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유머

●남자는 사냥하고 여자는 채집했다?

수렵채집 사회에 관한 또 한 가지 고정관념은 남성이 사슴 등의 동물을 사냥하고 여성은 식물의 열매나 뿌리를 구해왔다는 것이다. 남성이 사냥 등 근력이 필요한 일을 주로 담당했다는 '사냥꾼 인간(Man the Hunter)' 가설과 여성이 채집을 담당했다는 '채집꾼 인간(Woman the Gatherer)' 가설은 수렵채집인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이 서로 분리돼 있었다고 설명한다. 과연 그랬을까.

2020년 11월 4일 랜달 하스 당시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교수팀은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의 고산지대인 페루 윌라마야 파트샤 유적에서 9000년 전 묻힌 사냥꾼의 무덤을 발굴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doi: 10.1126/sciadv.abd0310)

치아와 골격 분석을 통해 밝혀진 무덤의 주인은 17~19세의 여성. 그런데 이 무덤에는 돌로 만든 창 촉, 발골 도구 등 대형 동물을 사냥할 때 쓰는 장비가 부장품으로 함께 묻혀있었다.보통 부장품이 생전의 무덤 주인이 쓰던 물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덤의 주인이 여성 사냥꾼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사냥꾼의 부장품 - 여성 사냥꾼의 무덤에서는 생전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다양한 사냥 도구가 발견됐다. 사냥에 쓰였을 뾰족한 촉, 살을 발라내는 발골 도구, 주먹도끼 등이 보인다. Randall Haas,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제공

연구팀은 뼈를 이루고 있는 동위원소를 분석해 무덤의 주인이 고기를 섭취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무덤에 묻힌 여성이 사냥한 고기를 섭취했다는 정황 증거였다. 혹시 이 무덤에 묻힌 여성 사냥꾼만 특이한 경우였던 건 아닐까.

연구팀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약 13만 년 전에서 8000년 전에 만들어진 아메리카 대륙의 고인류 무덤 전체를 조사했다. 그 결과 107개 유적지에서 발견된 429명 중 사냥도구와 함께 묻힌 사람은 27명이었고 그중 11명이 여성이었다. 이 결과를 통해 연구팀은 통계적으로 사냥꾼 중 30~50%가 여성이었다고 계산했다.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과거는 물론 현대의 수렵채집 사회에도 여성은 사냥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2023년 6월 카라 월 셰플러 미국 시애틀패시픽대 생물학과 교수팀은 전 세계 인류학 데이터베이스인 'D-PLACE'를 활용해 전 세계 391개 수렵채집 사회의 자료를 모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발표했다. (doi:10.1371/journal.pone.0287101)

391개 사회 중 사냥에 관한 정보가 기록된 곳은 63개였다. 연구팀이 사냥 자료를 분석해 남성과 여성의 참여도를 조사한 결과 79%인 50개 사회에서 여성이 사냥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특히 이들 중 70%의 사회에서는 여성이 꾸준히 의도적으로 사냥 활동에 참여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연구 사례에 대해 "여성의 사냥은 한 번 나타나는 우연이 아니라 수렵채집 사회에서 꾸준히 관찰되는여성의 행동 패턴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냥꾼 인간' 학설이 인류학계에 등장한 것은 1966년 학회를 통해서입니다. 이후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학계 내부에서는 남성이 사냥하고 여성이 채집한다는 이분법적 생각을버린지 오래됐어요. 그런데 대중 미디어에서는 아직도 그런 생각이 많이 남아있죠." 이 교수는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칼라하리 사막 코마니 지역의 부족 집단인 산족 사냥꾼 아리 래츠가 사냥 자세를 취하고 있다. South African Tourism 제공

● 똑같은 수렵채집 사회는 없다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수렵채집 사회를 그려보자. '동이 트면 나무 벽을 둘러친 요새의 집 밖으로 갓 잠에서 깬 사람들이 나온다. 우리의 선조인 원시인들이다. 남녀 사냥꾼들은 사냥 도구를 챙겨 먼 길을 나선다.' 처음에 상상했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수렵채집 사회에 관한 고정관념이 생긴걸까. "그 유래는 19세기 후반인 187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미국의 인류학자였던 루이스 모건은 자신의 저서 '고대사회'에서 원시적인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사회가 진화한다는 생각을 주장했다.

앞서 설명했던 '수렵채집, 농경, 정착 생활, 문명의 시작'이란 구도도 여기서 나와서 발전한 것으로 고도의 인간다운 문화를 갖추기 이전 단계로 수렵채집 사회가 소개된다. 이후 '사냥꾼 인간' 학설이 등장하며 수렵채집 사회란 표현에 '남성이 사냥한다'는 고정 관념까지 붙었다.

이후 약 150년간 인류학 연구가 진행되며 모든 사회의 모습이 이 도식에 맞는 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해졌다. 수렵채집 사회지만 거대한 규모의 정착지를 만들어 생활하기도 했고 여성이 사냥하는 경우도 발견됐으니까. 인류 사회가 기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탄자니아의 하자베족 여성이 사냥으로 잡은 새를 들어보이고 있다. 최근 연구를 통해 여성 사냥꾼에 관한 인식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A_Peach(W) 제공

이 교수는 실제로 최근 학계에서는 '수렵채집 사회(Huntergatherer society)'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수렵채집 사회라 불리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회가 각기 다른 모습이어서 수렵채집 사회라는 표현이 나타내거나 설명하려는 대상이 갈수록 더 불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인류학계에서는 사냥과 채집이 명확히 나뉘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hunter-gatherer'이란 표현 대신 '음식을 모으다'라는 뜻의 동사 'foraging'을 쓰는 'foraging society'라는 표현이 더 많이 쓰이는 추세입니다."

학계에서 수십 년 전에 부정당한 '사냥꾼 인간'과 같은 이론이 대중들 사이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이 이론과 사회의 고정관념이 잘 부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 여성 사냥꾼에 관한 칼럼을 한 시사 잡지에 게재했다가 '남자는 사냥하고 여자는 채집했다는 기본 상식도 모르면서 무슨 학자냐'는 비난 댓글이 달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인류의 진화에 관해 상식으로 자리 잡은 연구 중에서는30~40년 전에 만들어져 현재는 설득력을 잃은 가설도 많습니다. 학계와 대중이 함께 이런 오해를 벗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https://v.daum.net/v/20240515080022137

  • tory_1 2024.05.15 09:54
    동굴벽에 그림 그린 것도 여자. 농경사회 만든 것도 여자. 심지어 사냥도 노년기 여성까지 참여했대. 여자가 애 낳고 키워... 남자들이 한 건 강간과 전쟁밖에 없구나 싶음. 이 두 가지로 여성을 지배하고 오늘날 가부장제가 되었으니... 여성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다시 일어섰으면 좋겠어.
  • tory_6 2024.05.15 10:01
    22 뭔가 사자가 생각나네. 암컷들이 무리를 꾸리면 수컷은 지들끼리 돌아다니다 암컷무리랑 전쟁하고 새끼죽이고 짝짓기... 이런데도 라이온킹이 진짜인줄 아는 사람 한트럭...
  • tory_2 2024.05.15 09:55
    원래 모든 동물 생태계는 모계사회였다니 당연한 일일지도
  • tory_3 2024.05.15 09:58
    그럴꺼같았음ㅋ
  • tory_4 2024.05.15 09:59
    여자지우기는 어디까지 할건지 진짜 무서울정도..
  • tory_5 2024.05.15 10:01
    고기 하나하나가 귀한데 여자들은 집에서 놀기만 했을까
    여력 되면 싹다 참여했을거같음
  • tory_7 2024.05.15 10:02

    솔직히 원시인들이 여자는 어떤일만해라 이러진 않았을거같음ㅋㅋㅋ

  • tory_8 2024.05.15 10:05
    ㄹㅇ 남자가 걍 강간이랑 폭력으로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거
  • tory_9 2024.05.15 10:13
  • tory_10 2024.05.15 10:15
    그래 한쪽은 집에만 잇는거 말도 안된다 싶았어
  • tory_11 2024.05.15 10:2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4/05/28 14:08:38)
  • tory_12 2024.05.15 10:55
    모든 환경이 열악한데다 잉여인간이란 개념이 있을 수 없는 시대인데 사지 멀쩡한 인간을 성별로 나눠서 특정한 일만 시키는게 이상한 일이지
  • tory_13 2024.05.15 11:10
    ㅅㅋ
  • tory_14 2024.05.15 15:08
  • tory_15 2024.05.15 23:17

    ㅅㅋㄹ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추락하는 비행기!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 <노 웨이 업> 시사회 17 2024.05.28 875
전체 【영화이벤트】 당신의 데이트도 악몽이 될 수 있다! 🎬 <캣퍼슨> 시사회 17 2024.05.28 861
전체 【영화이벤트】 관망 비극 심리 스릴러 🎬 <양치기> 시사회 6 2024.05.27 1393
전체 【영화이벤트】 🎬 <기괴도> 신세계로의 초대 전야 시사회 11 2024.05.27 1231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79914
공지 🚨 시사, 정치, 정책관련 게시물/댓글 작성금지 2022.03.31 486083
공지 🔎 이슈/유머 게시판 이용규칙 2018.05.19 1130589
모든 공지 확인하기()
490315 이슈 도로 포장중에 지나가던 강아지🐶 13:27 7
490314 유머 반려동물의 질투 2 13:25 78
490313 이슈 커플이 된다는 마법의 질문 13:25 121
490312 이슈 오늘 중국에서 공개된 푸바오 영상, 각종 논란 해명은 전혀 없음 3 13:24 161
490311 이슈 레즈들 심장에 불질렀다는 현재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노래.mp4 5 13:20 455
490310 유머 얼굴도 안보고 데려간다는 전설의 셋째딸🐼 19 13:10 845
490309 이슈 돈받고 티켓팔아놓고 화장실 못가게하는 한양대 에리카 축제 상황 54 13:07 940
490308 유머 엄마한테 합법적 반말 가능한 장소 15 13:06 834
490307 이슈 pc와 얼평으로 엄청 욕먹었지만 사실 폭망할 정도로 그냥 재미없었던 영화 28 13:04 1211
490306 이슈 세븐틴 원우 인스타up 6 13:04 443
490305 유머 아파트이름들 개재수없다 15 12:56 1053
490304 이슈 오늘 학교 갔는데 미대에 하니역병 도는거같음 시발 42 12:56 1962
490303 이슈 신이 췌장 대신 동양인(한중일)에게 준 신체적 축복 23 12:53 1976
490302 이슈 사양 정정된 에스파 CDP 21 12:52 1270
490301 이슈 올해 공개예정인 비밀의 숲 스핀오프 '좋거나 나쁜 동재' 25 12:50 800
490300 이슈 강동원 신작 에그 지수 24 12:48 886
490299 기사 189㎝+훈훈 외모·연기력까지…변우석, 이민호→김수현 뒤 잇는 역대급 ★ 탄생 [SS스타] 31 12:47 621
490298 이슈 살아보고 결혼하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은 거 아냐? 4 12:46 565
490297 기사 [단독] ‘이태원 마약 클럽’ 소문 사실로…‘경찰관 추락사’ 마약 수사 19명 검거 마무리 3 12:44 811
490296 기사 5400만→7700만→1억600만 명… 인천공항, 세계 3위 공항으로 5 12:38 461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24516
/ 24516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