정적인 일인데도, 이들을 무조건 ‘얼빠’ 취급 하는 커뮤니티 문화가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여성 팬들이 금세 발길을 돌리게 할까 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딴 뒤로 응원하는 팀의 신인드래프트 생중계를 챙겨보고 2군(퓨처스리그) 경기까지 찾아다닐 정도로 열성 프로야구 팬이 된 이승아(35)씨는 “야구 관련 정보를 얻으려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여성 팬들을 싸잡아서 ‘얼빠’라고 비하하거나, ‘맘충’ 등 여성 혐오적 표현을 공공연히 쓰는 글이 많다. 또 치어리더는 물론 중계 화면에 잡힌 여성 관중의 외모까지 품평하는 경우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고 말했다.
‘하는 스포츠’ 접근성 높여야
프로스포츠 관람층을 넓히려면 결국 여성들의 ‘하는 스포츠’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은퇴한 여성 선수와 농구, 축구 등 운동을 배우려는 일반인 여성을 연결해 주는 사회적기업 ‘위밋업스포츠’의 신혜미 대표는 “각종 팀 스포츠가 돌아가는 방식을 어려서부터 몸으로 체득한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에게는 직접 체험할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다 보니 규칙을 익히기도, 보는 재미를 느끼기도 어렵다. 그 결과 성인이 돼서도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일단 해 보면 보는 재미도 따라 는다. 프로농구 경기를 한 번도 본 적 없다가 직접 코트에서 뛰기 시작한 뒤로 중계방송을 챙겨보거나 경기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관람으로까지 관심을 넓히는 수강생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https://naver.me/F3O5TZpZ
스포츠 관람을 즐기는 여성 인구가 빠르게 느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지난달 펴낸 ‘2023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조사 대상 프로스포츠 팬 2만5000명 가운데 여성 비율이 57.1%로 절반을 넘었고, 고관여팬(관심 있는 리그의 지난 시즌 우승팀과 응원 구단의 선수를 모두 알고 있고 유니폼을 보유한 응답자) 1만4599명으로 대상을 좁히면 여성 비율이 62.6%에 이르렀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프로야구(63.8%), 남자프로농구(78.4%), 여자프로농구(67.6%), 남자프로배구(81.0%), 여자프로배구(70.3%) 등에서 여성 고관여팬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프로축구 K리그1의 고관여팬 여성 비율은 38%로 나타났다. 한 프로스포츠 구단 관계자는 “여성 팬 유입은 곧 가족 단위 관중 증가와 경기장 내 식음료 소비로 이어져 구단들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 팬 맞춤형 마케팅의 진화
여성 팬이 늘어난 데 발맞춰 프로스포츠 리그와 구단의 마케팅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프로농구연맹은 캐릭터 굿즈, 선수 포토카드, 경기장 내 무인 사진 부스 운영 등 여성 팬들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다변화해 성과를 봤다. 지난 시즌 처음 선보인 연맹 공식 캐릭터 ‘공아지’ 인형 열쇠고리의 경우 6500개가 순식간에 동나 프리오더(선주문) 재제작에 들어가기도 했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캐릭터나 브랜드와 협업한 특별 상품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 구단은 만화영화 ‘뽀로로’ 시리즈의 캐릭터 ‘잔망루피’를 활용한 특별판 유니폼과 봉제 인형 등을 2021시즌 처음 출시해 큰 호응을 샀다. 엘지 구단 관계자는 “여성 관중이 늘어남에 따라 머리띠, 보냉백 등 여성들이 선호하는 상품군을 따로 개발하기도 하고, 기존 유니폼 등에 잘 쓰지 않던 노랑, 핑크 색상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변주를 통해 여성 팬들에게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2012년부터 서울 소재 여자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야구 규칙, 응원법 등을 소개하는 ‘여대 특강’을 열어 왔다. 특강에 참석한 학생 전원에게 기념품을 증정하고, 각 학교 교직원과 학생을 홈 경기에 초청한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프로스포츠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20대 여성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야구 관련 지식을 알려주는 취지로 마련한 프로그램인데, 이달 초 연 이화여대 특강에 사전 신청 인원을 훌쩍 뛰어넘는 300여명이 찾아 문전성시를 이뤘을 만큼 현장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여성 팬 진입 막는 고정관념
여성 팬층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나 관람·응원 커뮤니티의 남성 중심적 문화와 여성에 대한 선입견은 더 많은 이들의 프로스포츠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여성 팬을 향한 가장 큰 선입견은 “스포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선수 얼굴만 보고 좋아한다”는 일명 ‘무지성 얼빠’ 취급에서 잘 드러난다.
중학생 때부터 국내외 프로축구를 즐겨 봤고, 지금은 스포츠 관련 기업에서 일하는 김소영(32)씨는 “이영표가 토트넘에 입단한 2005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챙겨 봤는데, ‘손흥민 때문에 토트넘 좋아하냐’거나 ‘잘생긴 선수와 잘 해보려고 (K리그) 직관 가냐’ 는 등의 이야기를 여전히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네가 이런 것까지 알아?’하고 검증하듯 축구 관련 질문을 상세히 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 프로스포츠 팬은 “선수 개인을 좋아하기 시작한 여성 팬이 점차 해당 종목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계기가 무엇이든 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이가 늘어나는 건 긍정적인 일인데도, 이들을 무조건 ‘얼빠’ 취급 하는 커뮤니티 문화가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여성 팬들이 금세 발길을 돌리게 할까 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딴 뒤로 응원하는 팀의 신인드래프트 생중계를 챙겨보고 2군(퓨처스리그) 경기까지 찾아다닐 정도로 열성 프로야구 팬이 된 이승아(35)씨는 “야구 관련 정보를 얻으려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여성 팬들을 싸잡아서 ‘얼빠’라고 비하하거나, ‘맘충’ 등 여성 혐오적 표현을 공공연히 쓰는 글이 많다. 또 치어리더는 물론 중계 화면에 잡힌 여성 관중의 외모까지 품평하는 경우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고 말했다.
‘하는 스포츠’ 접근성 높여야
프로스포츠 관람층을 넓히려면 결국 여성들의 ‘하는 스포츠’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은퇴한 여성 선수와 농구, 축구 등 운동을 배우려는 일반인 여성을 연결해 주는 사회적기업 ‘위밋업스포츠’의 신혜미 대표는 “각종 팀 스포츠가 돌아가는 방식을 어려서부터 몸으로 체득한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에게는 직접 체험할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다 보니 규칙을 익히기도, 보는 재미를 느끼기도 어렵다. 그 결과 성인이 돼서도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일단 해 보면 보는 재미도 따라 는다. 프로농구 경기를 한 번도 본 적 없다가 직접 코트에서 뛰기 시작한 뒤로 중계방송을 챙겨보거나 경기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관람으로까지 관심을 넓히는 수강생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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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왕 얼굴도 잘생기면 좋지 얼빠면 외않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