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쪽으로 가시오? 그 쪽으로 걸을까 하여'
'조선으로 오면서 생각했소. 조선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내가 뭔가를 하게 되면 그건, 조선을 망하게 하는 쪽으로 걸을 테니까.
그랬어야 했는데, 호기심이 생겼소.
조선이 변한 것인지, 내가 본 저 여인이 이상한 것인지.
잡아넣지 않는 걸로 방관했고, 총을 찾지 않는 것으로 편들었소. '
'조선에서 전 저기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저기로, 저기 어디 멀리로 자꾸만 가고 있습니다.'
'누구하난 망하게 하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이건, 내가 망하는 길이었소.'
'-난 죽는 순간까지.. 고가 애신일거요.
그래야 하오.
-귀하와 도모할 수 있는..
그 어떤 미래도 없을 거요.
어제는 귀하가 내 삶에 없었는데,
오늘은 있소.
그걸로 됐소.'
'통성명, 악수, 포옹.
그 다음은 그리움인 모양이오.
I miss you.
늘 배움이 빠른 그대라,
이젠 이 말을 배웠을 듯 하여.'
'-미국은 여기 있소. 조선에서 두뼘 반의 거리에 가면, 돌아오기 힘들 만큼 먼 거리에
내 손으로 재면 한뼘 반이요. 내가 더 빨리 올 수 있소'
'누가 제일 슬플지는 의미 없었다.
인생 다 각자 걷고 있지만, 결국 같은 곳에 다다를 우리였다.
그대를 사랑한다.
그러니 그대여, 살아남아라.'
'참 못됐습니다.
저는 저 여인의 뜨거움과 잔인함 사이
어디 쯤 있는 걸까요?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더 가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꽃 속으로..
한 걸음 더..'
'이건 부탁이 아니라
고백을 해야 하는거요.
사랑한다고.
사랑하고 있다고..
그러니 함께 가자고
그럼 난 또 그 거짓말에 눈 멀어,
내 전부를 거는거고.'
'당신이 나를 꺾고,
나를 건너
제 나라 조선을 구하려 한다면
난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당신 손에 꺾이겠구나...'
'난 다시 조선을 달려나가는 중이고,
지금 이 순간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조선이오.
내 마지막 조선이 이리 아름다우면
잊을 방도가 없는데..'
'달리 방법이 없었소.
안 돌아올 방법이.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 갔는데..
고작 한 뼘 반이었소, 내겐.
당신은 당신의 조선을 구하시오.
난 당신을 구할거니까.'
'그 여인이 처음 배웠던 영어 단어는 건, 글로리, 새드 엔딩이었다고 한다.
인생 다 각자 걷고있지만, 결국 같은 곳에 다다를 우리였다.
우리의 걸음은 우리를 퍽 닮아있었다.
유서를 대신에 써내려가는 호외와,
부서지는 몸속으로 남은 생만큼 타들어가는 아편과,
끝끝내 이방인에게 주어진 태극기를 들고
우리가 도착할 종착지는 영광과 새드엔딩, 그 사이 어디쯤일까.
멈출 방법을 몰랐거나, 멈출 이유가 없었거나, 어쩌면, 애국심이었는지도.
없던 우정도 싹텄던 더없이 뜨거운 여름밤이었으니까.'
'그대는 나아가시오 난 한걸음 물러나니'
'그대는 여전히
조선을 구하고 있소?
꼭 그러시오.
고애신은
참으로 뜨거웠소.
그런 고애신을,
난 참 많이 사랑했고..
그럼,
Good Bye.'
-유진 초이(1863~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