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예능에서 마지막 승자들은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찬양을 받는데, 여기는 오히려 돈 번 사람이 꼴이 좀 우습고 가오 상한 느낌인 게 재미있어.
제작진이 진짜 판을 잘 짠 거 같음.
그런데 출연자 입장에서는 고생은 했는데 자기 이기적인 모습, 돈욕심 내는 모습 다 까보이고 근데 받은 돈은 대단한 액수가 아니니..ㅋㅋㅋ
시즌 2가 나올 수 있을까 싶어ㅋㅋㅋ
테드가 막판에 떨어지면서 그나마 내가 좋아한 사람들 다 갔구나.. 했는데
마지막 게임이 두뇌싸움하고 서로 뺏고 뺏기는 게 아니라 죄수의 딜레마라는 점이 정말 좋았음.
개인적인 역량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한 게임이라는 게 이 프로의 정체성이니까.
남은 공금을 마지막에 n분의 1로 분배한다니까 지니가 '아 그럼 공금에 다 박을걸!!' 하고 아쉬워하는 것도 진짜..ㅋㅋㅋ
지니가 그동안 계속 투명하고 일관되게 자기 면제권, 개인상금 지키고 싶어하는 모습 보였잖아.
돈 많은 부자들이 세금 내기 싫어하는 모습이랑 겹치기도 하고.
마지막에 욕심 드러낸 슈가도 그렇고,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가보겠다고 상금 다 태워서 7만원만 남긴 다크나이트도 그렇고,
상금 결국 못탔다고 화내는 지니나, 내가 못먹을 거 너도 못먹게 하겠다는 마이클 심보나..ㅋㅋㅋ
인간이란.. 싶은 마음이 들더라ㅋㅋㅋ 일단 나는 백곰이나 슈퍼맨이 어디 후보로 나온대도 절대 안 찍을 거고ㅋㅋㅋ
출연진들 하는 걸 보면서 혀를 찼지만 만약 내가 나간데도 딱히 저들과 다를까.. 싶은 마음도 들었어.
마이클이 자기가 불순분자 색출하는 데에 제일 열심이지 않았냐며 자기한테 호감도 투표 해달라고 구걸하고 담타 형님들 내세워서 떼 쓰는데,
사실 나는 마이클은 커뮤니티에 이득이 되는 행동을 한 게 아니라고 봐서 저걸 공으로 치는 것도 웃겼음.
오히려 가장 놀아났고, 커뮤니티 와해에 기여한 게 마이클인데.. 제작진 입장에서는 생각한 대로 굴러주니 좋았을 거야ㅋㅋㅋ
불순분자는 마지막에 가서야 뭔가 할 수 있고, 오히려 사람을 많이 살려야 이득인건데
'불순분자가 있다!!' 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고 그거 찾아내겠다고 들쑤시고 소리높이고 분열을 조장했잖아.
그렇게 난리 쳐서 색출해도 결국 불순분자는 또 다시 생기는 거고, 그 와중에 서로 의심하는 분위기가 되고.
마이클이 불순분자에 대해 처음에 열을 올릴 때 사람들이 좀 시큰둥해하다가 점점 그 존재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도 재미있어.
처음엔 마이클의 불순분자 얘기를 제일 무시했던 슈퍼맨이 종신리더 선거 때 불순분자 얘기하고 배신자 찾아내고 처단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선거철에 북한 얘기 나오고 전쟁 얘기 나오는 거랑 비슷한 느낌도 들더라.
진짜 잘 짰다고 생각하는 점이 또, 대부분 이런 서바이벌에서 불순분자 같은 역할은 게임에서 일부러 트롤링짓 해서 자기 팀 못이기게 하는 건데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그 '존재' 빼고는 커뮤니티에 해가 되는 짓을 하지 않도록 세팅되어 있잖아.
성향을 알아내고 탈락시킬 수는 있지만, 그게 본인에게는 이득이 아니니 사실 쓸 일이 없고,
마지막에 가서 서로 믿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게임에서 붙게 할 수 있긴 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서로가 서로를 믿고 보호하면서 최대한 많은 인원이 남는 게 이득일테고.
그런데 구성원들은 그걸 모르니까 불안감을 느끼고 색출해내려고 하지.
벤자민에게 다들 반감을 가진 것도 참 재미있어. 벤자민이 자기 신상에 대해 거짓말하기는 했지만 미션에서는 도움이 되는 캐릭터였고,
(그래서 거의 마지막까지 의심받지 않는 인물이었기도 하고) 내부 인원들과 개인적인 갈등이 크게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오히려 하마 탈락시킨 그레이나, 면제권 지키고 싶어서 안 내놓은 사람들에 대해선 크게 탓하지 않고 지나가는 분위기였잖아.
사회에서 불순분자를 완전히 없앨 수 있나? 라는 생각도 듬.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 위험요소, 불안요소들.. 절대로 완전히 없앨 수 없는 건데
그저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불안해서 그걸 색출하겠다고 사회적비용을 쓰는 게 맞을까 싶고.
그리고 세금 내는 거 너무 아까워하지 말자, 하는 생각도 들었어. 뭐 난 세금 아까워할 만큼 많이 버는 것도 아니지만ㅋㅋㅋ
서로를 믿고, 자기가 가진 걸 나눠가지려고 하고, 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뭐 그런 이상적인 사회는 절대 안 오겠지만
그래도 만약 그랬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어.
모두가 욕심을 버린다는 거.. 말도 안 되는 거지ㅋㅋㅋ 그래도 좋은 사회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뭐 그런 생각도 하게 됐어.
아무튼 재밌고 잘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불순분자가 사회의 악이 아니라는 거, 그거 되게 제작진이 머리를 잘 쓴 거 같아.
편견에 가득 찬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 나 또한 언제든지 사회의 불순분자일 수 있고 그러하더라도 사회 구성원이 서로 선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유토피아가 가능할 수도 있지 않나, 라는 시사점을 준 거 같아 ㅎㅎ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을 버릴 순 없겠지
결국 시스템이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거 같아. 여러모로 교훈이 남는다