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드로 소문이 자자한 후궁견환전을 드디어 1회차 정주행 했어.
보면서 느꼈던 것을 끄적거리고 싶어서 쓰는 글이야 (스압 주의)
1. 한 마디로?
드라마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찐사랑과의 아이로 황제 바지애비 시키기 대작전]같은 느낌?
2. 똑똑하고 예쁜 먼치킨 주인공
후궁암투 내용이 주라고 해서 답답하고 짜증날까봐 걱정했는데
주인공 견환이 처음부터 똑똑하고 눈치 빨라서 걱정 없이 볼 수 있었어.
릉용같은 애들 쎄한 거도 나름대로 빨리 알아차렸다고 생각해.
시로 돌려서 운치 있게 표현하거나 말에 뼈가 있는 대사가 많아서 매력적이었어.
앞머리 넘기고 나서부터는 화려한 이목구비와 배우의 열연으로 안 예쁜 순간이 없었고
준가르 왕까지 화친으로 난리칠 땐 견환이는 진짜 너무 예뻐서 팔자가 사납구나 싶었다.
3. 흑화에 대하여
견환이 환궁하고 나서 바로 싹 쓸어버리는 그런 내용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흑화한 모습이 그렇게 못되고 독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
악역들이 죽을 때 일대일 면담으로
그래도 어쨌든 왜 죽는지 꼼꼼하게 알려주고
고해성사 할 시간도 주는 게 내 기준으로 볼 땐 친절하달까ㅋㅋ
견환이 조졌다기 보다는 죄를 밝혀서 자멸하게 하는 느낌?
그렇다고 사이다가 아니다 그런건 또 아닌 게
릉용한테는 '그럴 가치도 없다'라고 하거나,
화비 죽었을 때는 기만당한 인생에 대해 여자로서 동정해주기도 하고
중립파들은 거의 건드리지 않았고 완벽같은 애도 용서해주고..
갱생의 여지가 있다 싶으면 내버려두는 대인배..
5. 인생무상
환궁한 후 황제한테 하는 형식적이고 공허한 말들을
배우가 확연하게 초반부랑 차이나게 연기해서 인상적이었어.
다 포기한 20년차 직장인 같은 느낌?
그냥 남은 내 인생 거지같은 황궁에 갈아 넣고 바쳐서
내 가족, 내 정인, 아이들 지켜주는 가림막이 되겠다는 느낌이었고
회임 조차도 이젠 너무 지겨울 뿐이라는 게 느껴졌어.
"궁중에서는 죽음이 최고의 해탈이다" 라고 할 정도로.
견환의 단 하나 트리거는 윤례밖에 없었는데
완벽이랑 윤례 결혼하기로 정해졌을 때 좌절하는 거,
3년 후 돌아온 윤례보고 눈물 쏟다가 다른 사람들 오니까 안 운척 하고
다시 고개 돌리자마자 눈물 쏟고... 감정 몇 번이나 뒤집는 거 대단했어.
내가 대신 독약을 마셨을거라 생각하고 내뱉는 대사 절절했고
"난 여기가 싫어요. 함께 떠나요."
이 말을 꺼내보지도 못한 채 가슴에 품고 살았을 견환이 안쓰러웠어.
이밖에도 명장면이 많았지만, "황제께서 붕어하셨다"
라고 거듭 말하면서 화면 클로즈업 될 땐 나까지 숨도 못 쉬는 줄 알았어.
내게 모든 것을 준 사람이 내 모든 것을 빼앗은 사람이고,
그에게서 가장 중요한 걸 빼앗았지만 내 손엔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는 거.
복수의 끝에서 오는 공허함과 회의감, 애와 증이 교차되는 명장면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