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이 풀린 개가, 목줄을 한 개에게 달려왔다. 묶여 있던 개는 별 수 없이 물렸다. 얼굴은 두 번 물렸고, 뒷다리는 한 번 물렸다. 개 두 마리 중 하나는 진돗개, 또 다른 하나는 소형견이다. 누가 누구를 물었을까.
당연히 진돗개가 소형견을 물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위 사례에선 진돗개 백약이가 소형견에게 물렸다. 소형견 보호자는 그럼에도 이렇게 말했단다. "진돗개는 사나우니까, 목줄 하고 다녀라!" 때로 시비가 붙여 경찰을 부르니 또 이렇게 말했단다. "진돗개는 입마개 해야 되지 않아요?"
진돗개도 이처럼 물린다. 정확히 얘기하면 진돗개는 물기도 하고, 또 물리기도 한다. 진돗개인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목줄이 풀린 개'가 문제였던 거고, 그게 그 어떤 종이어도 물 수 있다. 관리를 부실하게 한 보호자 잘못이었다.
진돗개 보호자들이 겪는 편견을 제보해달라고 했다. 그걸 빠짐 없이 정리했더니, A4 용지 기준으로 무려 20장이 넘게 나왔다. 차마 다 옮길 수조차 없다.
사납고 공격성이 크다는 인식이 가장 많다. 계피(진도 믹스) 보호자가 동물병원에 갔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 "이런 개는 크고 사냥견이라, 조심해야 해요. 주인까지 다 물어버려요." 산책하다가 어떤 개 보호자가 이런 말도 했다. "이거 진돗개인가? 그래서 내가 산책시키다가 숨었지!"
진솔이(6살, 진돗개)도 산책하다 비슷한 일을 겪었다. 실외 배변을 선호해 하루에 세 번 나간단다. 그러다 이런 말을 들었다. "큰 개를 왜 데리고 나와!" "공원에 개 데려오지말어!" 진솔이 보호자는 "이런 소린 하도 많이 들어서 적응이 됐다"고 했다.
태산이(3살, 진돗개)가 킁킁 냄새 맡으며 즐겁게 산책하던 날, 지나가던 이가 이렇게 말했다. "쟤 무서운 놈이야." "넌 쟤한테 물리면 한입거리야, 물리면 큰일나." 태산이는 친화력이 좋아 매너 있게 다가가는 데도. 태산이 보호자는 "사람으로 치면 길가다 마주친 이에게 '넌 사람 잘 때리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막연히 공격할 거라 느끼니 또 자주하는 말이, "입마개 왜 안 해"다. 진돗개는 법적으로 입마개를 해야하는 맹견이 아님에도. 인천에서 진도 믹스(2살)를 키우는 보호자는 "저희 강아지는 사람에게 흥분하거나 짖지도 않고 무관심한데, 적대적인 사람들이 '저런 개는 입마개 해야지'라고 말하며 간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동물 행동전문가인 설채현 수의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우선 "개물림 사고 통계에서, 진돗개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결과는 아직 없다"고 명확히 했다.
진돗개를 향한 막연한 편견에 대해 설 수의사는 "말 그대로 편견이고, 인종차별과도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무조건 진돗개는 이렇다는 건 편견이고 간단히 말하는 것"이라며 "흑인들을 차별하지 말자, 그런 것과 같은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구체적인 설명은 이랬다. 진돗개가 기질적으로 사냥 본능 공격성이나 고집스런 면은 있단다. 그런데 얘네가 잘못된 게 아니란다. 우리가 진돗개를 키웠던 방식 자체가 그래서였다고. 설 수의사는 "50년 전만 해도 누군가 들어왔는데 짖지도 않고 꼬릴 흔들면 잡아 먹혔을테니까"라고 대변했다. 그렇게 만든 것 또한 '사람'이란 얘기다.
게다가 그런 기질 또한 각기 다르다. 모든 개가 그렇듯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30315105870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