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내가 진짜 솔직히 이 드라마 내용을 첨 들었을 때는 ‘또 여자 범죄자 얘기인가’ 이렇게 생각했어

물론 각본쓰고 제작한 리차드 개드 본인의 실제 경험담이란건 알긴 하지만... 애초에 이 이야기가 연극으로도 잘돼서 드라마까지 제작된 거에 ‘여자 스토커’라는 소재가 자극적으로 부각되어서 인기를 얻은 면이 있는거 아닌가? 하고 지레짐작했거든

스토커 범죄자들도 현실에서는 남자가 훨씬 더 많고 그런 남자들은 살인도 저지르는데... 여자 스토커니까 오히려 그 특이성이 먹혀들어갔다 이렇게 생각했지

근데 드라마를 보는데... 4화에 남주 개인적인 이야기가 드러나잖아 그 순간 깨달은게 이 극 자체가 스토커인 마사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었음

생각해보니 3화까지 오는동안 (거의 드라마의 절반임) 마사의 심리나 의도나 환경이나 이런거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이야기가 진행되고 오히려 보는 사람들은 남주 왜 저래? 왜 저걸 받아줘?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장면만 많은데 4화를 보는 순간 그 이유를 알겠어

그냥 이건 남주이자 실제로는 이 극의 창작자인 리차드 개드가 본인의 트라우마와 자기혐오, 그리고 자기파괴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치유하는 과정에 대해서 독백하는 이야기일뿐이더라고

마사가 스토킹하는 내용이나 양상을 고발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 부분은 그냥 사실적시일뿐이고 중심이 되는건 그 순간의 피해자인 남주의 행동이나 감정을 보여주는거 그게 다인듯

범죄 이야기를 소재로 가져가는 드라마는 가해자 심리 묘사에 집중하기 너무 쉬운데 이 드라마는 그런건 배제하고 피해자 본인의 얘기에만 오롯이 집중돼있더라

후반부 들어서서는 이런 면에서 호평을 받은거구나 하면서 봤어 되게 극 자체가 자기고백적이고 솔직함... 사실 사람이 혼자 보는 일기 하나를 쓰더라도 본인 내면의 밑바닥을 그대로 드러내는거 쉽지 않거든 그런데 이렇게 대중한테 공개하는 작품에서 자기 치부를 까발린다는거 진짜 어려운 일인데... 극 자체가 트라우마 극복의 과정 같아 보인달까

누군가에게는 남주 행동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 안될 수도 있지만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이 사람의 자기고백에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음

한 회차마다 길지 않아서 한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각잡고 달리기도 좋고... 일단 극 자체도 재밌어서 하루만에 다봤는데 오랜만에 넷플에서 의미있는 드라마 본거같아서 주말 저녁이 즐거워졌음 ㅋㅋㅋㅋ

  • tory_1 2024.05.12 22:06
    연출 연기 각본 다 좋았어 솔직한 내용 다 좋았어
  • tory_2 2024.05.12 23:36
    찐토리야 완전 극공감이야!!!
    말주변이 없어서 설명하기 힘들었는데 되게 좋은 작품이라고 느꼈던 이유를 토리 글 보고 그래 이 느낌이었다 싶네👍
  • tory_3 2024.05.13 05:53
    글 너무 잘썼다 나 2화보다가 하차했는데 다시봐볼래 고마워
  • tory_4 2024.05.14 07:19
    자기혐오가 다른 감정을 이겨버린다는 고백은 너무 슬프고 공감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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